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 사회적 차별은 옛말, 의료계내 영향력 키울 것"

박양명
발행날짜: 2020-05-25 05:45:50
  •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의료계 리더 교체 시점 맞춰 대의원회 여의사 참여 확대 기회
    코로나19 영향 언택트 문화, 여의사회 사업에도 반영 예정

"여자 의사는 구색 맞추기 위함이었다. 남자들 세상이었다."

한국여자의사회 윤석완 신임회장(68, 성완산부인과)은 80년대 후반, 처음 서울시의사회 산하 구의사회에 뛰어들었을 때 분위기를 이같이 표현했다.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30대 회장
윤석완 회장이 느낀 분위기였지만, 실제 의사라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서도 '남자와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그랬다. 그때는 그랬다.

여의사회는 수년전부터 '양성 평등'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와 의료계 성폭력 대응 표준 매뉴얼을 제작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성평등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관련 인권 센터도 운영하며 캠페인도 진행했다.

윤석완 회장 역시 일련의 여의사회 움직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누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미리 해줬더라면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것"이라며 "그 시대에는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견뎌내는 게 여성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양성 평등을 외쳤더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존재다. 이제는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멘토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데 윤 회장도 공감했다. '여의사'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의사회 신현영 법제이사가 21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여성 의사의 입지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윤 회장은 "여성 의사의 정치사회적 역량이 부쩍 커졌다"라며 "정치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 전문가로서 자질과 품격을 높이도록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자 의사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라며 "여성이 일과 가사를 양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도 여의사 세력화 필요"

의료계 내에서도 여의사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숫자는 10만2471명으로 이 중 여성의사 비율은 24.6%로 2만5210명이다. 그럼에도 의협 대의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의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윤석완 회장은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전체 의사의 4분의1이 여성임에도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의협 대의원회에 여의사 비율은 3~4%에 불과하다"라며 "의협회장을 비롯해 대의원까지 모두 바뀌는 내년에 시도의사회, 시군구의사회 병원급에 여의사 참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의사회가 의협 산하단체로 편입되면 대의원 숫자를 늘릴 수 있지만 정관 개정 등이 있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선은 관련 의사회와 기관에 여의사 참여 요청을 먼저 해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1988년 서울 동대문구의사회에서 공보이사를 맡으며 의료계 조직 활동에 발을 들인 윤석완 회장은 동대문구의사회장, 이화의대 동창회장을 거쳐 여의사회장으로 정점을 맞았다.

그는 지금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서번트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을 뜻하는 말로 구성원에게 목표를 공유하고 성장을 도모하면서 리더와 구성원 간 신뢰를 형성시켜 조직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리더십이다.

윤 회장은 "리더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다"라며 "구성원이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이사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고 리더로서, 선배 의사로서 지혜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새롭게 추진하는 '언택트(untact) 사업'도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의사회는 유튜브나 SNS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TFT를 구성한 상태다.

윤 회장은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SNS를 통해 회무가 발전하도록 정보통신 기능을 강화하려고 한다"라며 "각종 정보 공유를 비롯해 대내외 사업 및 홍보 창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 얘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실천하는 지성, 행동하는 지성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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