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난시대를 이기자

박경철
발행날짜: 2004-12-06 06:30:00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1192년 일본은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속에서 새로운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쇼군(將軍)의 등장과 함께한 바쿠후(幕府)시대의 도래였다.

물론 그 이전까지도 중앙정부의 덴노(天皇)는 이미 실권을 잃어버리고, 상징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부터 무인계급의 대표격인 쇼군이 실권을 장악하고, 무력에 기반한 막부시대를 열어가게된다,

그러나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1573년경에는 쇼군의 뒤를 이을 후계자 자리를 둔 내전이 일어나 막부시대도 종언을 고하면서, 센고쿠 (戰國)시대에 접어들게된다.

또 이시기는 일본 역사상 가장 치열한 내란을 겪은 파괴와 증오의 시대로 기록되지만, 사실 일본의 역사는 이때부터 다시 쓰여지게된다.

"난세영웅" 이라는 말처럼, 이때 세사람의 호걸이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오다 노부나가 , 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세사람으로서, 근대 일본사는 바로 이들로부터 시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조 후반의 역사는, 바로 이들 혹은 이들의 후손들이 우리민족과 상승하고 길항하는 파란의 시기를 인정하지 않고는 서술될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평하기를 풍운아 오다 노부나가는 "파괴의 영웅"으로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영웅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시 수상" 답게 난세를 경략하면서 오다 노부나가가 기틀을 마련한 일본을 경영하여 반석에 올려놓은 간웅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들이 토대를 닦은 일본이 근대국가로 나아 갈 수 있는 안정된 지략을 펼친 "수성 대신"으로 부르면서 오늘날 근대일본을 이룩한 일등 공신으로 이들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센고쿠시대에 펼친 힘겨루기와 지략의 대결은 우리나라에서도 "대망" "도쿠가와 이에야스"등의 대하소설이 소개되고, 한때 이들을 연구하는 경영모임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후대에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그래도 이들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이는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세사람의 성격을 비유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손안의 새" 라고 불리는 이 우화는 이 세사람에게 울지않는 새를 손에 쥐어주었을 때, 다혈질의 오다는 "울지 않는 새는 필요가 없으므로" 즉시 베어버리고, 도요토미는 어떻게던 새가 울도록 훈련을 시켰을 것이며, 느긋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오다는 난세의 영웅이었을 뿐, 지략의 부족으로 부하의 배신에 자결로서 생을 마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살아남기위해 한 겨울에 오다의 신발을 가슴에 품어 데워서 내놓을 정도로 철저히 영악했던 도요토미는, 지략은 뛰어났으나, 때를 기다리지 못함으로서, 결국 조선정벌의 실패와 후계책봉의 실패로 공들여 이룬 업적을 고스란히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겨주고만다,

이에반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몸을 낮추고, 자신의 때를 기다렸으며, 결국 오다와 도요토미가 이룩한 통일국가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최후의 승자로 기록된다.

이들 세사람의 지략과 승패를 현재 우리들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어떠 할까?

현재 우리 의사들의 입지는 유사이래 처음 경험하는 전방위적 압박에 거의 질식상태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치적 압박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현재 개원가를 중심으로 파상적으로 진행되는 실사와 고소고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전국규모의 검찰조사,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세무조사등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압박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종합병원과 병원의 시스템에도 상당한 수준의 제도적 압박이 가해 질 공산이 크다,

이것은 어디에 책임이 있을까?

이것은 과연 특정 정당의 집권에 따른 성향의 문제로 치부 할 수 있는 문제일까? 사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의사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는 우리 의사들이 무엇이라고 항변을 하더라도 가진자의 기득권으로 치부하고 냉소 할 뿐 우리를 이해하거나 편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런 현상들을 매스컴의 왜곡이나, 각 유관기관의 의도적인 의사죽이기의 결과로 치부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의 본질은 우리스스로가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날 우리의사들은 지난 세월 사회에 대한 공헌과 기여에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격변기에서 우리 의사들은 한번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약사회 치과의사회에서 소아 희귀병 치료에 기금을 모았을 때, 우리는 그저 우리의 직업적 본분에만 충실해 있었다,

보건의료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 전문가이면서도 보건의료정책에서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못했고, 능력있는 보건관료 한사람 키워놓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어느새 이나라의 보건의료전문가중에서 가장 발언권이 없는 집단이 의사집단이 되어버렸고 , 그에따라 사회는 우리를 이기적이고 돈만아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점에서 우리는 뜨거운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들을 압박하는 제도의 부당성과 ,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는 여론을 원망하고 타박하기보다 우리는 먼저 이부분에대해 우리 스스로 피끓는 반성을 전제한 다음, 사회대중이 우리 의사들을 건강지킴이로, 이웃으로, 혹은 전문가로 받아들이도록 장기적이고 실효성있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지금의 고난을 미래의 웃음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효수단이다

지금 이 질풍노도의 전환기에서 우리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다의 분노일까? 아니면 도요토미의 지모 일까? 혹은 그것이 아니라면 도쿠가와의 인내가 필요한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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