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적극적 조기 대응 강조
질환에 대한 오해 우려 "캡슐 내시경 등 진단 기술 등 진화 가속"
"염증성 장질환, 특히 크론병은 이미 진단 기술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당뇨병과 같이 일종의 만성 질환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기죠. 이미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이유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십여년 전만 해도 희귀 질환으로 여겨졌던 크론병은 이미 모르는 국민이 거의 없을 정도록 흔한 질환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는 크론병의 진단과 치료에 허들이 되고 있다. 희귀난치 질환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여전한 이유다.
오는 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소화기영양분과를 이끌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를 만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소아 크론병을 치료하는 그는 과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는 '인식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먼저 꺼내놓았다.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진수 교수는 "얼마전 한 드라마에서 크론병을 유전성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묘사해 문제가 된 것처럼 여전히 이 병은 많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 둘러쌓여 있다"며 "충분히 조기 진단을 통해 문제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질환임에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유전성 크론병도 분명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대부분은 조기 진단을 통한 보편적 치료만으로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크론병 또한 이미 하나의 만성질환이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이에 대한 배경으로 크론병, 나아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진단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는 것.
특히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도 매우 높아졌고 크론병에 대한 진단 가이드라인이 분명하게 잡혀있는 상태라 큰 문제없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진수 교수는 "이미 일선 개원가에서도 크론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설명하기 어려운 빈혈이나 혈변, 성장 부전 등이 나타날 경우 빠르게 크론병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진단법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매우 체계적인 검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크론병의 약 4분의 1이 20대 이전의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한다는 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물론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 등도 인지도가 매우 높은 상태"라며 "일단 질환이 나타나면 보건의료인에게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19세 미만 크론병 환자수는 2012년 2706명에서 2022년 5097명으로 두배나 증가했다.
소아 크론병의 경우 성장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만큼 이에 대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조기 진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들의 크론병은 어떻게 진단할까.
문진수 교수는 "소아의 경우 임상적으로 위장관 증상이 동반되면서 성장 부전이 있을 경우 선제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며 "칼프로텍틴검사를 비롯해 선별 검사를 통해 크론병이 의심되면 내시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조직 검사로 확진하는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내시경만으로 모든 진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하부 내시경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장 침범이 대표적인 경우.
내시경이 접근하기 힘든 장기라는 점에서 진단에 한계가 있었지만 현재 이 문제는 해결된 상태다. 바로 캡슐내시경을 통해서다.
문 교수는 "캡슐내시경은 이미 국내에서도 2008년 승인된 검사법으로 오랜기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받은 기술"이라며 "일반 내시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천공이나 출혈 위험이 없고 알약을 삼킬 수 있는 소아청소년이라면 내시경 보다 거부감이 없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단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장 출혈이나 소장 크론병에는 이미 급여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적응증에 해당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법"이라며 "통증없이 간편하게 삼켜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에는 검진에도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소장에서 특이적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의 확률이 크게 높다는 점에서 캡슐 내시경의 장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소장에만 국한된 크론병과 혈관이형성증을 비롯해 다른 출혈성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코스라는 것.
문진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중에서 비특이성다발성소장궤양증(Chronic Enteropathy Associated with SLCO2A1 gene, CEAS)이라는 질병이 있다"며 "전형적인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는 구분되며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유전 질환으로 소장 위주로 침범하면서 궤양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CEAS가 의심될 때도 캡슐 내시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진단 기술에 더해 치료법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완전 배제 성분 식단이나 생물학적 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상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미 크론병은 완치에 대한 개념만 없을 뿐 완연하게 만성질환화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 교수는 "크론병은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가 일차요법으로 활용됐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골다공증이나 성장 부전 등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아 환자의 경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완전 배제 성분 식단(Exclusive Enteral Nutrition)으로 적절한 관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자티오프린이나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면역억제제도 대안이 되며 만약 이를 통해서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가 활용된다"며 "이미 기존 치료로 염증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의 상당수가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법은 이미 자리가 잡힌 상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 상황에서 크론병에 대한 인식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못박았다. 진단법과 치료법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조기 진단만 가능하다면 충분히 일상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
문진수 교수는 "크론병 진단시 환자와 보호자가 모두 당황하지만 항상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실제로 관리하는 환자 중에 조기 진단으로 카레이서나 모델, 승무원 등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비율이 크게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물론 아직까지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는 점에서 희귀난치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향후 5년, 10년 뒤에도 이러한 꼬리표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무리없이 진단이 가능하고 건강보험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