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전문성 강화', 정부는 '제도 뒷받침'<3-完>

이창진
발행날짜: 2005-10-21 07:18:52
  • 인센티브에 매몰된 ‘중소병원’-입바른 소리 듣기싫은 ‘복지부’

|특별기획|전문병원, 어떻게 안착할 것인가

정부가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특화된 진료와 협진시스템 구축, 꾸준한 연구기반 확충 등으로 전문병원들이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 갈등도 적지 않다. 전문병원이 정착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전문병원의 빛과 그늘
2.의료계의 우려와 논쟁
3.상생의 조건과 과제
전문병원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병원, 의원 등의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견해이다. 사진은 전문병원과 의원간 협약체결 장면.
전문병원제도가 경영악화로 고민하는 중소병원의 새로운 판로책이 될 것인가.

중소병원들은 이같은 물음에 ‘YES'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주문하고 있다.

병원들이 주창하는 지원책은 종별 가산율 제고와 수련병원 지정 및 전문과목(질환) 광고 허용 등 인센티브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주요 시범병원을 취재하면서 만난 각 원장들은 전문병원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원활한 제도운영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는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 해당병원들은 “과목명 표기도 못하는 현 실정에서 전문병원 시범사업의 이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언급하고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을 시사한지 한달이 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미온적 자세를 지적했다.

이와 달리 중소병원계는 현 시범기관이 국내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병원들이라는 점에서 이를 가지고 평가기준을 만드는 것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는 중소병원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전문병원제도가 자칫 병원간 격차를 더욱 벌여 또 다른 양극화를 조성할 수 있는 불안감의 반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소병원협의회 김철수 회장은 “21개 시범기관들은 이미 전문병원으로서 자리매김한 기관들로 이를 기준으로 본 사업의 대상기준을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전문병원제도가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좀더 많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저렴한 의료비로 전문화된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주안점을 두고 원칙대로 수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즉, 전문병원제도가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감안한 정책이기는 하나 국민의 의료서비스 향상이라는 큰 테두리안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전문병원제도는 저비용으로 3차 의료기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중소병원의 경영성에만 초점을 맞춰 기준완화나 인센티브 제공만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전문병원제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범사업 종료 후 평가를 통해 적정기준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중소병원들이 요구하는 수가 차등화와 수련병원 지정 및 진료과목 광고, 개방형 병원 등 모든 현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중 전문병원에 대한 수가 인센티브는 내년부터 바뀌는 의료기관 종별 단계 축소로 인해 현 종합병원과 병원이 한데 묶이면서 전문병원에 대한 상향된 수가책정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진료과목(질환명) 광고 허용문제도 복지부가 연내 의료법 개정을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시행일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전문병원 규제완화는 정부와 중소병원간 적잖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소병원들은 많은 병원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복지부는 전문병원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평가기준 마련은 필수조항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와 병협의 실무회의에서 논의된 바에 따르면, 현 850개의 중소병원 중 지역적 거점을 고려해 10% 내외에서 전문병원을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정책과 권덕철 과장은 “시범사업에서 규정한 평가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하겠지만 모든 중소병원을 전문화할 수 없는 만큼 적정한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i3#전문병원, 왜곡된 전달체계 바로잡는 '시발점'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병원협회는 전문병원제도가 대학병원과 의원간 양극화되고 있는 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병협은 중소병원이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산업화 등 급물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병원과 같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의협에서 제기하는 개원가 환자감소에 대한 우려감은 전문병원 시설과 장비를 개원가에서 이용하는 개방병원제 등으로 충분히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병원시범사업 실무추진단 이성식 분과위원장(소화아동병원장)은 “전문병원은 의원이 아닌 대학병원과 경쟁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피력하고 “소위 잘 나가는 전문병원들도 현상 유지에 급급한 현 상황에서 연구와 교육의 재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병원과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결국, 전문병원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중소병원의 자구적 노력과 더불어 현실에 기반을 둔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시범기간 동안 정부와 병원계, 의료계 모두가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질 향상이라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대승적인 자세가 전제돼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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