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부산시의사회 총무이사)
지난 7월5일 약학대학 학제개편 공청회에 관련 다음날 기사들을 보니 대부분의 기사들이 약대6년제 학제 개편 반대를 분기점으로 의사들이 다시 대정부 투쟁을 할 것이라고 적고 있었다.
1999년 집회이후 “대정부 투쟁”이란 용어는 의사단체가 표방하는 상징적인 용어가 되어버렸다.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집단인 의사단체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왜 투쟁을 하려 할까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합리적인 보건의료정책 관리시스템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 보건의료정책 결정 시스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들은 다수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책추진이 극소수의 관련자들에 의해 비공개로 이루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정책이 도입될 막바지에 이런저런 갈등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 추진과정에서도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를 배제하고 한의사회와 약사회간의 합의를 받아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향서를 넘겨주었다. 의약분업 하에서 약학대학의 교육과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뻔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아닌 한의사회의 합의만 받았고 그것도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한 것으로 보아 약학대학 학제개편은 처음부터 의사들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된 밀실야합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인 열약한 인적자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다양한 변수와 갈등을 조율하고 조종할 수 있을 합리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보건의료관리학자 및 보건경제학자들은 의료현실에 대해 이해도가 낮아서 개발 추진되는 정책들이 대부분 책상머리 이론으로만 치우쳐 보건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의사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부족한데, 정부마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현장전문가들인 의사들의 의견은 막고, 편안한 상대를 설득하여 밀실야합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막을 제어장치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하며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는 의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난감할 뿐이다.
현행 의약분업을 보더라도 정책 입안과 개발 단계에서 현장감 없는 학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의약분업이 가지는 좋은 취지는 고사하고 국민들은 정부의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의 도입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에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지우게 되었고 반대로 의료수혜는 오히려 대폭 감소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보건의료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론적인 실험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고, 제어장치도 없이 국민들에게 자행되는 위험한 시도들이 과연 어디까지 왜곡되어야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인지 의사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한 언론
보건의료정책의 평가에 대한 언론의 역할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현행 의약분업이 도입될 당시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 보완하도록 주장한 단체는 오직 의사협회 뿐 이었다.
의약분업이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1999년 당시에 국민들은 의약분업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정부는 엄청난 정책이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대 국민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고, 언론들도 의약분업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으니 자체 평가는 고사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을 그대로 알리기에만 치중하였다. 국민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일방적인 의약분업 추진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한 집단은 의사 단체뿐이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의사들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단정하여 일축함으로써 준비 안 된 의약분업 추진에 대한 반대의견은 자연적으로 이 사회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반대의견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서 언로를 막아 버림으로써 찬 ‧ 반토론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의약분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고 그 이유도 모른 채 건강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지불해야했고 의료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한심한 상황이 초래되고 당시 대통령이 TV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한심한 사태로 까지 악화되고 말았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하고 찬 ‧ 반 의견에 대해 공정해야한다.
보건의료단체마저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보건의료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정책 추진을 검증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의사들은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두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이 근본적으로 분배와 균등에 목표를 두게 되어 가진 자로 분류되던 의사들은 개혁의 대상이 되었고 두 정권의 정책목표와 속된 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정책운영 권한을 쥐고 있는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보건의료현장 전문인은 의사라고 해도 두 정권하에서 의사들은 정상적인 루트로는 의견 개진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인맥과 교분을 이용하여 국정운영자들과 만나고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양자간에 이해와 동의도 이루어졌지만, 실재 국정운영에서 두 정권이 의사의 의견들을 반영하여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한 적은 거의 없다.
대 국민 화합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덕담하는 것 하고 정책추진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에 대해 의사들이 막바지에 왜 반대하는가 하는 반증에 대해 정부는 언제 한번 약학대학 6년제 학제 개편에 대해 의견을 제대로 한번 문의한 적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두 정권하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부당한 차별에 대한 불만은 실로 대단하다. 의사들은 지금 편파적인 판정을 쉬지 않고 내리는 심판이 주관하는 경기에서 부당하게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
일방적인 약학대학 학제 개편과 고립된 의사들의 선택
의사들이 투쟁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 있다. 의사들에 대해 편견을 가진 소수의 관리들과 학자들이 보건의료정책 결정권을 독점함으로써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과 의료계는 투쟁과 대립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개편을 사이에 두고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주장을 보면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약사진료를 우려하는 의사들과 학문적인 목적뿐이라는 약사들의 주장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어느 한쪽이 오해를 하거나 아니면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오해를 하는지 가려내기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의사협회에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가 개최되고 그 자리에서 의사들은 향후 대책 방향이 결정 되겠지만 의사들 선택의 폭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의사들이 제시하는 문제제기가 이전과 같이 합당한 절차도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배척당한다면 의사들은 또다시 이전과 같은 강경 투쟁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정권이 약학대학 6년제 학제 개편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4년제 졸업 약사들에게 현행 의약분업을 수행할 능력에 중대한 학문적인 결함이 발견되어 급하게 학제를 변경해야할 이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금년에 학제 개편 대통령령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에는 불가능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약학대학 교육의 내실화는 학제 개편이 우선이 아니다. 학제 개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바로 커리큘룸 변경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주40시간 빈틈없이 교육을 받고 있다.
약학대학 교육도 학제 개편보다는 주 교육시간을 의과대학처럼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부실한 학과목들을 정리 개선함으로써 얼마든지 학문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약학대학교 대학원은 지원자가 정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학대학 출신들 90%가 조제약사로 진출하여 돈벌이에 나서면서 지금까지도 약학대학원은 지원자가 적어 파행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사 면허시험 출제문제가 실무 위주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기화학, 정량분석 등 다분히 이론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약대 교수들조차 학제보다 커리큘룸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학문적인 성취는 바로 이런 커리큘룸 개선과 약학대학 대학원 교육의 정상화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커리큘룸 개선과 대학원제도의 정상화가 되고나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비로소 그 문제로 약학대학 학제 개편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이 약학교육이라는 고등교육의 문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의약분업과 의료법, 약사법이 모두 관여되는 부분으로 관련 단체 특히 의사들과의 협의에 의해 사회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추진하여도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조사기관인 '아이클릭'에서 2004년도에 만 20세 이상 일반국민 700명과 초 ‧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0명하여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학대학 학제개편' 관련 설문조사에서 현재 초 ‧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가운데 8명은 자녀의 약대 입학 시 학제는 '4년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반면, '약대 6년제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17.6%에 불과했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에 대해서 학부모의 65,7%와 일반인의 56.1%가 인지하고 있었고, 찬반 의견에서는 '반대' 39.5%, '매우 반대' 9.7%, '찬성' 16.6%, '매우 찬성' 1.1%, '의견 없음' 33.1% 등을 보여 '반대 한다'는 의견이 '찬성' 입장 보다 높게 나타났다.
약대 학제개편에 대한 반대 이유로는 58.5%가 '4년이면 충분하므로'라고 답했고, 20.7%는 '저소득층의 교육기회의 상실', 10.6%는 '국가적인 낭비'를, 8.5%는 '직역 간 갈등 유발' 등의 이유로 반대하였다.
약대 학제를 개편해도 '약국 서비스 개선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75.4%나 되었으며,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의료수가 인상(33.8%)', '약사 인건비 상승(30.7%)', '의약품 오남용 증가(20.6%)', '의료사고 증가(13.8%)' 등의 순으로 지적했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약대 학제 개편 문제에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다. 향후 약학대학이 6년제로 된다면 약사 1,250명을 배출하기 위해 추가되는 사회적 부담은 교육비 150억, 기회비용 182억 등 모두 325억원이다. 이 또한 모두 현재의 중학교 3학년 이하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약학대학 학제 개편을 위해 구축한 연구팀 구성을 보면 홍후조 교수(책임연구원, 고려대 교육학과), 전성연 교수(고려대 교육학과), 권순원 교수(덕성여대 보건경제학), 이윤현 교수(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신현택 교수(숙명여대 약대), 문창규 교수(서울대 약대), 이무상 교수(연세대 의대)을 공동연구진으로 그리고 박왕용 교수(경원대 한의대), 홍승헌 교수(원광대 한약학과)를 협력연구진으로 구성한바 약대 학제 개편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약계, 한의계, 한약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연구원이 연구도 하기 전에 중도에 포기를 선언하는 등 연구용역 자체가 초반부터 삐꺽거리고 있었다.
결국은 연구위원을 전원 학제개편 찬성자들로만 구성하게 되었고 연구 용역 자체가 일방적으로 약학대학을 6년제로 개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연구용역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요식적이고 낭비적인 형식적인 용역이었다.
특히 핵심 연구위원 중에 현재 약대 교수로써 약료(pharmaceutical care)를 강조하며 실재 교육까지 하고 있는 교수가 포함되어 의사들은 약학대학 학제개편은 약사들이 환자진료를 하려는 약사진료(약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월17일 약대 6년제 공청회를 개최하면서도 행정절차법에 법으로 명시된 공청회 개최절차를 무시하고 불과 1주일 전에 공청회 개최를 의사협회에 알려 주어 패널선정과 원고정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미 구성된 10명의 패널도 8명은 이미 약학대학 6년제 개편에 적극 찬성하는 인사로 패널을 구성해 두었다.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공청회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하다면 행정청이 주관하는 제도나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송재성 차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약학대학 학제개편을 확정하였다고 발언한 내용과 교육인적자원부 주무과장이 공청회가 열리기도 전에 약학대학 학제 개편은 금년 7월중에 확정된다는 공식보고를 하는 등 여기저기에서 학제개편은 정해놓은 수순이고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예산만 낭비하는 절차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다시 열린 7월5일 공청회조차 장소를 갑자기 바꾸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공청회의 성격을 이미 상실한 채 비표를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이름만 공청회인 한판의 쇼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 허울뿐인 공청회 어디에도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한 방청객이나 패널은 없었다.
약학대학 학제개편 공청회를 한다면서 정작에 의견이 필요한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의사들도 통제된 상황에서 저들만의 공청회를 공권력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의사와 학생, 학부모의 반대가 두려우면 그들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고 다시 시작하면 될 것을 무엇이 급하여 서둘러서 추진을 하려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의사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는 길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들이 불편한 정책들에 대해 모두 투쟁으로 해결하려한다면 의사들 자신도 무척 힘들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도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은 단순한 의견충돌을 넘어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쳐대는 단결, 투쟁이란 말에서 의사들의 호전성이 생각나기 보다는 단편적인 사회구조와 모순 된 의견수렴 과정이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필자가 의사라서 만 아니라 의사들이 가진 냉정함이나 개인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투쟁이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 이 사회는 편 가르기와 음성적인 로비가 보건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에서 벋어나게 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1999년 집회이후 “대정부 투쟁”이란 용어는 의사단체가 표방하는 상징적인 용어가 되어버렸다.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집단인 의사단체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왜 투쟁을 하려 할까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합리적인 보건의료정책 관리시스템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 보건의료정책 결정 시스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들은 다수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책추진이 극소수의 관련자들에 의해 비공개로 이루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정책이 도입될 막바지에 이런저런 갈등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 추진과정에서도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를 배제하고 한의사회와 약사회간의 합의를 받아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향서를 넘겨주었다. 의약분업 하에서 약학대학의 교육과정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뻔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아닌 한의사회의 합의만 받았고 그것도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한 것으로 보아 약학대학 학제개편은 처음부터 의사들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된 밀실야합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인 열약한 인적자원에서 보건의료정책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다양한 변수와 갈등을 조율하고 조종할 수 있을 합리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보건의료관리학자 및 보건경제학자들은 의료현실에 대해 이해도가 낮아서 개발 추진되는 정책들이 대부분 책상머리 이론으로만 치우쳐 보건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의사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부족한데, 정부마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현장전문가들인 의사들의 의견은 막고, 편안한 상대를 설득하여 밀실야합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막을 제어장치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하며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는 의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난감할 뿐이다.
현행 의약분업을 보더라도 정책 입안과 개발 단계에서 현장감 없는 학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의약분업이 가지는 좋은 취지는 고사하고 국민들은 정부의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의 도입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에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지우게 되었고 반대로 의료수혜는 오히려 대폭 감소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보건의료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론적인 실험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고, 제어장치도 없이 국민들에게 자행되는 위험한 시도들이 과연 어디까지 왜곡되어야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인지 의사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한 언론
보건의료정책의 평가에 대한 언론의 역할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현행 의약분업이 도입될 당시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 보완하도록 주장한 단체는 오직 의사협회 뿐 이었다.
의약분업이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1999년 당시에 국민들은 의약분업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정부는 엄청난 정책이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대 국민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고, 언론들도 의약분업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으니 자체 평가는 고사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을 그대로 알리기에만 치중하였다. 국민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일방적인 의약분업 추진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한 집단은 의사 단체뿐이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의사들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단정하여 일축함으로써 준비 안 된 의약분업 추진에 대한 반대의견은 자연적으로 이 사회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반대의견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서 언로를 막아 버림으로써 찬 ‧ 반토론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의약분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고 그 이유도 모른 채 건강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지불해야했고 의료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한심한 상황이 초래되고 당시 대통령이 TV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한심한 사태로 까지 악화되고 말았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하고 찬 ‧ 반 의견에 대해 공정해야한다.
보건의료단체마저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보건의료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정책 추진을 검증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의사들은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두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이 근본적으로 분배와 균등에 목표를 두게 되어 가진 자로 분류되던 의사들은 개혁의 대상이 되었고 두 정권의 정책목표와 속된 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정책운영 권한을 쥐고 있는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보건의료현장 전문인은 의사라고 해도 두 정권하에서 의사들은 정상적인 루트로는 의견 개진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인맥과 교분을 이용하여 국정운영자들과 만나고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양자간에 이해와 동의도 이루어졌지만, 실재 국정운영에서 두 정권이 의사의 의견들을 반영하여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한 적은 거의 없다.
대 국민 화합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덕담하는 것 하고 정책추진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에 대해 의사들이 막바지에 왜 반대하는가 하는 반증에 대해 정부는 언제 한번 약학대학 6년제 학제 개편에 대해 의견을 제대로 한번 문의한 적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두 정권하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부당한 차별에 대한 불만은 실로 대단하다. 의사들은 지금 편파적인 판정을 쉬지 않고 내리는 심판이 주관하는 경기에서 부당하게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
일방적인 약학대학 학제 개편과 고립된 의사들의 선택
의사들이 투쟁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 있다. 의사들에 대해 편견을 가진 소수의 관리들과 학자들이 보건의료정책 결정권을 독점함으로써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과 의료계는 투쟁과 대립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개편을 사이에 두고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주장을 보면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약사진료를 우려하는 의사들과 학문적인 목적뿐이라는 약사들의 주장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어느 한쪽이 오해를 하거나 아니면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오해를 하는지 가려내기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의사협회에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가 개최되고 그 자리에서 의사들은 향후 대책 방향이 결정 되겠지만 의사들 선택의 폭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의사들이 제시하는 문제제기가 이전과 같이 합당한 절차도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배척당한다면 의사들은 또다시 이전과 같은 강경 투쟁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정권이 약학대학 6년제 학제 개편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4년제 졸업 약사들에게 현행 의약분업을 수행할 능력에 중대한 학문적인 결함이 발견되어 급하게 학제를 변경해야할 이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금년에 학제 개편 대통령령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에는 불가능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약학대학 교육의 내실화는 학제 개편이 우선이 아니다. 학제 개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바로 커리큘룸 변경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주40시간 빈틈없이 교육을 받고 있다.
약학대학 교육도 학제 개편보다는 주 교육시간을 의과대학처럼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부실한 학과목들을 정리 개선함으로써 얼마든지 학문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약학대학교 대학원은 지원자가 정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학대학 출신들 90%가 조제약사로 진출하여 돈벌이에 나서면서 지금까지도 약학대학원은 지원자가 적어 파행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사 면허시험 출제문제가 실무 위주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기화학, 정량분석 등 다분히 이론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약대 교수들조차 학제보다 커리큘룸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학문적인 성취는 바로 이런 커리큘룸 개선과 약학대학 대학원 교육의 정상화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커리큘룸 개선과 대학원제도의 정상화가 되고나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비로소 그 문제로 약학대학 학제 개편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이 약학교육이라는 고등교육의 문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의약분업과 의료법, 약사법이 모두 관여되는 부분으로 관련 단체 특히 의사들과의 협의에 의해 사회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추진하여도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조사기관인 '아이클릭'에서 2004년도에 만 20세 이상 일반국민 700명과 초 ‧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0명하여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학대학 학제개편' 관련 설문조사에서 현재 초 ‧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가운데 8명은 자녀의 약대 입학 시 학제는 '4년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반면, '약대 6년제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17.6%에 불과했다.
약학대학 학제 개편에 대해서 학부모의 65,7%와 일반인의 56.1%가 인지하고 있었고, 찬반 의견에서는 '반대' 39.5%, '매우 반대' 9.7%, '찬성' 16.6%, '매우 찬성' 1.1%, '의견 없음' 33.1% 등을 보여 '반대 한다'는 의견이 '찬성' 입장 보다 높게 나타났다.
약대 학제개편에 대한 반대 이유로는 58.5%가 '4년이면 충분하므로'라고 답했고, 20.7%는 '저소득층의 교육기회의 상실', 10.6%는 '국가적인 낭비'를, 8.5%는 '직역 간 갈등 유발' 등의 이유로 반대하였다.
약대 학제를 개편해도 '약국 서비스 개선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75.4%나 되었으며,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의료수가 인상(33.8%)', '약사 인건비 상승(30.7%)', '의약품 오남용 증가(20.6%)', '의료사고 증가(13.8%)' 등의 순으로 지적했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약대 학제 개편 문제에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다. 향후 약학대학이 6년제로 된다면 약사 1,250명을 배출하기 위해 추가되는 사회적 부담은 교육비 150억, 기회비용 182억 등 모두 325억원이다. 이 또한 모두 현재의 중학교 3학년 이하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약학대학 학제 개편을 위해 구축한 연구팀 구성을 보면 홍후조 교수(책임연구원, 고려대 교육학과), 전성연 교수(고려대 교육학과), 권순원 교수(덕성여대 보건경제학), 이윤현 교수(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신현택 교수(숙명여대 약대), 문창규 교수(서울대 약대), 이무상 교수(연세대 의대)을 공동연구진으로 그리고 박왕용 교수(경원대 한의대), 홍승헌 교수(원광대 한약학과)를 협력연구진으로 구성한바 약대 학제 개편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약계, 한의계, 한약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연구원이 연구도 하기 전에 중도에 포기를 선언하는 등 연구용역 자체가 초반부터 삐꺽거리고 있었다.
결국은 연구위원을 전원 학제개편 찬성자들로만 구성하게 되었고 연구 용역 자체가 일방적으로 약학대학을 6년제로 개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연구용역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요식적이고 낭비적인 형식적인 용역이었다.
특히 핵심 연구위원 중에 현재 약대 교수로써 약료(pharmaceutical care)를 강조하며 실재 교육까지 하고 있는 교수가 포함되어 의사들은 약학대학 학제개편은 약사들이 환자진료를 하려는 약사진료(약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월17일 약대 6년제 공청회를 개최하면서도 행정절차법에 법으로 명시된 공청회 개최절차를 무시하고 불과 1주일 전에 공청회 개최를 의사협회에 알려 주어 패널선정과 원고정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미 구성된 10명의 패널도 8명은 이미 약학대학 6년제 개편에 적극 찬성하는 인사로 패널을 구성해 두었다.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공청회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하다면 행정청이 주관하는 제도나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송재성 차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약학대학 학제개편을 확정하였다고 발언한 내용과 교육인적자원부 주무과장이 공청회가 열리기도 전에 약학대학 학제 개편은 금년 7월중에 확정된다는 공식보고를 하는 등 여기저기에서 학제개편은 정해놓은 수순이고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예산만 낭비하는 절차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다시 열린 7월5일 공청회조차 장소를 갑자기 바꾸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공청회의 성격을 이미 상실한 채 비표를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이름만 공청회인 한판의 쇼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 허울뿐인 공청회 어디에도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한 방청객이나 패널은 없었다.
약학대학 학제개편 공청회를 한다면서 정작에 의견이 필요한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의사들도 통제된 상황에서 저들만의 공청회를 공권력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의사와 학생, 학부모의 반대가 두려우면 그들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고 다시 시작하면 될 것을 무엇이 급하여 서둘러서 추진을 하려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의사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는 길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들이 불편한 정책들에 대해 모두 투쟁으로 해결하려한다면 의사들 자신도 무척 힘들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도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은 단순한 의견충돌을 넘어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쳐대는 단결, 투쟁이란 말에서 의사들의 호전성이 생각나기 보다는 단편적인 사회구조와 모순 된 의견수렴 과정이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필자가 의사라서 만 아니라 의사들이 가진 냉정함이나 개인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투쟁이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 이 사회는 편 가르기와 음성적인 로비가 보건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에서 벋어나게 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