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그중 제 1번이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행위이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 아이디어를 냈더니 리더가 자기가 한것처럼 포장해서 임원에게 올려 칭찬받는 경우다.
공헌도가 커지거나 칭찬이 거듭될 수록 도둑맞은 기분은 더 커진다.
"그거 내가 했는데요"라고 하면 괜스레 쪼잔해 보이고 팀장의 후환도 두렵다.
이래저래 아이디어를 도둑맞은 직원은 머리가 복잡하다.
감정도 복잡mixed feeling해진다.
이런 건이 중복되면 팀원들에게 그 리더는 '도둑님'으로 각인된다.
우연찮게 책을 읽다가 공자의 제자 자공도 같은 말을 한 것을 알고 무릎을 쳤다.
논어 양화편 끝자락에 있는 공자와 수석제자 자공과의 대화다.
자공이 여쭈었다. "군자도 미워하는 게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미워하는 게 있지.
남의 나쁜 점을 들춰내는 것을 미워하고,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것을 미워하고, 용기는 있지만 무례한 것을 미워하고, 과감하지만 꼭 막힌 것을 미워한다."
이번엔 공자께서 물으셨다.
"사(자공)야! 너도 미워하는 게 있느냐?"
"[저는 남의 생각을 알아내어 자기 생각처럼 내세우면서 지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미워하고], 불손한 것을 가지고 용감하다 여기는 것을 미워하고, 남의 비밀을 캐내 공격하면서 정직하다 여기는 것을 미워합니다." (논어를 1000번이상 읽으신 민경조의 역을 따르다)
공자나 예수나 석가는 범인들에게는 '넘사벽'이다.
봉급쟁이들 술좌석의 제 1의 안주는 상사인데 공자는 그런 것을 미워한다.
자공은 인간답다.
우리같은 범인들 같아 공감100%다.
공자와 자공이 살았던 2600년전이나 지금이나 뭐가 다른가?
회사에서 같은 사례를 목격했다.
한 부서에 우수한 세명의 팀장과 정말 괜찮은 시니어들이 모여 있었다.
이분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나갔다.
2,3년 사이에 10명 남짓한 조직에서 줄 잡아 8명(팀장급4명 모두+시니어3)이 회사를 떠나고 2명이 다른 부서로 옮겼다.
개별면담에서 다들 인재라 좋은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가서 할 수 없이 축하해 주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있어 그들의 현주소를 알고 있다.
다들 옮겨간 회사에서 임원이나 스타급팀장이 되어 있다.
그들이 떠날때는 한결같이 근무한 Boss에 대해 말을 아끼고 떠났다.
한 3명쯤 떠날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 여덟분의 공통점은 '도둑맞은 아이디어'였고 이에 이직할 마음에 점화를 시킨 것이 Boss가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할때 칭찬을 받으면 자기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고 지적을 받을 때는 " 김차장의 아이디어 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도 입사후 몇년 안됐을때 이런 분을 봤다. 내가 불려가서 타부서 임원분들 앞에서 내가 올린 결재에 싸인을 한 우리 소속 임원이 "이 친구가 백 주임입니다. 이건은 백주임이 아이디어입니다"
난 그때부터 속으로는 그 임원을 '주임같은 전무'라고 불렸다.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첫번째가 이 짓이다. 메일로 아이디어를 받았으면 반드시 아래 '김차장'의 이메일을 첨부해서 넣고 CC에 to에 '김차장'을 넣고 있다.
김차장을 PT에 참석시킨다.
김차장이 섭섭치 않게 공식석상에서 "이 아이디어는 김차장이 냈습니다"라고 밝히고있다.
리더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은 세월이 지나거나 더 복잡한 일이 닥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해관계자 모두가 "아이디어 훔친 범인"임을 알게된다.
궁극적으로 리더가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떠난 뒤다.
나는 이 절도행위를 한 리더를 '리더루팡'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