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에 6년제 약대가 필요한가?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7-01 09:48:52
  •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조한익 교수

최근 약대를 6년제로 하겠다는 약사회와 복지부의 의견이 타당한 것인지 곰씹어 보자. 최근 일부 의대 및 치대의 교육 연한이 8년으로 늘어났다. 의사와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8년 교육이 필요한가? 의료 전문직의 교육 및 수련 연한은 무엇을 근거로 결정해야 하는가?

교육 및 수련 연한과 관련하여 필자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일이 있다. 30여 년 전 전문의 수련 연한은 4년이었다. 1970년대 내과 계 각과는 이를 3년으로 단축하였었다. 10년 후 다시 4년으로 늘렸다. 3년에서 4년으로 될 때 모든 과들이 서로 눈치 보다가 다 같이 4년으로 늘렸다. 다른 과는 4년인데 3년으로 남아 있는 것을 자존심이 받아드리질 못한 것이다.

3년 수련 과정으로 배출된 전문의와 4년제 전문의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4년이 된 것이다. 최근 내과를 비롯한 많은 과들이 다시 3년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선배들의 헛된 자존심 때문에 지난 20여년 세월을 후배 의사들이 고생하고 있다.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정할 때 흔히 내세우는 근거나 참고 사항으로 맨 먼저 미국과 일본, 유럽의 사례를 들고 두 번째로 내세우는 것이 전문직의 질 향상을 통한 국민 보건 향상이다.

이 두 가지 근거의 허구성과 불합리성, 비현실성을 우리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 내세우고 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젊은 교수나 관료가 ‘미국에서는 ----’ 하고 주장하면서 도입한 제도에 신물이 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초라한 몰골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런데도 또다시 의대 8년, 약대 6년, 법학전문대학원 3년을 포함한 법과 교육 7년이라는 미국의 껍데기를 쓰고자 하는 데는 한탄 보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인가’ 라는 의문에 빠진다.

대학 입시의 과열을 억제하고 연구 능력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여 의학을 발전시키고 의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의학대학원제도는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몇 년 후 그 결과를 분석하면 정부나 의료계나 후회 막급할 것이다.

피교육자의 나이만 갖고 계산해 보아도 한심한 일이다. 현재도 35세에 겨우 전문의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를 37세로 늘려 놨다. 사오정이 일반화된 나라에서 30대 후반에야 전문의사 노릇하게 만든 것이다. 8년 의대 교육으로 온전한 의사노릇하게 되지도 않는다. 전문의 수련 5년(인턴 포함) 그리고 군복무 3년을 더하면 고등학교 졸업 후 16년 이상 지나야(그것도 유급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마쳐야) 제대로 전문의 행세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가 아니면 이류 의사 취급을 받으니 37세 쯤 되어야 제대로 의사 노릇하게 되는 셈이다. 이 병폐도 미국 식 전문의 제도 덕분이다. 이 전문의 제도 피해로 한국의료가 골병을 앓는데 여기에 8년제 의학 전문대학원이라는 굴레가 추가된 꼴이다. 대학입시 과열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을 의학대학원으로 개편한다는 논리는 설사 입시 과열이 억제된다 해도 발상이 잘못된 것이다.

의과대학은 그 나라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지 입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실험기관이 아니다. 연구능력을 갖춘 의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의 결과이다.

의학자는 의사가 되기 위해 8년을 고생한 사람이 아니라 6년으로 의학교육을 끝낸 한살이라도 어린 의학도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이런 이유를 포함하여 현재의 의학교육제도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갖고 많은 유수한 대학들이 의학 전문대학원 제도를 반대했든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 중 누가 8년의 의학 교육을 요구했는가? 3000여명의 의대생을 2년간 추가로 교육시키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누가 부담하겠다는 것인가?

이번에는 약대 6년 문제다. 약대 6년제가 거론 되는 정상적인 순서는 4년 교육 받은 약사로는 약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교육 연한을 늘려야한다는 의료계 내부 의견이 나오고 이를 국민과 보건 교육 당국이 제도화 시키는 것이다.

약사의 업무 능력은 누가 평가해야 하는가? 물론 약사 본인들이다. 그리고 약사에게 약사 업무를 위임한 사람들이다. 즉 국민(환자)과 의사이다. 국민이 요구 했는가? 의사들이 요구했는가? 외부에서 요구했다 해도 약사들이 왜 약사를 고생 시키려하는가 하고 반대해야할 사안이다. 의료비 상승을 걱정하는 정부 당국이 나서서 6년제를 부추기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들의 약사용이 신뢰성이 낮고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니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대를 2년 연장하여 약사를 고급화 시키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궤변에 가깝다.

신약 개발 등에 참여할 연구 인력이나 임상(?) 약사 등 고급 약사 인력은 대학원이나 병원 수련에서 양성되는 것이지 약대 6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약대를 6년으로 했을 때 국민적 부담과 의료비 상승을 추산해본 적이 있는가? 논의 과정 중에 여기에서도 ‘미국에서는 ---’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언제나 식민지 근성에서 벗어날 정신적 자세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를 되묻게 된다.

약대 6년제를 합의했다는 기사와 함께 복지부 당국자와 한의사회 및 약사회 대표 들이 악수하는 보도 사진은 한 장의 희극 장면 같다.

약사회에서 6년제를 주장하는 것이 직종의 사회적 위상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생각은 허울뿐이고 20세기의 낡은 유산임을 인식하게 되길 기대한다. 의료계도 약사회가 약대 6년을 주장하는 이유 와 숨은 뜻을 헤아려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면서 6년제 도입을 반대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복지의료의 큰 그림에서 의사, 약사, 간호사의 의료 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그려 놓고 이에 알맞은 제도와 인력 양성 시스템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은 의료 인력을 고급화 할수록 국민 부담과 의료비가 비례하여 상승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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