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의료일원화인가

김동채
발행날짜: 2005-02-11 09:09:20
  • 김동채(대한한의사협회 재무이사)

2004년 12월에 의료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K한방병원과 S보건소의 행정 소송 과정에서, 재판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방 의료에 대하여 일부 판단을 함으로서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의계’와 ‘한의계’의 시각도 당연히 정반대였다. 이때부터 의계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이 소위 의료일원화 주장이다.

사실 필자가 ‘의료일원화’라는 용어를 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다만 이런 문제가 마치 전문인들의 영역 다툼처럼 논쟁거리로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기에서 한의계의 정책적인 공식 입장이나 의계 주장의 모순점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평소에 갖고 있던 한국의 의료제도나 정책 방향에 대한 평소 생각을 피력하면서, ‘의계’에서 주장하는 ‘의료 일원화’의 정책에 대하여 올바른 목적성과 방향성의 기준으로 참고하기를 바란다.

2005년 겨울호로 발행된 '의료정책포럼'에서 밝힌 박윤형 교수님의 의료일원화에 대한 고찰에서 밝혔듯이 일제의 한국 문화(한의학)의 말살정책으로 인한 영향과 이후로 전개되던 우리나라의 서양 의학(의학) 일변도의 정책 추진이 낳은 한의학의 왜곡된 역사에 동의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굴곡된 역사의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점의 시정이 우선 필요하다는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노력이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한의학을 몰이해하면서 일방적 잣대로 폄하하거나 왜곡하는, 관련 제도나 법률적인 보완을 정책에 반영하여 개선하기 보다는 과거 한·약분쟁에서 경험하였던 것처럼 자 직능의 영역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경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의학은 선조들의 유산이기에 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까지도 제세구민(濟世求民)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필요불가결한 가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학에서 서양학문 일변도의 정책 중심이 가져온 문제점들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초기 과학의 미숙함을 깨닫지 못하고 반인간적이고 반자연적인 학문의 모순점이 오히려 과학의 발달이란 이름으로 친환경적이고 종학적인 학문의 모습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면서, 난치병의 증가로 인하여 다시 돌아올 길은 한의학이라는 자신감을 더욱 강하게 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하여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 더욱 과감한 투자나 연구가 진행되는 현실에 대하여 “왜?” 라는 반성과 함께 개선책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곧 ‘의료 일원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논의의 귀결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의학의 세계화의 방법에 있어서 이것이 한의사들의 독점적 권한이라거나 한의사들의 직능 확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수년 전부터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환자들의 편익과 국가에 유익한 길을 찾고, 축적된 민족의 우수한 유산을 자랑스럽게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고대에 침구학이 한반도에서 출발되었으나 중국에서 중의학으로 합류되었던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던 중의학을 한반도에서 더욱 새롭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한의학으로 발달시켰던 선조들의 노력을 상기하여야 한다.

아직도 중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차이점을 애써 부인하면서 민족 문화로서의 한의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의학을 현 주소를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무엇이 이 시대의 과제인가를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강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의료 일원화?' 과거의 역사를 망각하면서, 주체성도 없는 공허한 울림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의계’와 ‘한의계’ 단체간의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집단 이익이라는 멍에를 질 수밖에 없다. 단절되었던 역사의 정립과 함께 양 당사자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하여 환자를 중심으로 최선의 의료 행위가 행하여 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전문인다운 태도가 아닐까?

과거 ‘메이지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국의 전통 의학(황한 의학)을 폐기하고 서양 의학만을 중심으로 의료정책을 시행했던 일본과 자국의 전통 의학(중의학)을 중심으로 세계인의 질병을 구제하겠다는 중국의 태도는 그 결과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약분쟁’이라는 모습으로 아픔을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의계에 대하여 사리에 맞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해결하는 ‘의료인’의 성숙된 모습을 기대한다. 우리 의료인은 상업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늘 그러했듯이 환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는 여러 형태의 문화 충돌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는, 그래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의사도 의사도 이 땅의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직업군이라면 그 본연의 임무를 중심으로 뛰어난 우리의 자산을 재평가하여 정립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정도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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