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윤 건보공단 안전관리실 위기대응부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자칭타칭 건보공단 집수리 전문가
뜯겨진 장판부터 얼룩진 벽을 지나 무너진 천장까지. 건강보험공단에는 열악한 집안 환경을 뚝딱 수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집수리 봉사단'이 있다.
2010년부터 12년째 집수리 봉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홍경윤 단장(55, 안전관리실 위기대응부장)은 도배기능사 자격까지 딴 자칭 타칭 집수리 '전문가'다.
건보공단 집수리 봉사단은 한 달에 한 번씩, 약 두 집을 수리한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세대가 주요 대상이다. 집수리 봉사단의 존재를 알고 있는 다양한 곳에서 신청이 들어온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사단에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건보공단은 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고 있기에 현장 출장 과정에서 직원들이 집 수리가 필요한 집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단은 코로나19로 2년 동안 할 수 없었던 집 수리를 올해 3월부터 조심스럽게 재개했다. 한동안 잠깐 멈춤 상태였던 덕분에(?) 12월까지 집수리 예약은 일찌감치 다 찬 상태다. 200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집수리 봉사단은 약 17년 동안 152회의 봉사를 나가 221세대의 수리를 진행했다.
홍 단장은 "도배를 원해도 금전적인 부담으로 할 수 없는 가정이 전국 곳곳에 있다"라며 "도배, 장판 전문 인력도 짐을 모두 빼내는 수고 등을 직접 해야 하는데 비용은 크지 않기 때문에 효율을 생각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집 수리를 위해서는 한 집당 8~10명의 봉사단원이 투입된다. 현재 건보공단 집수리 봉사단 단체 대화방에는 50여명의 전현직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원은 집수리 당일 하루를 투자하면 되지만 홍 단장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얼마나 수리를 해야 할지 사전답사를 가야 하고, 집수리를 위한 재료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원주를 벗어나 다른 지방으로 가려면 새벽같이 재료를 실은 트럭을 직접 운전해서 이동해야 한다. 제주도에 가기 위해 트럭을 몰고 원주에서 목포항까지 운전했던 날은 특히나 더 고된 날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집수리 과정에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 수두룩하다. 천장에서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우수수 떨어지는가 하면 천장을 잘못 뜯어 흙더미를 뒤집어쓴 적도 있다.
그는 "지붕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뿐이지 외부 페인트칠부터 내부 도배, 장판은 물론 내려앉은 바닥 원상복구, 막힌 싱크대 뚫기 등 다 한다"라며 "이왕하는거 제대로 배워서 해주자는 마음으로 도배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봉사단원 중 자격증 소지자는 4명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집수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 내 집의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은 물론 내 집 꾸미기 기술도 습득할 수 있다"라는 꿀팁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홍 부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도배와 장판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귀띔했다. 도배에서는 벽지를 바르기 위한 '풀'의 농도, 장판 깔기에서는 코너 마무리를 꼽았다.
건보공단에 몸담고 있는 세월 내내 '봉사'는 빼놓지 않았다던 홍 부장. 주말마다 배식봉사를 나가고, 집수리를 하러 전국 구석구석을 찾는 이유는 뭘까.
홍 부장은 "어지러웠던 집안이 깨끗하게 변하는 모습, 받는 사람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봉사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라며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 그는 도배와 장판에 대해 "행복을 가져다주는 도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홍 부장은 "몸으로 뛰면 성취감은 확실히 더 크다"라며 "내가 땀 흘려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데 대한 보람, 자기만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사는 실제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봉사 후에는 마음이 행복하고 즐겁다. 그 마음으로 업무에 들어가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