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등 초대형 물류기업 대규모 채용에 유통 인력 씨 말라
연봉 등 조건 인상 등 무용지물 "채용공고 자체가 의미 없다"
IT 대기업의 대규모 채용에 따른 개발자 이탈로 한숨을 쉬던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제는 유통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골머리를 썩는 모습이다.
쿠팡과 마켓컬리를 필두로 유통 전쟁이 벌어지면서 채용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봉 증 조건 인상조차 의미가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2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개발자 인력의 이탈에 이은 유통 인력 구인난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유통을 진행하는 A제조기업 대표이사는 "한때는 100여명에 달했던 유통 인력이 지금은 반의 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며 "특히 지방권에서는 아예 씨가 말라서 채용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단 지역 본부 등 1차 유통을 중심으로 인력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기타 물류 회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 등으로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물류 회사 또한 인력난은 마찬가지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상당수 제조 기업들이 점점 더 심해지는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유통 기업이 있는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의 경우 기업별로 유통 인력을 채용하거나 지역별 물류 회사, 대리점 유통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인력 이동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국내 B제조기업 임원은 "무진동 차량 등 특수 유통 인력을 제외하면 일반 유통 인력은 전국적으로 채용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쿠팡 등에서 블랙홀처럼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있던 인력 지키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들 기업들은 쿠팡이나 마켓컬리, 이외 대형마트 등이 배송 경쟁을 벌이면서 인력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대기업들이 고연봉을 무기로 개발자들을 빨아들이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듯 유통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A기업 대표는 "쿠팡 물류센터가 생기는 즉시 반경 몇십 킬로미터 지역의 유통 인력이 씨가 마른다는 후문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며 "각 지역에 센터가 생기면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큰 물류 기업으로 거듭난 쿠팡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7만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에 센터를 짓는 즉시 고용증가율 1위 기업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들은 인력을 지키기 위해 연봉 인상 등 조건을 걸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인력의 특성상 승진 등의 기회가 적은데다 업무 강도 등에서 대기업과 도저히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방에 본사를 둔 국내 C기업 임원은 "도대체 얼마를 주는지 궁금해 확인했는데 이건 중소기업에서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더라"며 "급여도 급여지만 복지 혜택이 실제로 대기업급이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유통 인력의 특성상 어느 회사를 가도 하는 일은 비슷하니 가능하면 더 편하고 많이 주는 곳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아니겠냐"며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급여 등을 맞춰가며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