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읍참마속

이창열
발행날짜: 2004-10-14 12:22:05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허위ㆍ부당한 수법을 동원하여 진료비를 청구한 회원을 징계하기 위해 칼을 빼어들었다.

의협이 건강보험 진료비 허위청구를 이유로 회원을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종욱ㆍ서울대의대 학장)에 제소하기는 사상 처음으로 강력한 자율정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되며 환영받고 있다.

작년 의협은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 교수를 의약분업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원 제명 처분했으며 여기에 대한 정당성을 두고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찬반 양론으로 갈리어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던 사건을 감안하면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서울 성동구의 A의원은 동일 건물에 소재한 약국 2곳과 조직적으로 담합하여 100여명의 주민등록을 도용, 진료하지 않고 진료한 것처럼 허위로 전자차트에 입력하는 수법 등으로 10억원여의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다 적발됐다.

보건복지부의 현지실사로 작년 한 해 동안 94억원 가량이 환수 조치된 것을 감안하면 단일 기관 부당 청구액으로는 사상 최대라 할 수 있다.

의협은 “의원과 약국이 서로 짜고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하여 건강보험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것은 전문가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파렴치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의사윤리를 위배하고 본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윤리위 제소 이유를 밝혔다.

의협의 이번 결정을 읍참마속의 참담한 심정으로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점은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진다해도 자체 징계로는 너무나 미약한 징계 규정이다.

윤리위원회는 비위 사실이 있는 회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 경고 ▲ 과징금 ▲ 3년미만의 회원 자격정지 ▲ 행정처벌 의뢰 등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징계를 받은 회원의 입장에서 ‘경고’와 ‘과징금’은 무시하면 그만이고 ‘3년 미만의 회원자격정지’ 또한 의협 회장 선거 및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며 ‘행정처벌 의뢰’ 역시 복지부가 이미 형사 고발 사후에 불과하다.

의협 윤리위원회가 비위 회원에 대해 실제적으로 구현 가능한 유일한 징계 수단이라면 ‘그 사실을 공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윤리위원회 개정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공고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꾼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의협의 단호한 이번 결정은 ‘시작’이라는 의미로 높이 살 수 있다. 윤리적이든 법적이든 의학적 지식이든 함량 미달의 의사들을 솎아내야 한다. 의료공급자, 의사들이 너무 많다.

계속 솎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징계권의 한계를 노출하고 정부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보다 강한 자체 징계권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읍참마속을 통해 의협과 의사는 국민의 존경과 사랑으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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