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귀퉁이에서 의혹이 치솟을 때

강성욱
발행날짜: 2004-08-05 06:05:52
사면초가(四面楚歌) : 사면에서 들려 오는 초나라 노래란 뜻. 곧 ① 사방 빈틈없이 적에게 포위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 ② 주위에 반대자 또는 적이 많아 고립되어 있는 처지. ③ 사방으로부터 비난받음의 비유.

지난달 31일부터 온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모습은 사면초가의 그것과 같다.

휴가가 한창인 토요일, 뜨거운 태양아래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달했을 토요일 오후에 그 무섭다는 '뇌출혈'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줄곧 먹어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이것을 계기로 PPA와 관련된 식약청의 4년전 행적부터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수많은 의혹에 식약청은 둘러쌓였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미국 FDA가 식욕억제제 중 PPA함유약에 대해 대체성분인 '슈도에페드린'으로 바꾸길 권고했던 시점에 판금조치했던 PPA제제를 왜 2001년 제한적으로 허용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식약청 나름대로의 해명에 따르면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제제는 식욕억제제였으며 이와 별다른 상관이 없는 저용량의 PPA 함유 감기약에 대해서는 판매를 재개시켰다고 한다.

여기에 의혹은 또 있다. 왜 미국은 권고기준치가 75mg인데 반해 국내 기준치는 100mg였는지에 대한 이유도 의문부호 일색이다.

또한 지난해 말 대한의사협회 주관 심포지엄에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제약사들이 일선 영업사원을 통해 "곧 판매금지될테니 많이 사두라"는 식의 대량물량을 공급했다는 것도 의혹이다.

식약청과 제약사의 관계는 감시자와 감시받는자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감시자와 피감시자사이의 밀월이 어느 정도 애틋한 지는 알 수 없지만 나름의 친목을 있을 듯 하다.

굳이 PPA를 쓰지 않아도 될 약품을 판매재개하는 것이 당장의 국내 제약사들에게 숨통을 띄울 수는 있겠지만 만에 하나, 십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피해자를 생각했다면 이같은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대답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국민의 곁에서 행정을 펴고 '정말'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라면 판매금지 이후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하고 이의 결과에 따라 행동했어야 한다.

이제는 마무리다. 식약청 또한 계속적으로 해명자료를 내며 사후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이다. 언론 또한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뇌리속에도 잊혀져 갈 것이다. 식약청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행정'을 추구한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치솟아 오르는 의혹을 온 몸을 던져 막으려 급급하려면 폭발하고야 만다. 겸허히 그리고 합리적으로 수긍하고 이에 대해 해명 및 조치하며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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