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진료 금지 초읽기 상황에 보험사 심사 압박도 거세져
상종 구조전환에 대학병원서도 위상 ‘흔들’…환자 어디로
정형외과에서 중증질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인한 위상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개원가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이중고가 예상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 보험사는 의료기관들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사경 진단 하 도수치료에 대한 심사 강화를 예고했다.
사경 치료 목적의 스트레칭, 운동치료, 마사지 치료는 급여 수가인 복합운동치료, 마사지 치료로 청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의료기관 수익 증가를 위해 도수치료를 과잉 실시하는 의료기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에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한 적정성 및 효과성 평가 등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니, 의료기관 역시 환자에게 무조건 실손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안내를 자제해달라는 요구다.
이미 혼합진료 금지로 도수치료에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도 심사를 강화하고 나서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보험사들이 마치 조사권을 가진 것처럼 이 같은 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 대응이나 답변할 의무가 없고 이를 우리 회원들에게도 홍보하고 있다"며 "이미 도수치료가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고 이미 4세대 실손보험에선 그 횟수가 정해져 있는 등 자체적으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또 청구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는데 왜 의료기관을 끼어들게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도수치료 외에도 충격파나 주사 치료 등 정형외과에서 이뤄지는 모든 비급여 치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있었던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혼합진료 금지 등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이후 정형외과가 비급여 의료행위를 가장 많이 한다는 식이 여론몰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중증질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대학병원 내에서의 정형외과 위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골격계 위주인 정형외과 질환들이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이 와중에 개원가에 대한 압박까지 심해지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정형외과의사회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상황에서 대학병원이 중증질환 위주로 전환하면, 정형외과의 위상이 줄어 교수들이 남을 명분이 없어진다"며 "더욱이 정형외과가 비급여를 많이 한다는 식의 매도로 추후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에 있어 문제 소지가 있다. 현재 정형외과는 대학과 개원가 모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웅 재무부회장 역시 "노인 환자들은 실손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수년째 주장하고 있는데, 매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노인 환자 물리치료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염증이면 2주, 통증이면 3주로 정해져 있다. 이로 인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인 환자들에게 치료받으러 오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