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임기 소회 밝혀…"전문대 양성 미해결 안타깝다"
간호법 간무사 차별 '수용불가'…"간무협 권익 앞장설 것"
7년 간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른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협회 규모를 키우긴 했지만, 숙원사업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18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간호조무사 위상 강화와 협회 성장에 대한 자부심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 숙원사업인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과 '간호조무사 법정단체 인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장직을 떠나긴 하지만 아직 간무사 차별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한 사람의 보건의료인으로서 부당대우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관련 활동을 이어나겠다는 각오다.
■홍 회장 집행부, 처우 개선 집중…회원 3배 증가
홍 회장은 간무협 19·20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간호조무사 위상 강화' 및 '열악한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에 집중해왔다.
2016년부턴 매년 간무사 임금근로실태를 조사하고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간무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부당대우, 차별 등을 공론화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간무사들은 부끄럽다는 생각에 본인들의 부당한 처우를 쉬쉬해왔는데, 이를 공론화해 사회적 문제로 조명한 것.
이밖에 ▲잠복결핵 의무검진 대상자에 간무사 포함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대상에 5인 미만 의료기관 간무사 포함 ▲파독간호조무사지원 법률 제정 등도 홍 회장 집행부를 통해 이뤄졌다. 간무사 법적 지위 향상과 역할 확대를 위한 성과로는 ▲지방공무원임용령 간호조무직렬 배열순서 개선 ▲재가장기요양기관 시설장 간무사 인정 ▲치매안심센터·방문건강관리전담공무원에 간무사 포함 등이 있다.
홍 회장은 "간무사 자격신고제 도입으로 체계적 관리 기반을 마련했으며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무사를 위해 보수교육 및 직무교육 분야 교육과정을 확대했다"며 "2018년엔 최초로 직무교육 운영을 위한 보건복지부 예산지원을 받게 됐으며, 이후 예산이 늘어나 올해는 3억 원의 지원받았다"고 전했다.
협회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한 성과다. 홍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5년, 5만 명 수준이었던 회원 수가 현재 15만 명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사무처도 규모도 3국 13명에서, 1실 5국 3부 43인으로 커졌다.
회원 편의성도 강화했다. 특히 민원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상담센터를 구축했고, 자문변호사와 노무사를 선임해 홈페이지에서 상시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홍 회장은 이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로 간절함을 꼽았다. 간무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 결과 자연스럽게 협회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전문대 설립, 법정단체 공감대 형성…다음 집행부 '숙제'
다만 간무사 전문대 설립,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등 숙원사업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은 다음 집행부의 숙제로 꼽았다. 숙원사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고, 그 필요성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이 특정단체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
홍 회장은 "2012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간무사 전문대를 막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8년 양성이 결정된 바 있다"며 "2013~2015년엔 보건복지부 '간호인력개편협의체'에서 이를 논의를 했고, 복지부에서 간무사 전문대 양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2015년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빠진 채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 간무협은 헌법소원, 학점은행제 간호조무전공 신설 제안, 백석예술대 간호조무전공 신설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이 같은 노력이 번번이 무산되는 실정이다.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역시 비슷하다. 2017년 보건복지부는 간무협 중앙회 준용조항 신설 등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 간무협 설립 근거 마련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고, 2019년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가 이뤄졌지만, 대한간호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홍 회장은 "전국 81만 간무사를 대표하는 본회가 간협의 갑질 때문에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간무사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제도 개선 및 양성 체계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며, 전문대 양성을 중심으로 간무사 교육제도 개선 및 간호인력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 및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등장에 따른 간호수요 증가로 인력이 부족해진 것도 문제다. 간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업무범위 논란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간무사 질 향상을 위해 분야별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해야 된다는 것.
홍 회장은 이를 위해 간무사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점은행제 간호조무전공 전문학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간무사가 의료법에 따라 책임과 역할을 다하면서도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전국 81만 간무사 권익을 대변하는 본회 법정단체 인정은 이런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며 간무사 권익향상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간무사 처우 개선 위한 인력기준 정비 강조
최근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과 관련해선 오히려 간무사 처우에 개악적인 독소조항을 내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회장은 "지금 간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본회는 간호법에 간무사 전문대 양성과 협회 법정단체 인정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 발의된 간호법은 간무사에게 아무런 득이 없고, 오히려 차별만 강화된다. 만약 간호법에 우리의 숙원과제를 담는다면 간호법 제정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무사 역시 간호법에 포함되는 간호인력인데 관련 논의가 간무협을 배제한 채 이뤄졌던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간무사가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선 관련 인력기준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의료사업이 간무사의 참여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홍 회장은 "올해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본 사업으로 전환 추진된다"며 "하지만 동네의원 근무 간호인력 85%가 의사 지도하에 간호 및 진료보조 업무를 할 수 있는 간무사임에도 이들은 해당 사업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의 간무사 정원규정 신설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무사의 73%가 법정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선 무자격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
그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의 간무사 정원규정 신설은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과, 간호서비스 질 향상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의 간무사 배치기준도 1:40을 폐지하고, 1:20로 신설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간무사의 62%가 최저시급이나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홍 회장은 "1차 의료기관 간호인력수가 제도를 도입해 의료소외지역 간호인력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각종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고용불안과 저임금이 국민건강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5인 미만 의료기관에도 동등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밖에 간호조무사 명칭 변경, 사회적 인식 개선 등 간무사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수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로나19 현장에서 애쓰는 간무사들을 향해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위협으로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도, 방역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준 전국 모든 간무사에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81만 간무사는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필수 간호인력으로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이 있기에 국민건강이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무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간무협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