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베일리·허넥세오스 등 신약 CNPV 제도로 빠르게 승인
6개월 '우선심사' 넘어선 2개월 내 결론...환자 접근성 우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선보인 '국가 우선심사 바우처(CNPV)' 제도가 글로벌 신약 허가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통상 1년 가까이 소요되던 신약 심사 기간을 단 두 달 남짓으로 단축, 혁신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파격적인 속도전이 자칫 국내 환자들의 '신약 소외'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한국형 신속 허가 제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FDA는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존슨앤드존슨(J&J)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와 '다잘렉스(다라투무맙)' 병용요법을 2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치료제 승인에 따른 임상현장 치료 패러다임 변화도 중요하지만 허가 과정에 적용된 'CNPV(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제도가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텍베일리-다잘렉스 병용요법은 회사가 FDA에 허가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지 55일 만에 승인을 받게 됐다.
CNPV는 FDA가 국가적 보건 우선순위가 높다고 판단되는 혁신 치료제에 대해 심사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압축하는 신설 프로그램이다. 텍베일리 병용요법뿐만 아니라, 베링거인겔하임의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허넥세오스(존거티닙)' 역시 신청 44일 만에 허가를 획득하며 이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기존의 '우선심사(Priority Review)'가 10개월의 심사 기간을 6개월로 줄여주던 것과 비교하면, CNPV는 그야말로 '초고속'이다.
FDA 마티 마카리 국장은 "공중보건에 필수적인 제품의 심사 속도를 높여 유휴 시간을 없애겠다"며 제도 도입의 취지를 명확히 한 바 있다.
신약 접근성 '양극화' 우려…국내도 도입 목소리
글로벌 시장의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국내 의료 현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혁신적인 신약이 빠르게 시장에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과의 허가 속도 격차가 벌어질수록 국내 도입은 상대적으로 더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등 기간 단축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허가에만 수개월, 급여 등재까지는 평균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정부는 허가–평가–협상 절차를 병행하는 시범사업을 2023년 10월부터 운영하며 2차 약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지만, 이 중 아직까지 등재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2차 시범사업 선정 약제로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한국 MSD)', 드라벳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펜플루라민, 한국 UCB제약)',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림카토(안발셀, 큐로셀)' 등이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두 달 만에 허가된 약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2~3년이 걸린다면 그 사이 환자들은 검증된 신약을 두고도 쓰지 못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요법으로 인정받는 치료제를 국내 임상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글로벌과 국내 임상현장 간의 질적 갭(차이)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우리나라도 항암신약 등 중중질환 치료제에 대한 CNPV와 같은 초고속 허가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제도 등이 운영 중이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파급력은 미국의 바우처 제도에 비하면 미미하다"며 "혁신 신약에 대해 파격적인 심사 기간 단축과 함께, 이를 기업의 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산업적 측면을 넘어 환자의 치료 기회와 직결된다. 미국 환자가 44일 만에 투약받는 신약을 한국 환자가 2년 뒤에야 만날 수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식약처 역시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 위에 '속도'라는 혁신을 입힐 수 있는 한국형 CNPV 모델 검토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