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의협 10년간 엉망이었다"

이창진
발행날짜: 2009-06-18 06:47:34
  • 30년간 의료계 역사 회고…"의약분업은 잘못된 진실"

"이번주 대개협 회장직 임기를 끝으로 민초로 돌아가려고 하니 시원 섭섭합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사진, 연세의대 64년졸, 외과전문의)은 17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30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의료계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김종근 회장은 1977년 김종근외과 개원과 동시에 강동구의사회 부회장으로 시작해 송파구의사회장, 의협 의무이사, 의정회 이사, 대개협 회장 등 많은 보직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

김 회장에게 있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의약분업으로 “억울하다”는 심정이다.

그는 “당시 의협 의무이사로서 의약분업에 찬성했다며 온갖 욕설과 비방을 받았다”면서 “지금 뒤돌아보면 의약분업은 80년대부터 대의원총회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매년 결의된 사항”이라며 의료계의 거센 파도로 오역된 분업사태를 회고했다.

김종근 회장은 “의약분업의 실체는 의사와 약사간 약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나 약의 오남용을 막고 국민건강을 보호하자는 제도의 목적을 대놓고 반대할 수 없었다”고 전하고 “고 유성희 회장이 의약분업에 도장을 찍었다고 이유로 물러났지만 잘못 알려진 진실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도장을 찍기전 아침 일찍 긴급 상임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시도회장의 의견을 물었을 때는 서울시의사회장 등 모두가 찬성했다”면서 “그런데 유성희 회장을 찬성한 주범으로 몰면서 흔들어 끌어내리고 얻은게 무엇인가”라며 혹독한 시기를 보낸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 복지부는 의사와 약사의 반대를 인식해 어렵다는 상황을 알고 약사를 잡기 위해 약국에서 판매되는 주사제까지 조제료를 부과했다”고 말하고 “의료계가 내부적으로 분열양상을 보이고 힘을 잃지 않았다면 복지부가 의협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파업과 직선제, 정책연구소 등으로 얻은게 무엇인가”

김종근 회장은 의협 임원진을 지속한 부분에 대한 일각의 지적을 반박했다.

김 회장은 “의협 의무의사도 몇 차례 고사했으나 김재전 회장이 의협신문을 통해 발령을 냈고 개원의협의회 회장도 거부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경선으로 재임하게 됐다”면서 “남들은 내가 감투에 환장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떠맞게 된 셈”이라며 본인의 뜻과 무관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실리를 간과한 역대 의협의 투쟁방식에도 비판을 가했다.

김종근 회장은 “지난 10년 의협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고 평가하고 “파업과 직선제, 상근이사직, 의료정책연구소 등 젊은 회원들이 원했던 모든 것을 다해봤지만 좋아질 기미가 안보인다”며 눈 앞의 성과만을 뒤쫒았던 강경한 목소리들의 행태를 질타했다.

김 회장은 “의협 회장이 복지부를 찾아가면 밀실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밖에서 떠들면 잘한다고 하고 있으니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느냐”면서 “예전에는 두 자리수 수가인상도 있었는데 지금은 겉으로만 하는 척 하면서 2%대에 머물고 있다”고 과거 의협의 모습을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의료계가 분열돼 약사들에게 당한 것을 계기로 의료계가 뭉쳐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전공의 대표나 의학회 대표, 개원의 대표 누가 회장이 됐던간에 선출했으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의료계 권익보호를 위한 의협 중심의 사고를 주문했다.

최근 위암을 극복한 김종근 회장은 오는 20일 대개협 평의원회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 의약분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을 알리는 회고록 집필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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