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눈높이 서비스, 신기술만이 살길이다"

이창진
발행날짜: 2009-01-07 06:49:30
  • 똑똑해진 환자들 단순 술기 안통해…혁신과 도전 필요

[신년기획] 불황의 파도 넘자

저수가와 저급여가 지속되는 의료계는 올해도 암울하다. 더욱이 경제위기 여파로 움추려든 환자들의 마음과 발길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현실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계의 땀방울이 여느때보다 더욱 빛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기축년’ 새해를 맞아 현 위기를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과 사례를 제시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비급여 진료과 경제난 직격탄
<중>탈출구는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하>우린 이렇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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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에 나선 의원과 병원 모두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이는 단순한 술기와 서비스로는 동료간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상덕 원장.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하나이비인후과는 의원급임에도 불구하고 ‘코’ 전문 의료기관으로 최고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전문의 8명과 수술방 3개, 입원실 10개 등 의원급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는 규모와 시설을 겸비한 하나이비인후과의 강점은 ‘코’ 하나일까.

"환자들 크로스체크로 수술여부 결정"

이상덕 원장(고려의대 88년졸)은 “당연히 수술과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나 비단 술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하고 "설명을 잘하는 병원, 신뢰할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의 만족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고 자리에 있다고 환자를 방관하거나 소홀히 하면 바로 표시가 난다"면서 "축농증 수술의 경우도 환자들이 한 병원만 찾는 게 하니라 대학병원부터 전문병원까지 스스로 크로스체크를 하며 수술여부를 결정한다"고 무서워진 환자군의 성향을 귀띔했다.

한 달 환자 수 1만명, 수술 환자 2300명. 웬만한 대학병원을 앞지르는 하나이비인후과에도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이비인후과는 환자와의 신뢰감 형성속에 축농증술 최다 건수를 기록중이다.
이상덕 원장은 “가장 큰 어려움은 1995년 달러 환율 폭등으로 의료기기 이자를 갚는데 혼쭐이 났다”고 말하고 “790원이던 달러 환율이 IMF로 2000원까지 육박하자 환차손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개원을 준비하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그가 권하는 경영비법은 ‘노하우는 없다. 정석대로 가라’는 말이다.

"노하우는 없다-정석대로 가라"

이 원장은 "개원한 동료를 보면 인테리어와 의료장비 등 병원 투자에는 무서워하면서도 외제차와 골프 등 외부의 화려함은 마다하지 않는다"면서 "환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술기 하나를 확실히 해 자신의 환자가 아니면 과감하게 타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원가가 술기와 서비스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면 병원급의 무기는 ‘초고도 특성화’이다.

1974년 김상태 산부인과로 개원한 혜민병원은 현재 13개과 33명 전문의, 300병상, ICU 40병상 등 구성한 탄탄한 병원급으로 성장했다.

김의숙 원장.
이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서울 정도의 ‘전문화’와 ‘특성화’이다.

혜민병원 김의숙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제일 먼저 의료진 ‘맨 파워’를 꼽는다.

"수련병원 버리고 전임의 출신 중무장"

김의숙 원장은 "혜민병원은 전공의가 없고 전문의만이 존재한다"면서 "과거 가정의학과 수련병원으로 지정됐으나 값싼 노동력 보다 전문성을 갖춘 대학병원서 펠로우를 마친 고도의 전문의만 채용한다“며 수련병원을 과감히 포기한 계기를 설명했다.

IMF 시절 혜민병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체기가 찾아왔었다.

김 원장은 "그때 당시 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주저하는 바람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다행히 관절센터와 척추센터 등의 1999년 개소로 탈바꿈을 꾀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됐다"며 파란만장한 그 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병원이나 의원치고 관절과 척추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현 상태 유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혜민이 꺼내든 히든카드는 고난도 응급수술이다.

전임의 출신만 채용하는 혜민병원은 최대 중환자실을 갖추고 중증 응급수술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입원환자의 50~60%가 중증 응급환자이며 전체 수술의 40%가 응급수술로 야간에 인근 대학병원에서 혜민병원으로 전원시키는 ‘역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신술기 마스터 후 도전은 늦는다"

김의숙 원장은 “현재의 수가가 아무리 낮더라도 중증외상과 응급수술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조차 방치되는 현실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혜민의 목표는 대학병원을 뛰어넘는 제4차 기관으로 최고 술기병원이 되는 것"이라며 제2의 승부수를 띄운 혜민의 미래를 낙관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많은 원장들은 ‘과감한 도전’을 야생 생존법의 일순위로 꼽는다.

영상의학과 분야에서 최고 순위를 자랑하는 이지방사선과 이창석 원장은 “분기마다 외래 진료내용을 추가한다는 목표로 시대흐름에 앞서갈 수 있도록 신기술을 배워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마스터 한 후에 도전하면 이미 늦는다”고 당부했다.

외과 전문의인 강남순화의원 문성하 원장도 “개원초 신환에게 1시간 이상 질병 이외에도 환자와 대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어렵다고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환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며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진료를 제언했다.

'1인 1술기’를 바탕으로 환자를 이웃으로 만드는 친근함으로 다가선다면 경제위기가 환자의 발길을 동네의원과 병원으로 돌릴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선 원장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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