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③ 의료전달체계 편 지역거점병원 활성화·4차병원 도입
|보건의료 정책 공약 특별 대담|
|특별취재팀| 의원-병원-종합병원-대형병원으로 나눠져 있는 의료전달체계. 체계는 있지만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고 의료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형병원 외래진료 축소, 의료기관 기능별 수가구조 마련, 중소병원 역할 재검토 및 신규 진입 제한과 명예퇴직 활용 등의 세부 공약도 내놨다.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초청, 특별대담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의료전달체계 허리 위치에 있는 중소병원의 애매한 역할에 특히 공감했고 대형병원이 경증 환자를 보고 있는 현실 타개책을 적극 고민했다.
애매모호한 중소병원, 좀비병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
진행: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의원-중소병원-대형병원으로 나눠져 있는데, 중소병원의 역할이 모호하다.
조원준 전문위원(이하 조): 중소병원 역할이 애매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높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그만하고 싶어도 털고 나오기 쉽지 않다. 퇴출 구조도 없고 유지하게 만들어 놓은 제도 때문이다. 좀비병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신규진입을 제한하고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권용진 교수(이하 권):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가 2년 동안 활동했고 권고문을 작성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논의의 핵심은 병상총량제다. 병상문제와 합병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20년 전 중소병원 개혁안으로 등장한 게 개방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세가지인데, 첫번째로 정리해야 할 대상이 요양병원이다. 300병상 미만 병원과 요양병원이 보는 환자군이 크게 다르지 않다. 종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환자를 보고 있냐를 봐야 한다.
입원하고 있는 환자 형태를 공개해야 한다. 길가는 노인 아무나 입원시켜도 진단명을 붙일 수 있다. 입원환자 질병양상의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걸 갖다놓고 병원종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행위를 많이해야 살 수 있는 수가체계부터 바꿔야"
진행: 병상을 제한하면 개원의가 중소병원으로 갈 수 있는 장벽도 덩달아 높아진다. 종별 상관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도 문제다.
서인석 보험이사(이하 서): 일정베드 이상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부분은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래도 전달체계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은 의사면허를 따고 나오면 어느 진료과 의사든지 의사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같았으면 한다. 피안성, 정재영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 말이다.
현실은 진찰 보다 검사 등을 많이 해야 먹고 살수 있는 구조다. 행위를 많이해야 한다. 의사가 1시간 일했을 때 생산성이 비슷하게 되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검사를 2분의1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가체계는 종별이 없고 진찰, 검사, 처치, 수술 등으로 분류 돼 있으며 이제 막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끝난 상황이다.
권: 종합병원과 의원이 같은 지불제도 하에 있는 나라는 없다. 동네의원은 입원을 안보면, 병원은 외래를 안보면 돈을 많이 벌게 해줘야 한다. 우리는 똑같이 많이 보면 많이 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지불제도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맞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국민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문제가 책임성(accountablility)이다. 사회보험에 대한 책임의식이 너무 떨어져 있다. 조금밖에 없는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쓰지 않으면 모두가 손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동훈 회장(이하 기): 경증환자는 게이트가 필요하다 이를 국민한테 알려야 한다. 환자는 병원의 기능을 모르니까 큰병원을 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캠페인이 필요하다.
"대형병원 쏠림 방지, 탁상공론은 그만"
진행: 자연스럽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라는 화두로 넘어왔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기: 대학병원조차도 병원마다 오는 환자군이 다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은 중증환자에게는 좋은 병원이다. 시스템은 물론이고 인력풀도 충분하니 말이다. 걸어 들어오는 환자, 119구급차를 타고 들어오는 환자 출입구가 따로 있다.
반면 가벼운 외상 환자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일례로 장염환자가 왔을 때 초음파 검사부터 심전도 검사까지 해서 중환이 아님이 확인되면 돌려보낸다. 이 과정에 인력이 정말 많이 쓰인다. 그렇다고 오는 환자를 무작정 돌려보낼 수도 없다.
지역거점병원들도 예전에는 중증환자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무조건 서울로 보낸다. 서울까지 오다가 죽는 경우도 많이 봤다. 최소한 지역거점병원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해 환자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서: 지방대병원 입장에서는 암 같은 중증 환자들이 전부 서울로 가버리니까 투자를 안하게 된다. 환자를 홀딩한 능력도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방으로 2년만 근무토록 하면 지방거점병원이 활성화될 수 있지않을까.
환자가 직접 2차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환자 전원이 필요할 때, 지역거점병원을 거쳐서 오면 보다 빨리 치료 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2차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메리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급도 마찬가지다.
권: 요즘은 팀치료가 너무 일반화 돼 있어서 교수 한사람을 지역거점병원에 파견해도 소용 없다. 다른과와 협진이 순간순간 벌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팀 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대형병원 가면 진료비를 지금보다 10만원 더 내라고 해도 환자들은 갈 것이다.
그래서 '4차병원'이 필요하다. 아무나 진입이 불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가벼운 질환이면 갈 수 없는 그런 병원 말이다. 빅4 병원을 4차병원 형태로 떼어내지 않는 한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조: 비슷한 맥락인데 외래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형병원 입장에서도 외래 환자를 받고 싶지 않지만 수익이 문제니까 불안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형병원은 포괄수가제, 그 이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수가체계를 다원화 하는 것이다. 비급여 없이 병원운영이 가능한지도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수가도 원가 70% 미만이라고 하는데 검증해봐야 한다. 정상화 한다고 100%로 올린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가를 개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 수가 체제에서 단순히 비율만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증적 데이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실적 불안감을 해소하면 저항도 달라질 것이다. 전문가끼리 대충 논의하거나 탁상공론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지 않았나.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멍하고 새로운 정부가 오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급여를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갈수록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사라지고 있다. 다시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이창진, 이지현, 박양명 기자/ 사진: 최선 기자
|특별취재팀| 의원-병원-종합병원-대형병원으로 나눠져 있는 의료전달체계. 체계는 있지만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고 의료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형병원 외래진료 축소, 의료기관 기능별 수가구조 마련, 중소병원 역할 재검토 및 신규 진입 제한과 명예퇴직 활용 등의 세부 공약도 내놨다.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초청, 특별대담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의료전달체계 허리 위치에 있는 중소병원의 애매한 역할에 특히 공감했고 대형병원이 경증 환자를 보고 있는 현실 타개책을 적극 고민했다.
애매모호한 중소병원, 좀비병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
진행: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의원-중소병원-대형병원으로 나눠져 있는데, 중소병원의 역할이 모호하다.
조원준 전문위원(이하 조): 중소병원 역할이 애매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높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그만하고 싶어도 털고 나오기 쉽지 않다. 퇴출 구조도 없고 유지하게 만들어 놓은 제도 때문이다. 좀비병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신규진입을 제한하고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권용진 교수(이하 권):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가 2년 동안 활동했고 권고문을 작성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논의의 핵심은 병상총량제다. 병상문제와 합병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20년 전 중소병원 개혁안으로 등장한 게 개방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세가지인데, 첫번째로 정리해야 할 대상이 요양병원이다. 300병상 미만 병원과 요양병원이 보는 환자군이 크게 다르지 않다. 종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환자를 보고 있냐를 봐야 한다.
입원하고 있는 환자 형태를 공개해야 한다. 길가는 노인 아무나 입원시켜도 진단명을 붙일 수 있다. 입원환자 질병양상의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걸 갖다놓고 병원종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행위를 많이해야 살 수 있는 수가체계부터 바꿔야"
진행: 병상을 제한하면 개원의가 중소병원으로 갈 수 있는 장벽도 덩달아 높아진다. 종별 상관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도 문제다.
서인석 보험이사(이하 서): 일정베드 이상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부분은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래도 전달체계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은 의사면허를 따고 나오면 어느 진료과 의사든지 의사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같았으면 한다. 피안성, 정재영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 말이다.
현실은 진찰 보다 검사 등을 많이 해야 먹고 살수 있는 구조다. 행위를 많이해야 한다. 의사가 1시간 일했을 때 생산성이 비슷하게 되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검사를 2분의1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가체계는 종별이 없고 진찰, 검사, 처치, 수술 등으로 분류 돼 있으며 이제 막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끝난 상황이다.
권: 종합병원과 의원이 같은 지불제도 하에 있는 나라는 없다. 동네의원은 입원을 안보면, 병원은 외래를 안보면 돈을 많이 벌게 해줘야 한다. 우리는 똑같이 많이 보면 많이 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지불제도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맞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국민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문제가 책임성(accountablility)이다. 사회보험에 대한 책임의식이 너무 떨어져 있다. 조금밖에 없는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쓰지 않으면 모두가 손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동훈 회장(이하 기): 경증환자는 게이트가 필요하다 이를 국민한테 알려야 한다. 환자는 병원의 기능을 모르니까 큰병원을 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캠페인이 필요하다.
"대형병원 쏠림 방지, 탁상공론은 그만"
진행: 자연스럽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라는 화두로 넘어왔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기: 대학병원조차도 병원마다 오는 환자군이 다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은 중증환자에게는 좋은 병원이다. 시스템은 물론이고 인력풀도 충분하니 말이다. 걸어 들어오는 환자, 119구급차를 타고 들어오는 환자 출입구가 따로 있다.
반면 가벼운 외상 환자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일례로 장염환자가 왔을 때 초음파 검사부터 심전도 검사까지 해서 중환이 아님이 확인되면 돌려보낸다. 이 과정에 인력이 정말 많이 쓰인다. 그렇다고 오는 환자를 무작정 돌려보낼 수도 없다.
지역거점병원들도 예전에는 중증환자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무조건 서울로 보낸다. 서울까지 오다가 죽는 경우도 많이 봤다. 최소한 지역거점병원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해 환자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서: 지방대병원 입장에서는 암 같은 중증 환자들이 전부 서울로 가버리니까 투자를 안하게 된다. 환자를 홀딩한 능력도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방으로 2년만 근무토록 하면 지방거점병원이 활성화될 수 있지않을까.
환자가 직접 2차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환자 전원이 필요할 때, 지역거점병원을 거쳐서 오면 보다 빨리 치료 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2차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메리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급도 마찬가지다.
권: 요즘은 팀치료가 너무 일반화 돼 있어서 교수 한사람을 지역거점병원에 파견해도 소용 없다. 다른과와 협진이 순간순간 벌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팀 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대형병원 가면 진료비를 지금보다 10만원 더 내라고 해도 환자들은 갈 것이다.
그래서 '4차병원'이 필요하다. 아무나 진입이 불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가벼운 질환이면 갈 수 없는 그런 병원 말이다. 빅4 병원을 4차병원 형태로 떼어내지 않는 한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조: 비슷한 맥락인데 외래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형병원 입장에서도 외래 환자를 받고 싶지 않지만 수익이 문제니까 불안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형병원은 포괄수가제, 그 이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수가체계를 다원화 하는 것이다. 비급여 없이 병원운영이 가능한지도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수가도 원가 70% 미만이라고 하는데 검증해봐야 한다. 정상화 한다고 100%로 올린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가를 개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 수가 체제에서 단순히 비율만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증적 데이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실적 불안감을 해소하면 저항도 달라질 것이다. 전문가끼리 대충 논의하거나 탁상공론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지 않았나.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멍하고 새로운 정부가 오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급여를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갈수록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사라지고 있다. 다시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이창진, 이지현, 박양명 기자/ 사진: 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