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1차의료에 드레싱..." 의티즌 개탄

안창욱
발행날짜: 2007-01-22 07:05:54
  • 정형외과 전문의, '다음'에 경험담 올리자 치열한 논쟁

한 정형외과 의사가 약사들의 일차의료 행위와 불법 대체조제 실태를 공개적으로 고발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에트라빌’이라고 소개한 정형외과 봉직의가 최근 미디어 ‘다음’ 토론방에 ‘의약분업 5년-한 의사가 약사님들께 드리는 글’을 올리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는 “의약분업을 처음 시행할 때는 의사, 약사, 환자 모두에게 천덕꾸러기였던 제도가 이제 제법 틀을 잡은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제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5년이 지난 분업 아래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물의를 무릅쓰고 말씀드린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며칠 전 20대 여성이 숨쉬기가 힘들다며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얼굴을 보니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뚱뚱 부어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혈관성 부종’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급히 산소를 마시게 하고 약물을 투여해 한 숨 돌린 뒤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에 오지 않고 뭐했냐고 보호자를 질책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환자 보호자는 “두드러기가 나서 약국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전했다.

그가 환자 보호자에게 무슨 약을 먹었느냐고 묻자 주머니에서 은박 포장지로 포장한 과립 형태의 한약을 꺼내 보여줬다.

그는 “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면 다수 약국에서 구입한 소화제, 소염제, 진통제 형태의 약을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가지고 온다”면서 “그게 생약이라고 하지만 과연 무슨 효험이 있을지 의사인 나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문제는 아직 의약분업 이전의 약국처럼 간단한 감기약이나 배탈약을 지어주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소한 증상이 있을 때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하고 처방하는 행위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처방이라는 것이 증상에 대한 치료가 아니고 의약분업에 명시되지 않은, 아는 사람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소위 생약이나 한약으로 위장한 ‘약 같지도 않은 약’이라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의약분업 원칙에 충실했다면 약사는 환자가 두드러기를 호소했을 때 당연히 병의원의 진료를 권유해야 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아무런 효험도 없는 생약 가루를 가지고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기대케 한다면 그것은 전문적 행위가 아니라 사기 행위에 더 가깝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 사건 하나를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게 아니며 일 년에 수십 건 이상 비슷한 약국의 일차진료를 접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얼마전 12살 먹은 초등학생이 유리에 인지의 요측을 베어 3cm 정도의 열상을 입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응급실에 온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드레싱을 풀자 무슨 하얀 가루가 상처에 떡 칠이 돼 있었고, 마취후 가루약을 씻어내자 수지 신경 완전 파열, 신전건 60% 부분 파열에다 근위지간 관절이 열려 조기 수술을 요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초등학생은 흰가루약을 누가 발랐느냐고 묻자 어제 다치자마자 약국 갔더니 발라 주었고, 드레싱까지 해주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약품이 아닌 약’으로 은근슬쩍 행하는 일차진료, 물론 대다수 약사들은 해당되지 않으리라 믿지만 제가 일년에 접하는 건수를 놓고 어림짐작하면 적잖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런 약사의 일차진료 외에 대체조제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저의 장모께서는 제게 처방받아 무릎 관절약을 수년간 드시는데 같은 처방전인데 왜 약국마다 약이 조금씩 다르냐고 묻는다”면서 “아파트 정문 앞 약국에서 조제한 약만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아파 다른 약국에서 조제한 약과 비교해 봤더니 약이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인 내가 의약분업에 명시되지 않은 전문의약품이 아니라 생약가루나 흰 가루약을 약인 것처럼 태연하게 조제해 진료후에 챙겨주고 수입을 올린다면 코메디 아니겠느냐”면서 “매번 그런 환자들이 올 때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다가 용기 내어 글을 올린다”고 강조했다.

이 글이 인터넷에 실리자 네티즌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 네티즌은 “배가 아파 약국에 갔는데 민감성 위궤양이라며 몇 달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우선 일주일치만 지었다”면서 “약 먹고 배가 너무 아파 결국 응급실로 갔는데 맹장이라고 하더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또다른 네티즌은 “약사나 의사나 양심 없는 인간들이 문제인거지 모든 의사나 약사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매번 약사 문제로 병을 키우는 만큼 의사 문제로 병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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