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연구 불발은 비급여 고시 위반 "관련자 징계 필요"
[특별기획] 카바수술이 남긴 의료행위 검증 과제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09년 5월 8일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에 대해 조건부 비급여 결정을 내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에 대한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이 수술의 안전성 논란이 국회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카바수술을 둘러싼 핵심 논란과 근본 원인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카바수술 논란의 핵심은 검증 실패
(하) 정부, 조건부 비급여 고시해놓고 ‘뒷짐’
조건부 비급여의 전제 조건은 카바수술의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하는 전향적 연구였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이 연구를 맡았다.
보건의료연구원은 “평가연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IRB(기관윤리심의기구) 심의를 거친 연구계획서에 따라 ‘전향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사전 정의한 조건에 맞는 환자들의 수술 전후 필요한 임상정보를 수집하고, 누락의 위험이 없는 대상자를 추적 관찰해야 타당하고 신뢰성과 윤리성이 확보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연구원은 심평원 실무위 심의를 거쳐 2009년 8월 20일 송 교수에게 평가연구수행계획서, 증례기록서, 환자 설명문 및 동의서 등을 제출하도록 통보했다.
실무위는 이 같은 자료 제출 요구에 송 교수가 응하지 않자 2009년 11월 2일 전향적 평가연구를 위한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시술 중단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연구원은 올해 2월 IRB를 통과한 연구계획서가 제출되기 전까지는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송부했다.
카바수술 조건부 비급여에 따른 운영지침을 위반한 것에 대해 행정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은 당시 건국대병원이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후향적 자료조사만 하고 있다는 상황도 복지부에 보고했다.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연구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건국대병원 IRB를 통과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송 교수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건정심 결정사항 위반에 해당해 연구계획서를 낼 때까지 시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고시 위반 사항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연구계획서 작성을 위한 실무위원회의 심의 내용에 대해 송 교수는 현재까지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계획서 미작성의 책임은 송 교수에게 우선 돌아간다”고 못 박았다.
후향적 연구로는 부작용 보고를 누락하거나 위험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어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고, 유효성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송 교수도 실무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전향적 평가를 위한 연구계획서를 두차례 낸 바 있다.
하지만 송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이 연구계획서에 대한 실무위원회의 검토 의견과 변경사항에 따라 계획서 수정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송 교수는 카바수술의 유효성, 안전성 연구를 위해서는 IRB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한국의료윤리학회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
심평원 실무위는 전향적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후향적 연구라도 할 것을 보건의료연구원에 요청했고, 이 역시 연구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올해 3월 8일 2007년 10월부터 2009년 6월 14일까지 건국대병원에서 시술받은 환자 명단을 근거로 의무기록을 열람한 230례를 조사한 결과 이중 9례에서 사망사례가 발견됐다는 중대한 이상반응보고를 복지부에 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그로부터 10일 후에도 추가 사망사례 1례와 중대한 이상반응이 관찰됐다는 것을 심평원 실무위원회에 보고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진 바 없다.
카바수술의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향적 연구를 한다는 고시를 위반해도, 중대한 이상반응보고를 해도 복지부가 꿈쩍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송 교수의 입장 역시 극명하게 갈린다.
송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이나 실무위원회는 자신들이 전향적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남에게 시켜놓고 마음에 안든다고 시술 중지 결의를 한다는 것은 지나친 횡포”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연구계획서의 IRB 승인 필요성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는 “보건의료연구원과 실무위원회는 IRB 적용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특정 수술법에 대해 특별히 허락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수술법에 대해 IRB를 요구하는 나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고시 위반한 카바수술, 복지부는 불구경만
특히 송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은 전향적 연구를 시작도 하지 않고, 후향적 연구로 시간을 끌고 세 차례에 걸친 월권적인 시술 중단 결의를 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평가자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다 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두차례나 언론에 유출되자 송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에 협조할 수 없다며 기피 및 제척 신청을 하기까지 했다.
보건의료연구원과 송 교수가 연구방법론을 놓고 1년 이상을 이와 같이 팽팽히 맞서 있었지만 복지부는 중재는 커녕 불구경만 한 결과 환자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킨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건의료연구원이 <카바시술의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 보고서 말미에 기술한 향후 조건부 비급여 제도 정착을 위한 정책적 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카바 연구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된 국가사업이지만 심평원, 공단, 식약청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협조받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보건의료연구원은 “이런 연구는 반드시 사전에 잘 짜여진 계획서에 따라 전향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조치가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카바수술이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적극 대처하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