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내과 전문의
필자는 동대문을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졌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수련 받은 내과 전문의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20대 윤일규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21대 국회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혹자는 물었다. ‘편한 길’을 두고 왜 굳이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걷느냐고. 나는 믿는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 1명이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잘 아는 의사가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정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위해서든, 더 많은 의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참여해야 하고, 세력화해야 한다.
경선에 진 직후 3월 29일 대구로 내려갔다. 필자는 경선을 이유로 대구에 가지 못했고, 먼저 가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 정치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쉬고 싶었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병원은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지만, 역설적으로 ‘전쟁터’에 있을 때 가장 ‘속 편하다’는 것을.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데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인가.
중환자실에서 하루 평균 8~12시간을 일했다. ‘좋아질 수 있을까?’ 걱정했던 환자들이 기계호흡기를 떼고 중환자실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환자 살리는 보람을 느꼈다. 연신 고맙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인사에 위로받으며, 경선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나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냈더니 2주가 훌쩍 흘렀고 선거도 끝났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일부 의사 중에는 ‘이제 망했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전혀 좌절할 이유가 없다. 의사 개개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으나 의료계란 집단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13만 의사의 정치적 성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민주당을, 누군가는 통합당을, 누군가는 정의당을 지지하며, 특정 당의 지지자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지금은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할 때이다. 의료계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색을 떠나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에 많이 반영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2명의 의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아마도 복지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명 모두 여당 소속이다.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여 과반 정당이 된 지금, 의료계의 소통창구가 되어줄 2명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것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이나 법이 통과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의료계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특정 정당과 척을 질 때가 아니라, 연대할 때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으니 돌연 의료계가 민주당을 지지해야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의료계란 집단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정치적 연대와 지지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의료계가 가진 카드는 두 장이다. 하나는 전문가로서의 의견. 정책 수립이나 입안 과정에서 현장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의 자문은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정치적 성향을 철저히 지우고 전문가로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테이블에 조차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항상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자세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정치는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기는 싸움이다.
마지막 하나의 카드는 국민이 준, 가장 힘이 센 ‘필살기’다. 바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최전선에서 싸워준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의 감사와 응원이다. 의료계 전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지지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여론은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더디지만 언젠가 끝날 것이고, 21대 국회가 꾸려지면 미뤄놓았던 보건의료정책을 처리해야 한다. 그 때 의사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 지는, 지금 의료계의 행보에 달렸다. 위기는 곧 기회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당이 여당이 되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거대 여당을 의료계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들의 정치세력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혹자는 물었다. ‘편한 길’을 두고 왜 굳이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걷느냐고. 나는 믿는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 1명이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잘 아는 의사가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정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위해서든, 더 많은 의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참여해야 하고, 세력화해야 한다.
경선에 진 직후 3월 29일 대구로 내려갔다. 필자는 경선을 이유로 대구에 가지 못했고, 먼저 가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 정치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쉬고 싶었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병원은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지만, 역설적으로 ‘전쟁터’에 있을 때 가장 ‘속 편하다’는 것을.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데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인가.
중환자실에서 하루 평균 8~12시간을 일했다. ‘좋아질 수 있을까?’ 걱정했던 환자들이 기계호흡기를 떼고 중환자실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환자 살리는 보람을 느꼈다. 연신 고맙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인사에 위로받으며, 경선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나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냈더니 2주가 훌쩍 흘렀고 선거도 끝났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일부 의사 중에는 ‘이제 망했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전혀 좌절할 이유가 없다. 의사 개개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으나 의료계란 집단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13만 의사의 정치적 성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민주당을, 누군가는 통합당을, 누군가는 정의당을 지지하며, 특정 당의 지지자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지금은 정치적 계산을 해야 할 때이다. 의료계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색을 떠나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에 많이 반영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2명의 의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아마도 복지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명 모두 여당 소속이다.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여 과반 정당이 된 지금, 의료계의 소통창구가 되어줄 2명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것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이나 법이 통과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의료계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특정 정당과 척을 질 때가 아니라, 연대할 때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으니 돌연 의료계가 민주당을 지지해야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의료계란 집단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정치적 연대와 지지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의료계가 가진 카드는 두 장이다. 하나는 전문가로서의 의견. 정책 수립이나 입안 과정에서 현장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의 자문은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정치적 성향을 철저히 지우고 전문가로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테이블에 조차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항상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자세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정치는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기는 싸움이다.
마지막 하나의 카드는 국민이 준, 가장 힘이 센 ‘필살기’다. 바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최전선에서 싸워준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의 감사와 응원이다. 의료계 전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지지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여론은 정치권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더디지만 언젠가 끝날 것이고, 21대 국회가 꾸려지면 미뤄놓았던 보건의료정책을 처리해야 한다. 그 때 의사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 지는, 지금 의료계의 행보에 달렸다. 위기는 곧 기회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당이 여당이 되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거대 여당을 의료계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들의 정치세력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