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 확대 이후 성장률 대폭 증가…점유율 확대
박출률 보존 심부전 적응증 노리는 자디앙이 관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국내 시장에서 크게 매출이 증가하며 신장 적응증 확대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경쟁 약물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성장을 보였지만 포시가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자디앙이 미국과 유럽에서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적응증을 받은 만큼 추후 국내에서도 이를 인정받을 경우 두 약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포시가의 지난해 매출은 381억원으로 2020년 320억원 대비 약 19% 성장해 최근 5년의 성장률을 봤을 때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포시가의 매출을 연도별로 살펴봤을 땐 ▲2017년 227억원 ▲2018년 247억원 ▲2019년 279억 ▲2020년 320억 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를 성장률로 치환했을 땐 ▲8.7%(2017-2018) ▲13.1%(2018-2019) ▲14.6%(2019-2020)로 나타났다.
자디앙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323억원으로 2020년 294억원 대비 10.0% 성장하며 300억 고지를 넘겼다.
다만, 자디앙 매출 성장률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52.9%와 32.1%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2.3%, 2020년 10.0%로 성장세가 감소했다는 점은 포시가와 자디앙이 제품가격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포시가와 자디앙의 매출 차이도 다시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포시가와 자디앙의 매출 차이는 2017년 98억원에서 2018년 49억원, 2019년 18억원으로 점차 감소했지만 2020년 26억원으로 다시 벌어진 이후 2021년 58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러한 매출 변화에는 포시가의 적응증 확대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시가는 지난해 8월 만성신부전(CKD)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당뇨‧만성심부전‧만성신부전 등 3가지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상황.
당시 고대구로병원 고강지 교수(신장학회 부총무이사)는 역시 현재 CKD의 예후를 좋게 하기 위해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와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게 필요한데 포시가가 3가지 질환에 작용할 수 있다"며 "포시가가 CKD 4단계까지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질환의 진행이나 합병증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사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바 있다.
그간 당뇨 유무와 별개로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ACE억제제나, ARB차단제 등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SGLT2억제제 계열 약제의 치료 영역 확장은 의미 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실제 포시가의 지난해 분기별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2분기 91억원에서 3분기 99억원으로 약 8억원 상승했다. 이는 같은 해 1분기 87억에서 2분기 91억원으로 약 4억원이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2배가량 오른 수치를 보였다.
결국 포시가의 만성신부전 적응증이 비급여 영역으로 남아 있지만 유의미한 매출 성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앞선 포시가 뒤쫓는 자디앙…SGLT-2i 왕좌 쟁탈 본격화
다만, 국내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 경쟁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포시가가 신장영역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면 자디앙이 지난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에서 최초로 유효성을 입증한 이후 빠르게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각각 2월 25일과 3월 7일 자디앙을 만성 심부전 환자의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성 감소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했다.
즉, 미국과 유럽에서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 또는 보존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승인해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향후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적응증 확대가 유력한 상태로 국내 심부전 환자 중 박출률 보전 심부전 환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자디앙이 벌어진 격차를 다시 좁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포시가와 자디앙이 각각 먼저 영역을 넓힌 박출률 보존 심부전과 만성신부전에서 임상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는 점. 결국 향후 몇 년 안에는 동일한 적응증을 가지고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새로운 임상발표가 예고되는 약물은 자디앙이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는 만성 신장병(CKD) 임상 3상인 EMPA-KIDNEY을 조기에 중단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는 FDA산하 독립적인 데이터심사위원회가 해당임상을 중간평가한 결과 임상 1차평가 변수를 이미 충족했다고 판단하면서 조기중단을 권고 받은데 따른 것.
구체적인 데이터는 올해 말 학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지만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만큼 포시가가 개척한 신장영역 적응증 확대가 유력하다.
포시가 역시 DELIVER 임상 3상을 통해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가 오는 8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박출률 보전 심부전 영역에서 자디앙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 A교수는 "박출률 보존과 감소 사이의 심부전 환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자디앙이 양쪽에서 데이터를 내놓은 점에서 선점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포시가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