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축구 등 동호회 다양…'뭉치면 즐겁다'

이창진
발행날짜: 2009-07-02 06:50:00
  • 서울의사산악회 대표적…나홀로 취미 찾는 개성파도

|창간 6주년 특집|개원의들 취미생활 엿보기
주말도 없이 매일 진료하다보면 진료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개원의들의 숙명일지 모른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진료실을 지키는 의사들의 취미 및 여가생활은 어떠할까. 메디칼타임즈는 개원의들의 다양한 취미생활를 알아보고 이들이 느끼는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선생님들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중>동호회 입맛 따라 고른다
<하>이색취미 별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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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일상을 탈출해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저기 찾아보면 다양한 동호회가 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2만명 회원을 지닌 서울시의사회의 경우, 대표적인 친목모임인 산악회를 비롯하여 골프와 테니스, 바둑에 이어 볼링까지 10여개가 넘는 동호회가 운영중이다.

이중 100명 이상의 인원수를 자랑하는 산악회는 한달에 한번 가족과 함께하는 국내 산행부터 별도 훈련팀을 구성해 후지산과 몽블랑 등 유명산을 오르는 해외 산행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전 등록된 동호회인 '양볼회'는 이름 그대로 양천구의사회에서 결성된 볼링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회원수가 증가해 부산 의사들과 교류전을 갖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서울시의사회에 정식 가입됐다.

취미활동은 지방도 비슷해 대구시의사회의 경우, 150명 이상이 가입된 골프 모임을 중심으로 스킨스쿠버, 마라톤, 축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동호회를 통해 회원들의 기대충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지의 바닷속 세계에 흠뻑 빠진 김제헌 원장은 다가올 여름휴가를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의사회에서 눈에 띄는 동호회는 '의사축구단'으로 40대부터 60대까지 30여명이 가입돼 일본 지역의사회와 친선경기를 벌이는 만큼 열성적인 스포츠 매니아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동호회 대부분이 50대이상 중장년층 중심으로 운영되는 있어 30대와 40대 젊은층의 다양한 개성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자주찾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도 자전거와 인라인, 식도락, 연극, 패션, 수영 등 세분화된 색다른 모임이 개설돼 운영되고 있으나 골프를 제외하고는 동호회별 적게는 5명, 많아야 30여명을 밑도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은 "특별한 가입기준은 없고 열심히 활동하는 동호회는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동호회 문은 언제나 열려있어도 젊은층의 수혈이 안되는 것"이라며 경영현실로 인해 여유를 상실한 의사들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많은 동호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활동인원이 답보상태인 것은 일과에 지친 개원의들의 무관심도 있으나 자신만의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의 숨겨진 취미생활도 내재되어 있다.

이원석 원장(사진 오른쪽)은 섹스폰을 배우면서 진료실에서도 리듬을 타는 즐거운 삶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제헌 원장(부천, 김제헌신경정신과)의 경우, 휴가를 갔다가 스킨스쿠버를 처음 접하고 바닷속 풍경에 빠져 다른 동호회 활동을 제쳐 놓았다.

김 원장은 “1년에 한 두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찾아가나 골프치는 것보다 100배는 재미있다”면서 “가족과 함께 파란 바닷속의 풍경을 즐기며 해변을 거니는 여유로움은 삭막한 진료실 생활의 재충전 기회”라며 다가올 여름휴가에 대한 들뜬 마음을 표했다.

문인희 원장(목동, 비전이비인후과)은 “기수련을 한다고 하면 동료의사들에게 전생을 본 적이 있느냐,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나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면서 “우연히 시작한 명상으로 74kg이던 몸무게를 57kg까지 줄였고 진료시에도 명상치료를 간간히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동호회가 결속력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개성을 담은 지역사회의 소모임 활동이 젊은 개원의들의 눈길을 사고잡고 있다.

외과전문의 이원석 원장(인천, 원항맥외과)은 지난해부터 섹스폰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서재걸 원장(사진 왼쪽)은 성악의 취미생활을 십분 발휘해 환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고 있다.
이 원장은 “어려운 의료환경에서 어떻게 다하냐고 부러움과 시기를 하는 후배와 동료들도 있지만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있다”며 “돈버는 진료를 뒤쫒지 말고 명예와 여유로움을 스스로 찾으면 병원과 가족생활이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노하우를 귀띔했다.

성악에 빠진 서재걸 원장(강남, 포모나클리닉)도 “치료전에 직접 노래를 불러줌으로써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줌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정기적으로 병원내 작은 무대에 환자들을 초청해 연구회 공연을 통해 서로가 친밀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취미생활에 자부심을 피력했다.

이 외에도 주당도 아니나 와인의 맛에 빠져 일주일에 2~3번 지인들과 와인을 즐기며 진료의 스트레스를 푸는 안건영 원장(청담, 고운세상피부과)과 취미로 시작한 화폐수집에 매료돼 경매를 위해 갤러리를 찾아가는 이병기 원장(경기, 본내과) 등도 재충전의 시간을 자신만의 세계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의료계에 보험통으로 통하는 최종욱 원장(서울, 관악이비인후과)의 취미생활은 ‘연 날리기’로 색다른 의미를 담고있다.

어려서부터 연 날리기를 즐긴 최종욱 원장은 아내와 함께 한강에서 사연이 깃든 연을 날리고 있다.
최 원장은 “어려서부터 연 날리기를 좋아해 육순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내와 함께 한강 둔치를 찾아 연 날리기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창호지를 사다 직접 만든 연을 하늘에 올릴 때마다 대학병원 재직시 떠나보낸 많은 환자와의 교신으로 여기고 위안을 삼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내 소극장을 운영중인 대구시의사회 김제형 회장은 “먹고 사는게 제일 중요하나 현재로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힘들더라도 삶의 질에 대한 자기성찰로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상적인 틀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향한 투자와 과감한 도전은 제도권에 얽매있는 의사들의 고단함과 억눌림을 분출할 수 있는 삶의 활력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취미생활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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