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연속 의사 창업…"두려움 이긴 한 발 중요"

황병우
발행날짜: 2020-07-20 05:45:55
  • 의생탐구②휴대용 무선초음파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의대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창업 도전과 준비


'창업', '벤처'

임상 외 진로분야를 꿈꾸는 의대생들에게는 한번쯤은 생각해봤을법한 단어다. 하지만 단순히 의지만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분야. 접근 허들이 높기 때문에 의대생들의'어떻게'에 대한 궁금증도 높다.

이런 의대생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생 진로 탐구생활'이 선택한 2번째 만남은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과거 우주인 도전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류 대표는 '딴 짓'을 꿈꾸는 의대생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메디칼타임즈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 단체인 메디컬매버릭스의 모채영 의대생(가천의대 본과2학년), 정은별 의대생(원광의대 본과1학년)과 함께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를 만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류정원 대표는 창업은 의학분야와 달리 99%의 실패보다 1% 성공에 초점을 더 맞춘다고 밝혔다.

류정원 대표는 공대를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을 들어가 이후 2012년에 힐세리온을 창업했다. 3년의 연구를 거쳐 세계최초로 휴대용 무선 초음파 기기를 만들어 기업 역시 성장을 거듭해 의사출신 스타트업 대표 중 한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의대생들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의학이 창업을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전문 과목을 어떻게 선택해야하는지"였다.

"창업을 위해서 전문과목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류 대표는 관심 분야에 맞는 전문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감염병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감염내과가 될 수도 있고 기초의학을 전공해서 백신개발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한 전문과목으로 인해 창업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류 대표는 "전문과목과 창업을 연결시킨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겠지만 현장에 있다 보면 전공과 아주 밀접하지 않고 창업자의 전공이 매칭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정은별 의대생(원광의대), 모채영 의대생(가천의대), 류정원 대표

"'사업', 리스크(risk)를 신경 쓰면 아무것도 못한다."

의대생들이 창업과 관련해 많이 물었던 질문 중 하나는 도전의 연속인 창업에 있어서 '가족'의 이해나, 리스크 관리 등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이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만났던 한 의대생 벤처창업가는 학업 등의 문제로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사업 외에도 무언가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가족이나 본인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그것이 걱정돼서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대표가 언급한 하나의 예시는 '냉장고 PT'. 냉장고에 포스트잇 등으로 PT슬라이드를 만들어 냉장고에 붙여 가족들에게 어떤지 의견을 묻는 방법으로 가족들의 반대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의학의 관점에서 가령 리스크가 30%되는 수술이라면 절대 하면 안 되지만 사업가는 1%의 가능성과 99% 리스크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지 기반인 가족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면 투자자, 파트너, 고객도 설득할 수가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창업에 있어서 어떤 전문과목을 선택해야하는지를 가장 궁금해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속에서 AI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류 대표가 강조하는 의대생이 가져야할 역량은 그 분야의 공부와 소통에 대한 능력 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 있는데 잘 모른다면 숭배하거나 배척할 수 있기 때문에 분야에 대해 공부는 필요하다"며 "하지만 전공을 해서 그 분야를 면밀히 알아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고, 연구자, 공학자와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관심이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의대생이 창업에 대해 누구나 대표가 되는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창업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본인이 창업을 하는 것 외에도 의학을 잘 아는 것을 바탕으로 창업을 지원하거나 어드바이져 등 다양한 창구가 열려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전의 연속 힘들지만 '목표'가 있어 이겨낸다."

공학도와 의학도 중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것이 어느 분야인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림 없이 "창업가 혹은 사업가"라고 밝힌 류 대표.

한 회사의 대표인만큼 그가 겪는 어려움도 많은 것도 사실. 이러한 어려움은 '꿈'이 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고 전했다.

류 대표는 "과거 우주인 선발과정 등을 돌이켜보면 준비하면서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투자를 받는 거도 어렵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인 꿈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후배들도 목표가 있다면 도전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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