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변인과 대한민국 외교부

이창열
발행날짜: 2004-06-27 17:34:57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약대 6년제 시행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여 집행부 즉각 사퇴까지 회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의협 권용진 대변인의 언행은 여러 모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를 닮아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본인 명의의 22일 성명서를 통해 일반 회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비화를 밝히며 약대 6년제에 대한 의협 집행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질타했다.

장 회장은 “작년 9월부터 의협 회장 및 집행부에게 의협과 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강력 대처해야 된다고 본인이 여러 번 건의했고 지방에 다니면서 전국내과시도 모임 때마다 여러 번 역설도 했으나 의협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이러한 음모에 대한 설명을 무시해 버리고 공부 더 하겠다고 하는 것을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냐고 하며 일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벌써부터 다급하게 생각한 한의사협회에서 비공식 루트로 본인에게 의협과 공조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으나 의료일원화를 앞두고 자존심 상하게 한의사협회와 어떻게 공조를 하느냐 라고 하며 또다시 묵살했다”며 “답답한 마음에 본인이 대한개원의협의회 상임이사회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으나 결국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여기에 대해 “공인의 이름으로 발표된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성명서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린다”며 “장동익 회장은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 대변인은 또한 “조직전체에 심각한 오해와 심려를 끼칠 수 있어 집행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고 경고했다.

권 대변인은 그러나 ‘내개협 성명서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없이 오히려 장 회장에게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만 윽박질렀다.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도 고 김선일씨의 피립 여부를 묻는 AP통신으로부터 제대로 자체 조사도 해보지 않고 ‘정부의 공신력’까지 들먹이며 AP에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혀라”, “진실을 안 밝히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는 따위의 으름장을 놓다가 결국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극한 불신을 불러왔다.

‘조직전체의 심각한 오해’와 ‘정부의 공신력’을 들먹이는 대목이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표현은 판에 빼어 박은 듯하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자세한 경위를 밝히라는 회원들의 질타가 빗발치자 자신의 글을 슬그머니 지웠다. 내개협 장 회장 역시 어찌된 영문인지 여기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에게서도 내개협 장동익 회장에게도 일반 민초회원들은 안중에 없는 대목임을 읽을 수 있다.

의협 회원들이 약대 6년제 시행의 부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고 그 대처를 의협 집행부에 요구했을 때 묵살됐다는 의혹이 역시 공인의 입을 통해 제기됐다면 고 김선일씨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듯이 의협도 여기에 대한 진상을 가리는 철저한 감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변인의 언행은 사견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의견일 수밖에 없다.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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