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주사제 원내처방 대한 단속, 적절한가
최근 모 소아청소년과의원은 OO도지방 OO구 보건소로부터 “자가주사제인 성장호르몬제를 원내 처방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물론 약사법상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 모든 약제는 원외처방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주사제는 원내 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법률 조항에 대하여 잘 소명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OO구 보건소 담당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OO구 보건소 담당자들은 자가주사제의 원내처방(아마도 장기 처방을 의미하는 듯 함)이 그 자체로 위법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앞으로 예외 없이 약사법 위반에 관한 고발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주사제 처방에 관한 원칙
약사법은, 의약품은 약국에서 약사가 조제해야 한다는 원외처방의 예외 사유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약사법 제23조 제4항 제5호). 이 주사제에 “자가주사제”가 포함되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아래 보건복지부 질의응답 자료에 따르면, 자가주사제 또한 원내 조제가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예외적으로 응급환자나 입원환자, 주사제를 주사하는 등의 경우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보건을 위하여 정립된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가 원칙이며, 최초 투약 시 투약 방법에 대한 환자 교육이 필요하여 병원 내에서 의사의 직접 주사가 필요한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원내조제 및 판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내에서 주사하는 경우가 아니라 원외에서 자가주사할 경우에는 원외처방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
표 1 – 보건복지부 질의응답 자료, 2022. 12.경 당 법률사무소에서 직접 질의하여 답변 받은 자료
그리고 이렇게 원내에서 자가주사제를 1회 주사함과 동시에 몇 달치의 자가주사제를 처방하여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병원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은 있어 왔으나, 법령의 해석상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현재 여러 의료기관에서 비만치료제, 당뇨병치료제, 성장호르몬제 등 다양한 자가주사제가 원내에서 처방, 판매되고 있다. 이는 비단 1차 의료기관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병원급 의료기관, 나아가 대학병원에서조차 자가주사제 장기 처방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자가주사제를 장기 처방하면서 그 판매 마진을 과도하게 취한다는 지적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오히려 원내 처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러 방식이 뒤섞여 사용되고 있으며,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찌보면 의약분업의 사각지대라도 볼 수도 있겠다.
갑작스러운 단속이 적정한가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자가주사제의 제조 범위를 명확히 한다던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법제처 등 유관기관의 명확한 유권해석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입법의 공백을 메워줄 필요가 있겠고, 이런 유의미한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불공정한 단속이 적정하지 않다고 사료된다.
단속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는, 동일한 보건부지부 안내문을 두고, 어떤 지자체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장기 처방도 가능하다” 라고 판단한 반면, 앞서 언급한 OO구 보건소 같은 경우에는 “원내처방은 무조건 위법한 것으로 보고 고발하겠다.” 라는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밝혀 어느 지역에 의료기관이 개설되어 있는지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학병원들도 동일한 처방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만만한 1차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단속 및 고발이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남들도 다 하고 있으니, 나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유치한 변명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법령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명확히 제시한 상황에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타 시사점
최근 하지정맥류 진단과 관련하여 보험사 등의 시비가 이어지자, 대한혈관외과학회 등 하지정맥류 수술과 관련한 6개 학회에서 진단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정 작용이 이루어져, 관련 분쟁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자가주사제에 관해서도 참고할 만한 선례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2019. 1.경 비만주사제와 관련하여, 「삭센다펜주 오남용 예방 및 안전한 사용 위한 권고사항 안내」를 배포하기도 했지만, 처방의 범위에 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서, 의사들에게 완벽한 해답을 제시해주진 못하고 있다.)
아울러, 만약 지자체 보건소로부터 자가주사제 처방에 관한 조사를 받고, 수사기관 등에 고발을 당하게 된 의료기관이 있다면, 일단 당황하지 말고 본인이 믿고 있던 처방의 원칙을 차분히 설명하기 바란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적절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무혐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변호사들의 역할이고, 이 모든 상황의 어지러운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입법자들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