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할 때마다 후배 전공의들이 일부러 불을 꺼요"

이창진
발행날짜: 2013-03-11 06:21:37
  • 40대 레지던트 민원 제기하자 복지부·병협 황당한 실태조사

"내가 샤워하면 후배 전공의들이 일부러 불을 끄고 있습니다. 문제 좀 해결해 주세요."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에 지방의 A중소수련병원 전공의로부터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의 요지는 후배 전공의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어 수련에 방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병협은 공동으로 해당 병원에 실태조사팀을 파견했다.

조사 결과 그동안 선·후배 전공의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이 있었다.

민원을 제기한 레지던트 4년차 전공의는 후배 전공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었고, 후배 전공의들은 선배 전공의가 제 멋대로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선배 전공의는 40대로 뒤늦게 수련과정에 입문한 특이한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전문의보다 나이가 많아 진료과장도 그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후배 전공의들 눈에는 나이 많다고 수련이나 진료과에서 특별대우를 받은 선배 전공의가 곱게 보일리 없었다.

여기에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온수 탱크에 물을 저장해 사용하는 A병원에서 선배 전공의가 목욕한다며 온수를 다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자 후배들은 당직 근무후 찬물로 샤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감정이 격해진 후배 전공의들은 선배가 샤워할 때 형광등 스위치를 내렸다.

이에 화가 난 선배 전공의는 경찰서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복지부와 병협에도 민원을 넣기에 이르렀다.

병협 관계자는 "수련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선후배 전공의간 감정싸움으로 판단해 화합을 유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면서 "이런 문제에까지 실태조사를 나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을 둘러싸고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독특한 사례였다"고 전하고 "감정 문제로 더 이상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조사를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전공의들도 문제지만 병원장이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대목은 문제가 있다"면서 "학회의 수련 프로그램이 병원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며 중소병원의 부실한 전공의 관리를 지적했다.

한편, 병원협회 수련위원회는 이번 지방 A수련병원 전공의 민원 건에 대해 '구두 합의' 선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마무리하고, 이를 복지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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