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강세 심상치 않다

박경철
발행날짜: 2005-10-03 07:13:45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주식시장의 가격은 경험상 20일 가격 평균치를 기준으로 ( 20일 이동평균가 ) 5% 이상의 상승을 보이면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가격의 상승 기간은 전체 거래기간에 비해 최대 3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적 믿음이지만, 최근의 주가는 이러한 경험적 판단으로는 풀이 할 수 없는 복잡한 방정식이 숨어있다.

그렇다면 최근 주가 강세의 본질은 무엇일까?

주가는 경기를 선반영 한다는 관점에서 최근의 주가 강세는 그동안 부진했던 우리 경제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확신에서 출발한 것일까?

최근의 경기동향을 보면 산업활동이나 소비자 기대지수와 같은 지표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무역수지나, 수출동향, 유가 상승을 비롯한 원자재가의 상승, 내수 경기의 양극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세수 부진으로 인한 조세부담율 증가등 어느것 하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였던 내수 경기역시 하반기 회복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핸드셋, LCD 등 IT 경기와 유화나 철강등 전통적 수출산업 역시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런데 왜 주가는 상승하는 것일까?

지금 주가 상승의 원인은 과연 지난 연말까지 한달에 500억 이달들어서는 무려 1조 2000억에 달하는 적립식 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자금의 유입이 만들어 낸 것일까? 또 이렇게 유입되는 간접투자 자금은 우리 경제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주가 수익배율이 거의 두배가까운 미국이나 일본, 혹은 우리와 유사한 신흥공업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가 수익배율이 저평가 되었기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가치"는 미국이나 일본의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신흥공업국에 비해 "성장성"이 돋보이는 것일까?

이렇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보편적인 믿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현재 적립식 펀드를 비롯한 증시 유입자금은 과연 계수상의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월 1조 수준의 간접 투자자금의 유입은 600조에 이르는 시가총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유입액에서 환매를 통해 빠져나가는 유출분을 제외 할 경우 순증의 의미에서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수치상으로는 최소 5-60 조가 유입되어야 10%의 상승이 가능한데. 왜 주가는 그 이상의 에너지를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현재의 주가상승은 매매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호가 상승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우리 시장의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시장은 지난 99년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증자로 인해 주식시장의 공급이 수요(자금증가)를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하락하였고, 이후 부실기업의 감자,퇴출,자사주 매입등으로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물량이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른 가격 상승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사이드의 변화가 반드시 바람직 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IMF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과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교훈이 근원이지만, 오히려 그 이면에는 기업이 투자에 대한 이익을 확보 할 자신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란 기본적으로 이익을 위해 투자를 하는 집단인데 역사적인 저금리 환경에서마져 기업이 투자를 꺼린다면 ( 자금 수요가 없다면 ) 근본적으로 이로인해 유발된 증권시장의 공급 부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상적 수급구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가격은 현재의 여건을 반영한다는 기본적 전제에서 증자 부진과, 공급 축소는 기본적으로 "전망"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수급불균형만으로는 시장을 설명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승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호가 상승" 이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지난 10년간의 매물벽을 돌파 한다면, 정상적으로 폭발적인 거래량을 수반하면서 주식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실제 거래는 지난 몇년간의 평균 거래량을 넘어서는 거래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매도세와 매수세간의 치열한 눈치보기로 인해, 매도나 매수 공히 적극적인 형태의 포지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즉 우리가 매스컴에서 접하는 기관의 물량 잠식은 외국인의 매도와, 혹은 개인의 직접보유가 간접보유로 전환되는 수급구조의 연장선이지 서로가 물량을 주고 받으면서 이익을 분산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주식 보유자는 주가지수 기준으로 수익이 양극화되면서 과거 고점대에서 보유했던 투자자는 이제 이익을 내기시작하는 단계이고, 1000 포인트 이하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조만간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구간대에 진입을 하게 된다.

때문에 현재 상황은 매도자가 적극적인 매도의지가 없기 때문에 전체 유통물량중의 일부가 매매되면서 소규모의 거래가 전체 가격을 대표하면서 호가상승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연초까지 강남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생각하면 쉽다 )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현재의 주가상승의 근본은 우리가 믿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저평가나, 경기전망, 간접자금의 유입, 수급구조상의 허점등이 아니라, 사실은 매매주체간의 눈치보기로 인한 호가상승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향후 시장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결국 해답은 1000 포인트 대에 매수한 투자자와, 과거 고점에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공히 이익실현에 대한 욕구를 느낄 수 있는 가격지점, 혹은 명분이 주어진 지점에서 대량의 거래를 동반한 매도세와 매수세의 극적인 충돌이 일어 날 것이며, 이지점에서 매도와 매수 양측의 전투의 결과가 중기적인 대세를 형성 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때의 매도/매수의 충돌은 무려 40% 이상의 유통물량을 보유한 외국인이 주도 할 수도 있고, 작년에 유입된 간접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개인의 역할 일 수도 있으며,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세수부족에 직면한 국유지분의 매각이나, 과거 부실자산을 인수했던 금융권, 혹은 신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지분 매각이나 증자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들도( 예를 들면 블록 세일 과 같은 ) 결과적으로는 공급의 차원에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장에서 공급부족을 겨냥한 인위적인 공급확대나 외국기업 상장과 같은 발상은 치명적인 선택으로 작용 할 수 있고 ( 수급의 교란과 정작 국내 기업이 금리상승이나 투자 욕구로 인한 증자를 필요로 할 시점에 공모자금의 분산을 불러온다 ), 시장 상승에 안도하는 신규자금 유입을 틀어 막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올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주가 상승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즐길 소지가 있었지만, 그리 멀지 않아 수급차원에서 진검 승부가 벌어 질 것을 예상 한다면, 이제 시장에 대한 모조건적인 단기낙관은 조금씩 거두고 조만간 이루어 질 이 싸움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것 역시 과정의 문제이지 중장기적 결과에서는 상승쪽이 유리하다는 전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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