건보 수가계약제 '무용론'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11-15 15:27:12
  • 부산의사회 김홍식 총무이사

매년 건강보험 수가계약을 앞두고 발표하는 단체들의 입장을 보면 해마다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이 부담할 보험료와 의사들에게 줄 의료수가를 연관시켜놓고 양측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시민단체는 혜택은 무조건 늘이고 부담은 무조건 줄이라고만 요구한다.

의사협회는 의료계가 도탄에 빠졌으니 수가를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각 단체들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4년째 계속 재방송 보듯이 보고 있다. 이런 수가계약제를 과연 계속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왜 계약은 불발일 수밖에 없는가

상호간의 만족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의사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자칭 의료소비자의 대표라는 시민단체와 의료공급자의 대표인 의사협회 간에 이견은 평생가도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불가능한 일로 보이는데, 중간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정부 즉, 건강보험공단은 소비자들과 공급자들 사이에서 눈치만 보면서 정치적인 처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2005년도 의료수가 계약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사회경기가 나쁘고 정부의 4대 보장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거세니 금년은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 없다고 미리 정하고 의료수가 인상을 막는데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단일 건강보험에 모든 국민과 요양기관이 강제로 가입하게 되어있고, 의료수가는 이런 무책임한 단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다보니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현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가 형성되어있음으로 의료시설 재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고 의사들은 건강보험과 무관한 비 보험 진료에 너도 나도 몰려나가게 되어 결국은 건강보험 진료는 점점 쇠퇴해가는 망국적인 현상을 보면서, 또한 대통령이 직접 한 약속까지 초개와 같이 버리는 부도덕한 정부와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의사협회가 말도 안 되는 낮은 수가에 계약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현행 요양기관협의회와 건보공단 간의 수가계약은 진정한 계약이 아니다

현행 의료수가 결정이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우선 양측이 각자 제시한 요구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절충하여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의료수가 결정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를 제시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 수가를 요양기관협의회가 받던지 안 받던지 관심도 없다.

계약이 안 되면 건강보험 재정심의위원회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소비자 표를 활용하여 정부안대로 결정해버리고 장관이 고시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후속조치들을 가진 정부가 제시하는 수가는 계약을 위한 정부제시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최후 통보와 같다고 본다.

이는 계약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엄밀하게 계약제가 아니다. 정부는 애초부터 의료수가는 고시로 시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협회는 이런 문제점을 들어 현행 의료수가 계약제의 부당함에 대해 법으로 호소해볼 필요도 있다. 법으로 계약 같지도 않은 계약을 파헤치고 증명하여 지난 4년간의 의료수가 장관 고시가 불법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밝혀야 한다.

이런 파국들이 국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현재의 불합리한 현상들이 완전히 개선되기 전에는 의료수가 계약이란 불가능 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한 수가계약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수년간 꼭 같은 짓을 하는 정부도 시민단체도 내막을 보면 수가가 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는 자세이다.

건강보험재정이 어찌되건 의사들이 어찌되건 안중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국민부담 없이 의료혜택만 무한정 늘려달라는 떼만 쓰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는 전적으로 민간의료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의사가 개인적인 부담으로 설립한 의료기관이 대부분의 의료를 차지하고 있어 이것을 운영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이 없다면 의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민간의료기관이 운영되기 어렵다면 곧 의료는 파국을 맞게 되고 국민들의 건강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의료의 질과 소비자의 부담에 관한 함수관계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 하에서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런 질과 부담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무시하고 말이 안 되는 요구만 반복하는 것이 시민단체이고 의사의 봉사정신 만 강조하는 정부이다.

의료의 질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피해는 당연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24개 전문 진료과목 중에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도태되어 버릴 전문과목들이 여러 개 되고, 그 결과 국민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돌아 다녀야할 상황이 벌써 일부 현실화 되었다.

많은 의사들은 경제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전문기술을 버리고 소위 돈벌이 되는 진료로 몰려들 것이 뻔하고 결과적으로는 의사들도 과다 경쟁에 치어서 대부분이 몰락하게 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시력교정 수술법들은 이런 의료 환경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의료자본을 시력교정 수술 기 생산하는 외국회사에 다 갖다 바치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하며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과다 경쟁으로 파산하게 되는 부조리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시력교정수술의 활성화로 일부 환자들의 불편은 들어주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환자들의 엄청난 부담과 마이너스 통장을 쥔 의사들의 한숨뿐이다.

건강보험 분기별 흑자운영의 진실

분기별 건강보험 재정이 계속 흑자로 운영되고 있고 건강보험공단은 자랑삼아 말하고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수익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파산직전의 적자를 허덕이던 건강보험재정이 그 사이에 크게 달라지지도 않은 제도 하에서 갑자기 흑자가 되었다고 하는 것에는 바로 환자들의 고통과 의사들의 시름의 대가로 공단이 돈을 남긴 것이다. 의약분업을 통해 국민들의 본인부담금이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국민들은 의료비 만큼만큼은 별 부담 없이 이용하였는데 본인부담이 갑자기 너무 올라버리니 의료이용을 꺼리게 된 것이다. 환자들은 아파도 머리를 싸매고 집에서 끙끙 앓고 의료기관은 환자가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가 현재 국민들에게 해주는 의료보장이다.

의사들의 진료를 불합리한 심사기준으로 적용하여 청구진료비를 박탈하고 환자들에게는 이상한 계산법의 진료일수 제한을 하여 마구 돈을 거두어들인바 건강보험재정은 흑자를 내게 된 것이다.

이 흑자 금액은 건강보험으로 다시 환원되거나 아니면 국민들의 본인부담금 감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환자의 고통을 팔고 의사들의 시름을 팔아 남긴 건강보험재정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건강보험 수가제도를 개선하자

우선 무용지물인 수가계약 방식을 철폐하고 계약도 아닌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건강보험재정심의위원회는 당장 해체해야한다. 대신에 소비자대표와 요양기관협의회 대표 간의 직접 계약으로 하되 양자간의 제시수가 액의 차이에 대해 정부가 보존 분을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 되어야한다.

정부보존 분은 담배에서 부과되는 건강부담금을 비롯한 다양한 직· 간접세로 충당하며 양측간의 계약이 지지부진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정부가 중재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수가를 의료기관 경영수지 분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의사일인당 하루 10명대 진료시대를 맞아야하는 의사단체가 경영수지분석으로 의료수가에 접근하다보면 환자수가 적은 의료기관은 그 사이에 완전히 도태되고 만다.

모든 의료술기가 각각 적정 운영비를 남길 수 있도록 어디까지나 원가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 하루 20명을 진료하는 의사는 적자가 나고 하루 100명을 진료하는 의사는 흑자가 나는 형식의 경영수지분석으로 접근하면 의사들은 노동의 강도만 올라가고 많은 진료시간에 의한 의료사고 위험도만 올라가지 의료기관 경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원가를 제대로 책정할 수 있는 대책에 관한 연구와 조사를 시작해야한다.

정부는 의료계의 몰락과 국민건강의 위협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한다

의료계를 몰락에서 구해내는 일은 의사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살리는 일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민단체나 정부조차도 이러저런 재정이 막대하게 필요한데 많은 자본이 투자되어야 하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의료를 의사의 희생으로 거저 누리려하는 시민단체와 정부는 그 결과 국민들이 받아야하는 도탄과 위협을 생각하기 바란다.

적정수가의 마지노선은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 받지 않을 정도의 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선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의료는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들이 의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정부나 시민단체의 생색내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전체가 의료의 심각성을 느끼고 술렁이게 될 때는 이미 이 땅에서 국민 건강을 지킬 의사들은 사라지고 돈벌이를 위한 의사들만 남아 있을 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는 국민들을 위한 정부나 시민단체는 없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대오 각성과 변화된 자세를 기대해본다.

<사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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