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묻는 누리꾼들에 2차 피해 불안 "범죄수익 차단해야"
의료계, CCTV 의무화 재검토 요구 확대 "개인정보보호책 미흡"
성형외과 진료실 영상 유출 사건으로 유사범죄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영상이 범죄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개원가 전체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이 불법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소재 한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 영상이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환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 등에서 해당 영상에 환자의 민감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과 관련 자료사진이 공개되면서, 출처사이트를 묻는 누리꾼들의 질문이 계속되는 탓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관련 영상이 음란물 사이트에까지 개제되면서 이를 통한 범죄수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진료실 영상 겨냥한 유사범죄 우려…"원천 차단해야"
의료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료실 영상으로 범죄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이를 노린 해킹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를 검거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영상을 유포·시청한 이들 역시 성범죄자로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폭력처벌법 제 14조에 따라 이 같은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물론 시청·소지·구입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다. 관련 범죄를 저지른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불안감 커지는 진료실 촬영…개원가 타격 불가피
이번 사건으로 진료실 영상촬영에 대한 환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환자안전이나 보안을 목적으로 진료실에 폐쇄회로CCTV 등의 카메라를 설치한 병·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보급률이 높은 성형외과 개원가나 진료과정에서 민감한 신체부위를 노출해야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그동안 성형외과나 여성의원은 CCTV가 없으면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반사행동으로 이를 설치한 병·의원이 적지 않다"며 "이제 와서 환자들이 불안해한다고 다시 카메라를 없애기도 애매한 상황인데, 범죄의 표적이 된다면 100%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이 "대형은행도 뚫리는 상황에서 사설보안업체가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폐쇄회로 제품이라고 해도 하드가 도난당하면 답이 없다"며 "지금으로선 관련 책임을 의료기관의 장이 져야하기 때문에 알아서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에서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인 성형외과가 필요 이상으로 공격 받는 상황을 경계했다. 피해 성형외과 역시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수사결과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에게 애초에 도둑이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추궁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라며 "해당 영상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를 신속히 폐쇄하고 유포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데 욕할 대상만 만들고 끝나는 식이 돼선 안 된다"며 "상황이 이런 만큼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법안을 시행하는 것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려 커지는 수술실 CCTV 의무화…"재검토해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은 개인민감정보 중에서도 특히 수치스러운 정보가 축적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영상으로까지 남기는 것의 위험성을 계속해서 경고해왔다는 것.
하지만 정부·국회는 대리수술 등 드물게 발생하는 문제를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강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이번 사건은 정부와 국회가 개인정보보호 이슈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전 법제이사는 "범죄자를 잡자는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될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그저 의료기관이 알아서 잘하라는 식인데 실제로 수천억 원이 들어가야 할 일에 몇 십억 원의 예산만 배정하는 게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와 유사한 범죄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책은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 알아서 관리하라는 식"이라며 "이는 형벌 합리화라는 기본적인 법 정신을 무시하는 저열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교육하는 식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