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의료시장 지각변동 예고
|초점| 미용성형술 부가세 부과 의미와 전망정부가 미용성형 시술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기관=비영리기관’라는 개념이 깨졌다.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가 의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변화하고 있는 정부의 패러다임을 조명하고 뽑아든 칼끝의 방향을 예측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무너진 성역…정부, 의료업에 메스
(하)어디까지 확대되나 관심집중
정부가 의도했건, 의도 하지 않았건 이 같은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의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의료분야에 대해 부가가치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성형외과 개원의들뿐만 아니라 비급여 진료과 개원의들 사이에서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급여 의료기관들 마케팅에 주력…경쟁구도 심화
의료계 내부에선 벌써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앞서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발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강남역 일대 A안과의원은 최근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렸다. 의료기관의 수익을 철저히 공개하는 대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A안과의원 이모 원장은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고 향후 부가가치세까지 부과한다는 것은 결국 의료기관을 개인사업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면세혜택을 누렸던 과거에 머물러서는 의료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변화는 의료시장에 무한경쟁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압구정역 인근의 B성형외과는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병원 내 온라인 마케팅 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마케팅 비용이 추가적으로 더 투자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당 성형외과 관계자는 “이제 의료시장, 특히 비급여 시장에서 의료기관 간에 경쟁구도는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에선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에 의료계 내부에선 시장에 의해 가격이 조정되는 등 철저한 시장논리가 적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도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시행된 현금영수증 의무화, 비급여 고지의무화 등 정부에서 쏟아내는 정책들만 살펴보더라도 정부는 일관되게 비급여 진료에 대해 더이상 비영리 의료행위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칫 의료시장이 마케팅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시장에 던져진 의료기관, 투명 경영이 해답
의료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의료기관들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한 해답을 투명경영에서 찾고 있다.
C네트워크의원 김모 대표 또한 “정부가 의료기관을 일반 자영업자와 동일하게 인식하면서 의사들 특히 비급여과 의사들은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패러다임을 달리 하고 있다”며 “사회적인 의무는 이행하고 권리를 행사할 부분이 있다면 정당하게 요구하자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규모가 있는 네트워크병의원들은 세금은 모두 납부하되 이를 줄이기 위해 경비처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김 원장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소득을 축소해 신고 하다보면 은행 대출시 낮은 신용도 때문에 대출 한도액이 낮게 책정되므로 병원 개원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소득신고를 하면 추후에 신용도를 인정받아 은행에서 대출한도를 높여 결국 병원의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의료기관도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할 때가 됐다”며 “무조건 세금을 적게 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오히려 정당한 방법으로 소득을 인정받고, 재투자함으로써 병원을 키워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편이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경기도 모 병원은 철저히 연 수억원의 수익이 났지만 이를 그대로 신고하고 남은 수익에 대해서는 직원 인센티브 지급, 내부 인테리어, 의료장비 구축 등을 통해 경비 처리를 함으로써 세금을 대폭 줄이고 있다.
김 원장은 “부정적인 방법이 아닌, 투명한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외과 의사들은 이미 변했다”며 “국세청이 2000년 초반에 전체 성형외과에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했을 때부터 변화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형외과 의사들도 ‘낼 건 내자’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며 “이는 최근 실시되고 있는 연수강좌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세금 탈루했다간 자칫 더 큰 화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