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광고 입찰 경쟁 치열…박리다매 할인 경쟁도
<기획>치열한 개원시장, 마케팅이 진화한다최근 개원가에선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반면 과열된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술 실력과 친절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개원 불패신화가 사라지고 개원가에선 그 어느 때보다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입지만 믿고 마케팅에 소홀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의원이 있는 반면, 나쁜 입지에서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하는 병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의 발전과 맞물려 그간 진화된 마케팅 방식과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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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라인 입소문 마케팅, 키워드 광고 위협
2) 환자 눈길 끌기 전략, 이미지형 간판 급증
3) 개원가 마케팅 과열…잘쓰면 약, 못쓰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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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한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병원 수익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원의들은 마케팅 비용 대비 턱없이 낮은 효과로 고심하면서도 마케팅 외에 환자를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답답한 실정이다.
키워드 광고, 입찰가 높이기 경쟁 치열…온라인 마케팅의 '덫'
특히 개원가에선 온라인 광고가 짐이 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키워드가 상위에 노출되기 위한 의원들의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광고비용. 포털사이트가 지불 비용을 높게 입찰한 순서대로 상위에 노출시켜 주기 때문에 키워드가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선 클릭 당 지불하는 비용이 높아야 한다.
개원의들은 광고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며 광고를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형병원의 '광고 융단 폭격'에는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광고 비중이 큰 성형외과와 안과에선 상위 노출 경쟁 때문에 '죽을 맛'이란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강남의 B성형외과 원장은 온라인 광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클릭 당 특정 비용을 지불하는 오버추어 광고가 생각보다 효과가 적어 그만두고 싶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문제였다.
경쟁력을 갖춘 의원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잡지 등 오프라인 광고도 하지만, 그럴 여력이 안 되는 의원은 뻔히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광고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면윤곽이나 코성형 등 키워드 광고를 위해 클릭 당 적게는 1만 6천원에서 2만원 넘는 돈을 지불한다"면서 "실제로 클릭한 사람이 모두 환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대략 20% 정도만이 실제 환자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광고를 클릭한 사람들이 100명이라면 그 중 20명이 실제 환자로 이어진다는 소리다. 가령 100번 클릭 시 포털사이트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를 한 건당 2만원으로 잡으면 2백만원의 돈이 고스란히 광고비로 나가게 된다.
게다가 개원의들 사이에서 박리다매 형태로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어 환자 유치를 해도 광고비를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하소연했다.
또 "여유가 있는 의원들은 어떻게든 상위 노출을 노리기 때문에 입찰가를 계속 높여가고 있고 잡지, 버스 광고 등 오프라인 광고도 폭넓게 하고 있어 여력이 안 되는 의원은 점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성형외과 관계자는 온라인 키워드 광고로 한 달에 최소 3천만원 이상을 쓴다고 밝혔다. 여기에 라디오 광고와 버스 광고, 지하철 음성 광고, 잡지 광고를 합치면 한 달에 광고비로 소요되는 비용이 6천만원은 예사로 훌쩍 뛰어 넘는다고 했다.
그는 "강남에서 잘나가는 병원은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계속 융단 폭격식의 광고를 하지만, 이런 여력이 안 되는 의원들 중에는 광고비 충당에 어려움을 느끼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리다매 할인 경쟁에 개원의 울상…부정 클릭도 존재
강남에 위치한 K안과도 키워드 광고의 효과가 적어서 고민이다.
'라식', '라섹' 키워드를 등록한 K안과는 한번 클릭시 1만 4천원의 비용을 포탈 측에 제공하고 있다.
K안과 관계자는 "키워드 광고시 스폰서 링크, 파워링크, 플러스링크, 비즈사이트 순으로 노출되는 의원들만 20개가 넘어간다"며 "최근엔 B안과가 키워드 검색 광고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노린 대대적인 배너 광고를 시행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B안과가 '라식과 라섹 수술 90만원'이라는 문구로 포털사이트 전면에 배너 광고를 싣는 등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어 광고 효과가 많이 반감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광고를 계속하면서 시술 가격도 낮출 수밖에 없어 이익이 나지 않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광고가 치열한 과목일수록 해당 업체의 부정 클릭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의료기관들은 경쟁 의료기관의 키워드 검색광고를 연달아 클릭하는 수법으로 광고비용 부담을 높이는 병폐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관해 키워드 검색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 오버추어 관계자는 어느 정도 부정 클릭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 부정 클릭을 막기 위한 필터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의도적으로 부정 클릭을 하는지, 아니면 경쟁 의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클릭을 하는 지에 대한 구분이 사실상 어려워 부정 클릭을 막기 위한 장치에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미디어…어플에 모바일용 홈피 제작까지 '버거운 짐'
개원가에 짐이 되고 있는 '마케팅의 덫'은 비단 키워드 광고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 어플 개발과 모바일용 홈페이지 제작에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경기도의 M이비인후과 원장은 최근 어플이 의원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한 어플 제작 업체에 어플을 제작을 의뢰했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업체가 제시한 금액은 4천만원. 겨우 예약 기능과 상담, 병원 소개, 위치 안내가 포함된 정도였다.
M이비인후과 원장은 해당 업체가 몇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려면 돈을 더 내야한다는 말에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어플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섰던 몇몇 의원들은 그간 재미를 봤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시들하고 있다. 가상 성형과 견적내기 등의 기능으로 성형외과 어플이 인기를 끌자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어플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불과 7~8월 한 달새 비슷한 기능의 성형외과 어플이 10개가 등록됐다. 힘들여 어플 개발을 하나마나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단 어플의 제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환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선 유지 보수 업데이트를 해줘야만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스마트폰용 QR코드를 광고에 집어넣는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마케팅에 부심인 W성형외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실질적인 환자 확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은 QR코드나 어플을 이용한 광고에 대해 단순히 일회성으로 시도해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환자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어플 상용화가 바로 수익률과 연계되지 않아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플이 주는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기대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