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규제 완화 요구와 평가

이창열
발행날짜: 2004-11-22 06:28:52
의사들은 의료서비스 상품을 의료시장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의료 소비자들에게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관리자격인 정부에게는 생산 및 판매자로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광고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관리자 또는 소비자의 대리인이 공급자를 평가하여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완강히 거부하며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의료시장의 굳이 정보 비대칭성 심화를 넘어 독점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료 공급자들이 공정해야 할 시장의 룰에 따른다고 할 수 없는 반칙이다.

서울시의사회(회장 박한성)는 지난 주말(20일) 의료광고 및 간판문제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 ▲ 의료인의 직업상 권리 및 자유권 침해 ▲ 사회적 비용 ▲ 법률상의 문제 등의 이유로 의료광고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사회전반적인 민주화의 흐름에 따라 의료소비자들은 높은 권리의식과 의료정보에 대한 높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광고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현행 법률이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자기결정권을 막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공공복리상 과도한 금지 규정으로 헌법 제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존중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조항과 같이 한다. 의료광고 범위를 언급한 시행규칙 제33조나 의료법 제46조 제3항의 특정인의 기능이나 진료 방법의 제한 등 그것 역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광고를 제한하는 것으로 환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 홈페이지를 통해 의료기관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의사 10명 중 7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정보 자체의 신뢰성 부족이 68.1%로 가장 높았으며 ▲ 의료기관과 환자의 불신조장 66.7% ▲ 의료기관 통제 수단 61.0% ▲ 환자 유인 효과 51.9% 등으로 답했다.

특히 반대 의료기관 정보 항목 중에서는 주요 질환 진료건수ㆍ수술 건수에 대한 정보 제공 반대가 55.4%로 가장 높았으며 ▲ 고난이도 수술여부 31.1% ▲ 장비정보 29.4% ▲ 시설정보 27.4% ▲ 의료인력 27.7% ▲ 위치정보 5.7% 등의 반대 순을 보였다.

반대 이유 중 정보 자체의 신뢰성 부족은 곧 의료계가 건보공단을 바라보는 불신감의 바로미터로 다분히 정서적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찬성 30%는 ▲ 합리적 의료기관 선택에 도움 82.3% ▲ 책임있는 진료 가능 69.6% ▲ 진료의 질 향상 38.0% ▲ 의료비 절감 12.7%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 즉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현행 의료광고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면 마찬가지 분명한 이유로 의료기관 관련 정보 또한 의료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반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특히 향후 의료시장 개방과 맞물려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재검토와 이에 따른 의료기관 단체계약제는 의료서비스 생산자인 의료기관과 상품에 대한 품질 평가를 전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시장경제 논리에서 무력한 정서적 대응은 서울시의사회 주장대로 사회적 비용만 증대시킬 뿐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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