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집중관리군 모니터링 점심시간·주말 '반납'
외래진료 중단하는 의원도 '등장'…"재택환자에 집중"
재택치료가 개원가 진료시간을 바꾸고 있다. 노원구 등 의원급이 집중관리군을 담당하는 지역에선 참여기관 대부분이 근무시간을 2시간 이상 늘린 상황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집중관리군 재택치료 참여의원 대다수가 진료시작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췄다. 하루 2회 모니터링을 진행해야하는 만큼 오전 진료시작 전에 이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실제 노원구 집중관리군 재택치료를 진행하는 의원 32곳은 모두 진료시간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노원구에선 한 의원 당 10명 내외의 집중관리군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모니터링 하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기존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시간을 조정한 것.
한 내과의원은 기존 9시였던 진료시작 시간을 10시로 늦췄지만, 출근시간은 오히려 빨라졌다. 오전 8시부터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해 7시 즈음엔 출근해 관련 준비를 끝마쳐야 하기 때문.
점심시간도 사라졌다. 통상 동네의원 점심시간은 1시부터 2시까진 데 해당 의원은 오후 모니터링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한다. 다만 식사를 거르는 것은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의사 뿐 다른 직원들의 점심시간엔 영향이 없다.
오후 진료시간이 한 시간 늦춰진 만큼 기존 6시였던 마감도 7시로 늦춰졌다. 표면적으론 진료시간이 한 시간 뒤로 미뤄진 것이지만, 실제로 의사가 근무하는 시간은 2시간 늘어난 셈.
해당 내과 원장은 "집중관리군을 담당하는 만큼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는 환자들을 놓치기 않기 위한 조치"라며 "고되긴 하지만 두 명의 의사가 교대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기 때문에 의원 운영에 큰 지장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중관리군 환자는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택치료 참여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야간당직을 서는 것도 큰 변화다.
환자 모니터링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행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의사는 진료실에서 밤을 세워야 한다.
야간당직을 진행했던 한 개원의는 "계속 앉아있기 어렵기 때문에 진료실에 침낭을 깔고 당직을 섰다"며 "야간엔 먼저 전화해 모니터링 할 필요는 없고 환자의 전화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콜이 거의 없고 위급한 상황이 생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개원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당직을 했는데 한 두 차례 전화가 오긴 했지만 모두 '보건소에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행정적인 문의였다고 설명했다.
아예 외래진료를 중단하고 재택치료에만 집중하는 의원도 있다. 이비인후과 등 코로나19 악영향이 큰 진료과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외래진료를 중단한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코로나19 여파로 다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감기 등 호흡기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급감했다"며 "외래진료는 중단해도 무방한 반면, 재택치료자는 급증하는 추세여서 더 시급한 쪽에 집중하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가 마련한 컨소시엄 모델로 재택치료를 진행하는 의원은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택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나 위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회 차원에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여기 소속된 운영위원은 주말도 반납하고 근무하는 상황이다.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은 "현재 6명의 의사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데, 한 명은 서울시로 파견가고 나머지 5명은 민원처리나 환자배정 등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환자명단이 자정 즈음에 넘어오는데 이를 다시 분류해 새벽에 각 의원에 배정하고, 전체채팅방도 여러 개 만들어 참여기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어 "집중관리군 환자 대응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만큼, 운영위원이나 참여기관 원장들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다들 보람이 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