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재정 합의 진전 없어…의협, 별도 재정 투입 강조
대개협 "낮은 진찰료로 상대가치 왜곡"…적정 보상 주장
보건복지부가 3차 상대가치개편에서 진찰료 제외를 기정사실화 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진찰료 포함한 방안으로 재고해달라고 맞섰다.
2일 대한의사협회·대한임상보험의학회가 공동 개최한 2022년 상대가치워크숍에서 3차 상대가치 개편 방향과 제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보건복지부 조영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3차 상대가치 개편 방향과 관련해 진찰료가 제외된 상황을 전했다. 재정적인 문제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사무관은 이번 개편에선 종별가산 개편에서 절감된 재정과 내선용 가상 개편으로 각 분야에 투입하고 남는 재정 5000여 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액수가 개선 등 종별가산 개편에 따라 외과계에 최대 4000억 원 범위의 이번 인상이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의원급과 관련해선 전체 진찰료 안에서 외래 진찰 비중이 감소한 상황을 조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진찰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늘어나는 검사·처치·수술 등 개별적으로 이뤄진 행위 숫자를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진료비 폭증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는 것.
그는 "조사에 따르면 일본과 비교해 1.5~2배 차이가 나는 상황으로 지금 진찰료를 30~50% 인상한다면 그 규모가 수천억 원에서 1조원을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진찰료에만 재정 순증은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진찰료 인상은 좀 어렵다. 다만 미국·호주 등 진찰료가 세분화된 나라들을 참고해 현재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료 개편 시 초진·재진을 통합하거나 시간에 차등을 두는 부분에 있어 일부 진료과 반대가 심한 상황도 전했다. 또 이를 현장에 적용하면서 생길 환자와의 마찰과, 다른 의료 행위와 동시 발생 시의 적용 여부가 진찰료 세분화의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계 조사 및 산출 체계 개편 상황도 전했다. 특히 상대가치 점수 문제로 조정 개수가 도입됐는데 행위 시간 산정에 대한 현장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기획단 2기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이며, 가산제도 개편에서의 절감 방안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설명이다. 행위 유형별 점수 및 실패 자료 개선과 관련해선 가산, 기본 진료료 정비 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추가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기본 진료료 분야와 여러 치료재료 분야, 그리고 수술 처치 분야에서 논의 중에 있다"며 "아마 내년 3월까지 이 논의가 정리가 된다면 하반기에 기본 진료료와 종별 가산제도의 개편을 적용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정부가 지속적인 긴축 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가입자 지원 예산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재정 투입 주장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거나 환자 편익에 대한 설득을 함께 가져가야 전체적인 상대 가치의 총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필수의료와 관련해선 어느 분야의 우선순위가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적정 보상이라는 목표는 가져가되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성과 및 방식 지불제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조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보험 입장에서 수가의 인상 및 가산하는 부분을 검토를 하되 어떤 분야, 어떤 종별, 어떤 지역별 기능적 측면 등을 고려해 가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두 가지 정책이 동시에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치 점수 논의 자체는 재정중립으로 논의되고 필수의료 분야는 일정 부분 재정을 투입하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김영재 상대가치연구단장은 상대가치 3차 개편 제언을 발표했다. 그는 간호관리료 차등제, 의료질평가 지원금 등의 방식이 적용된 입원료 인상을 추진하려면 가산제도로 정비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건보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강경, 관절경 등 수술 내시경 치료재료 수가를 정상화하려면 이 역시도 가산제도 정비를 통한 재원이 아닌 별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산제도 정비 등으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이는 수술, 처치 등 저평가 의료행위 수가 정상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단장은 "상대가치 3차 개편 연구과정에서 시술중시간이 검증된 수술, 처치 등의 행위 목록이 도출됐으며 시술중시간이 전신마취시간 등으로 검증된 행위들은 시술중시간이 검증되지 않은 행위들에 비해 저평가 된 수가를 적용 받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며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을 상대가치 3차 개편의 주요 사안으로 추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진료, 외과계 보상 강화 대안도 강조했다.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진찰료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 정부가 상대가치 3차 개편 중 대안이 모색될 것이라며 이를 보류해왔던 만큼 이번 개편 과정에서 진찰료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2023년 7월까지 대안 마련이 어렵다면 상대가치 3차 개편 도입 기간 중 진찰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는 행위들이라도 별도 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과계 보상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는 림프절 수술과 최초침습 수술을 중심으로 수술행위 분류체계를 개편하고 수가와 산정기준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정부 차원의 연구 용역을 단기간 내에 추진해 그 결과물을 상대가치 3차 개편 도입 기간인 2023~2026년 중에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로 적은 수가가 보전되고 있다는 인식과 관련해 급여 진료 비중이 큰 진료과를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급여 진료 비중이 큰 진료과 중 다수가 필수의료과에 해당하는 상황을 조명하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상대가치는 1차 의료기관과 특정 진료과에 불리하다. 병원은 새로운 행위를 늘릴 수 있지만 개원가나 특정과는 이 같은 조치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 대안으로 진찰료를 세분화한 미국이나 어떤 진료과를 선택하던 수입이 비슷해지도록 한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 최경섭 보험이사는 이번 개편에서 진찰료 가치 재평가와 항목을 세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총점을 고정해 놓고 더 이상의 재정 투입을 막는 방식은 정부 입장만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진찰료 개편은 이번에 꼭 이뤄져야할 문제고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다고 본다. 임상현장에서 진찰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끝이 없고 진찰료에 의존하는 1차 의료는 더욱더 이러한 상대가치 체계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며 "이런 낮은 진찰료 보상은 상대적으로 보상 수준이 높아지는 다른 행위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상대가치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찰료 가치 재평가와 항목 세분화 및 개발을 통한 적정 수가 보상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랫돌 빼서 윗돌괴는 식의 재정 운용이 아닌 실제적인 재정 투입을 논의해야 한다. 정부가 상대가치에 정책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문제"라며 "인건비 유지나 조정 계수 활용 등의 논의보단 상대가치를 왜곡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의 소통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은 수가 인상 체계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환산지수 계약 방식으론 고평가된 행위와 저평가된 행위가 동일하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 연구원은 "의원급과 병원급 간 환산지수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어 지금까지 손을 못 대 문제가 심화했다. 이를 어떤 형태로든 이를 단일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며 "이 과정에서 재정이 투입된다면 간단하겠지만 이 역시 험난한 과제다. 그래서 여러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고, 따라오는 문제를 상대가치와 연계해 동시에 체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따라 나오는 문제점들을 상대 가치와 연계해 동시에 체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는 비율을 정해 상대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파트에 환산지수를 내주는 게 아닌, 상대 가치를 집중적으로 인상해 주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