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칼럼]"일은 내 옆에 동료를 보고 합니다?"(34편)

백진기 한독 대표
발행날짜: 2023-09-21 05:30:00

어떤 인터뷰에서 중증외상센터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에게 기자가 "왜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하게되나요?"란 질문에 "일은 내 옆에 동료를 보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국종교수의 일은 동료를 보고 하고, 그 동료가 있는 곳이 그가 재직하는 병원이다.

회사는 내게 무엇인가?

내게 있어 회사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다.

동료가 좋으면 회사 출근하고 싶고 동료가 싫으면 회사 출근하고 싶지 않다. 퇴사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존재'다.

하루중 가장 중요한 시간 거의 대부분을 같이 근무해야 하는데 '그 사람'을 매일 보는 것은 고문이다.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회사가 200만개(1,995,751개, 2021이 가장최근자료)다.

어떤 모임에 나가 통성명을 할때 대략난감이다.

듣도 보도 못한 회사명이 8할이다.

유명한 회사도 회사명을 영문이니셜로 바꾸는 것이 통례다.

나만해도 정확한 회사명은 (주)한독인데 한독양말, 한독화장품 등이 있어서 명함을 드리면서 "한독약품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조금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으면 "케토톱, 훼스탈 나오는 한독약품 백진기입니다"라고 부연설명까지 곁 들인다.
상대방이 "아 그 회사"한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노동시장도 복잡해 지고 사업체의 수도 증가하자 굴찍한 대기업을 제외하곤 회사명을 잘 모른다. 관심도 없다.

그런데 내 친구 중 스마트한 친구가 'A'란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 'A'란 회사가 스마트한 회사다. 내 친구 중 그저 그런 친구가 'B'회사에 다니고 있으면 'B' 회사가 그저 그런 회사다.

이런 경험을 해봤다.

‘MD medical doctor/director J'란 분을 어렵게 영입했다.

이분은 들어오자 마자 본인의 업무 범위를 확장시켰다.

대부분의 제약사의 MD분은 의학관련업무만 한다.

조금 더 업무확장job enlargement하시는 분은 임상관련업무도 한다.

그런데 이분은 연구분야, 심지어는 RA(허가 등록)분야까지 확장했다.

본인의 업무완성도가 회사의 기대치보다 높았다. 이분이 들어오고 나니 이어 들어오는 분들, 한분 한분이 업계에서 내노라 할 만한 분들이었다.

무림의 고수들이 모이니 정부, 학계, 의약계 등 외부에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연구소는 당시 업계에서는 생소한 'open innovation'전략을 구사해 내외부 프로젝트수행으로 바뻣다.
그분이 맡고 있는 부서원들의 업무완성도 수준도 올라갔다.

협업하는 타부서는 덩달아 기준이 올랐다.

업무달성기준이 올랐다는 것이 '조직이 개발되었다'이다.

그분이 나가자 그만한 분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자장magnetic field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었다.

결국 회사의 정체는 으리으리한 건물도 아니고 제품도 아니다.

회사는 곧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다.

같이 근무하는 분의 공력이 높으면 마그네틱처럼 인재가 꼬인다.

그분에게서 한 수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그분과 같이 일했어"가 리쥬메에 한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역량만 뛰어나다고 인재들이 그분의 자장(magnetic field)안에 스스로 들어오지 않는다. 성품도 좋아야 한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사회다.

네트워크사회는 명망reputation을 먹고 사는 사회다. 그 명망을 만드는 분들이 그 회사 구성원들이다.
회사가 곧 회사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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