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한방병원의 의사 고용에 대한 의과계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의·한 협진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의·한 협진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구의 고령화 및 만성퇴행성 질환이 증가하면서 관련 대책으로 의·한 의료가 상호보완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방안이 모색됐다.
이는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진단·검사를 진행한 후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방향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한방병원이 의과 진료를 시행하는 방편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후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이로 인한 왜곡은 더욱 심해졌다는 게 의과계 지적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의과가 한의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
반면, 한의과가 의과에 의뢰하는 비율은 98.33%에 달했다. 이는 의과에선 한방 협진이 불필요하거나,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는 것.
이를 통해 소요된 국민건강보험 재정도 적지 않다. 그동안의 시범사업에 80억 원 정도의 재정이 투입됐는데 이 같은 비중 차이를 고려하면 대부분 비용이 한의계로 흘러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의·한 협진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지적 사항이다. 관련 데이터 역시 비협진일 때 63일 치료해야 하는 뇌경색증 환자를 협진으로 하루 만에 치료했다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방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들에게서 "하는 일은 처방전에 사인하는 것 뿐"이라는 간증이 나오는 등 경험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실손보험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방병원이 의과 의사를 고용해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탓이다. 더욱이 최근엔 한방병원이 골수줄기세포 치료술 등 신의료기술을 시중 가격의 몇 배로 부풀려 시행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는 항목에서 지급심사를 강화하는 보험업계 성향을 고려하면, 의과 진료가 한의계에 의해 그 표적이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의·한 협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의과와 한의과 모두 각자의 수요가 있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협력하면서 가져올 수 있는 실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의·한 협진이 애초 목적인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오히려 의·한 협진은 의·한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의과계 반발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한방병원에 취직하거나 한의사를 고용했다는 이유로 의사단체 임원직을 박탈당할 정도다.
이렇게 골이 깊은 상황에서 의과와 한의과의 협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한 의·한 협진을 실현하고 싶다면 그 부작용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