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관점에서 육성하겠다고 부쩍 강조하고 나서 의료계의 관심이 높다.

의료기관의 공공성은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면서 해외 진료비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부가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애써 너무 먼 곳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의료기관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의료광고 규제 완화나 병원 부대사업 허용범위 확대 등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해 왔다.

물론 필요한 조치이겠지만 현재 의료기관에 가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우선과제가 아닌가 싶다.

건강보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초재진료 통합, 야간가산 시간대 조정 등을 단행한 2002년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이 대표적 사례다.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된 시점인 만큼 의료기관의 고통분담용 조치는 이제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당국이 진정으로 의료기관 경쟁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면 직접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고, 생생한 정책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의료인들이 정부의 탁상행정적 감염성 폐기물 분류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진료비 삭감에 대한 의료기관의 원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전시행정에서 벗어나 의료계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규제완화책을 생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