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심평원장에게 주어진 의료계 검찰 프로젝트

발행날짜: 2020-04-22 07:50:59
  • 문성호 의료경제팀 기자

"건강보험 적정성과 타당성을 판단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하겠다."

김선민 신임 심평원장은 22일 열린 취임식에서 진료비 심사‧평가 대표되는 기관의 기능과 위상을 이전보다 올려놓겠다고 다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른바 보건‧의료계의 검찰 혹은 대법원의 역할 정립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선민 원장은 2000년 기관이 설립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해왔다. 심평원에서 14년여의 세월을 보내면서 기관의 어제와 오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온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김선민 원장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개혁 과제로는 '신뢰회복'을 꼽는다. 사실 카운터파트인 의료계의 심평원에 향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심평원의 주요 기능인 심사서부터 평가, 수가 개발을 두고서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일일이 사례를 들어서 말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오죽하면 의료계가 심평원의 심사를 두고서 '심평의학'이라고 비아냥거릴까.

신뢰회복이 더 급한 이유는 의료계의 협조와 참여가 생명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진료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뿐더러 보건‧의료 제도 설계, 기관의 조직 구성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는 곳이 심평원이다. 실제로 기관의 원주 이전 후 현미경 심사를 전담할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관의 최대 과제인 심사체계 개편에 있어 의료계 일부의 보이콧으로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바로 김선민 원장이라는 점이다.

2개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이면서도 심평원 내 의사조직인 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 10년 넘게 평가위원으로 생활해왔던 그이기에 의사들의 협조와 참여가 절실한 기관 운영 상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론 김선민 원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0년대 초반 포괄수가제 전도사 나섰던 탓에 의료계로부터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현재까지도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김선민 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불만을 가진 의사들의 목소리가 SNS를 통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세간의 따가운 비판을 불식시키고 의료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이제 김선민 원장의 몫이다. 그래야지 심평원도 비로소 의료계 검찰로서 권위가 생기지 않을까.

김선민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의료계와 국민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기전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본인이 꿈꾸는 신뢰회복 프로젝트가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더 이상 심평원 앞에서 의료계나 환자단체가 집회하는 모습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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