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가 직접 경험한 의약분업 10년 문제점

박진규
발행날짜: 2010-09-06 12:45:17
  • 박영부 의무이사 "국민 불편-약가 상승-영역 파괴 초래"

지역의사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개원의가 지난 4일 열린 의사협회 의약분업 재평가 TFT 첫 회의에서 의약분업 10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의사회 박영부 의무이사. 그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왜 약제비가 늘어나게 되고 국민이 불편을 겪는지, 그리고 진료과목 간 영역이 파괴되었는지를 경험담을 곁들여 설명했다.

먼저 의약분업의 정책목표인 의약품 오남용 감소효과에 물음표를 찍었다. 그는 "여전히 도시 외곽의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 가면 관절염약과 피부병 약을 살 수 있고 옻닭 집에서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병째로 놓고 권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의약분업으로 불필요한 약의 사용이 줄어들고 비용이 덜 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원외약 처방 추세를 들어 반박했다. 박 이사는 "원외약 처방액이 2000년 11월 14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05년 5600만원, 2009년 11월 현재 7415만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병의원 1군데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와 약값을 합쳐 지불한 후 원내에서 조제된 약을 받고 집에 가서 편했지만 지금은 병의원서 진료 받고 다시 약국에 들러 처방약을 받아야 한다"며 국민 불편도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또 "예전에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존중과 신뢰로 연결되었다면 요즘의 관계는 처방전을 주고 돈만 받는 삭막하고 계약적인 관계로 변질됐다"고 토로했다.

의약분업이 진료과목 간 경계를 무너뜨려 의료시장을 혼탁하게 한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이사는 "과거에는 전문진료과 이외의 다른 질환에 대해서는 해당과에 전원해 진료를 받게 했지만 분업 후에는 환자가 요구하는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가 됐다"며 "피부과약을 처방하면 피부과 영역 침범이 되고 안약을 처방하면 안과 진료를 방해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약국과 관련해서는 "조제료 수입(5종세트)이 생기고, 원외처방량이 많은 문전약국은 약마진도 챙길 수 있게 됐다"며 "분업 전에는 각자 나름대로 먹고 살던 약국들이 분업을 전후로 병원근처로 이동해 문전약국은 대박, 동네약국은 피박을 쓰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회사의 경우 분업 전에는 할증이 적어 1차 의원에서 처방이 많지 않았던 국내 상위 메이커가 1차 의원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면서 회사 금고에 현금이 넘쳐나는 실정"이라고 했다.

박 이사는 이런 문제점의 해결 방안으로 "복지부가 의사들에게 정책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의약분업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100% 원점으로 회귀할 수 없다면 일본처럼 선택분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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