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에 익숙한 나를 경계하자

천소현 학생(계명의대)
발행날짜: 2023-04-24 05:00:00
  • 천소현 학생(계명의대 본과 3학년)

의과대학 학사 과정, 즉 6년간의 대학 생활에서 배우는 의학 지식의 깊이는 얕고도 얕다. 하지만 그 마저도 방대한 탓에 핵심만 중점적으로 외울 뿐이다. 물론 저널과 교과서를 친구 삼아 심도 있게 공부다운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주위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만 봐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방식이 틀렸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 의과대학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한 일차 의료 지식 고취에 더 알맞을 수도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 딱 시험을 친 시점에서 우리 공부는 끝나고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길고 지겨웠던 본과 1, 2학년을 마치고 올해 2월 말부터 3학년이 되었다. 본과 1학년 때는 시험도 안치고 여유로워 보이는 선배들이 부러워 빨리 진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새 흐르는 것이 시간이다. 이제부터는 매주 과를 배정을 받아 그 과에서 주로 다루는 질환과 교수님께서 환자를 대하는 방법, 수술을 참관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장비로 수술을 하는지, 어떻게 서로 도우며 일하는지 등 전반적인 병원 생활에 대해 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흔히 이 시기를 설명할 때 '1,2학년을 지나며 익힌 의학 지식'을 실제 환자를 보며 확인하고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만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직접 부딪혀서야 깨달았다.

막상 실습을 도니 제대로 아는 것 없이 일정에 허우적대며 겨우겨우 따라갔다. 처음 시작하는 3월이라 해도 아는 것이 없는 것은 적응과는 무관하다. 의미 있는 한 주를 보내고, 성적도 잘 받기 위해서라도 주말 예비학습은 필수지만 체력적 한계와 태생부터 게으른 성격, 넓은 공부 범위 때문에 한참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다 교수님께서 "의대에 들어오고 나서 학생들이 모르는 것에 유해졌다"고 말씀하셨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했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게 아닌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피로함에 그나마 남아있던 죄의식도 없어진 채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필자를 흔들어 깨우는 말이었다. 나를 포함해 입학한 모두가 고등학생 때까지는 모르는 것이 있을까 눈에 불을 키고 찾았었는데 말이다.

매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들은 결국 성격을 만든다. 지금은 몰라도 상관없다지만 시간이 더 지나 무지에 절대적으로 엄격해지는 상황들이 분명히 생긴다. 그 때도 모른다고 할 것인가. 물론 반복적으로 집약적인 공부를 하는 생활에 많이 지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험 종료와 동시에 찾아오는 쾌감에 자신의 무지를 회피하지는 말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복습이라는 훌륭한 학습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있다면 확실히 알고 넘어가는 고집스러운 순간들이 모여 훗날 전문가로서 '나'를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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