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속의 의원 경영

박개성
발행날짜: 2005-03-14 06:33:37
  • 박개성(엘리오앤컴퍼니 대표)

최근 경제부총리나 한은총재는 경기가 회복의 조짐을 보인다고 말한다.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다만 지금의 불황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라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수출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수출이 잘되어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그 결과 사상유래에 없이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불황인가“라는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 이유는 수출을 하여 이익을 보는 기업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소수의 대기업이라는 데 있다. 나머지 대다수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들은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재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신규사업 발굴의 어려움도 있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이다.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결국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경쟁력있는 대기업은 고용증가 없는 매출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즉, 기계 등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종업원 수는 줄어드는데 매출이나 이익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선진국의 경쟁력있는 대기업들이 보여준 추세와 동일하다.

이는 종업원이 많은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과거의 신화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핵심적인 역량의 차이에 따라 그 조직이 당면하게 되는 시장에서의 입지는 너무도 큰 격차를 보이게 된다.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은 전 세계를 주요시장이 되는가 하면, 핵심역량없이 “접대”나 “부지런함”에 의존하려는 기업은 생존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지금의 불황은 정확히 표현하면 양극화에 따른 내수불황이다. 신용불량자로 대표되는 가난한 국민들의 소비가 축소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투자의 여력이 없고, 투자의 여력이 있는 소수의 대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데서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원인이 있다.

그래서 최근 노무현대통령도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좋아져도 좋아진 경제의 혜택을 누리는 계층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는 경제상황에 무관하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머물러야 하는 양극화현상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있다고 경제부처나 한국은행에서는 주장하고 있지만, 그 전망의 정확성도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수부진의 원인이 되는 제반 요인들의 해결양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들의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 경기회복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피부과의 경영을 말하면서 내수부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제계의 상황과 의료계의 상황이 맞물려 있음은 물론이요, 앞으로도 이런 추세를 따라 갈 것이기 때문이다.

피부과를 비롯한 비급여 중심의 진료과들은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전망에 피부과 의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피부과 의원들은 새로운 시도나 투자를 하지 않고 경기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호황이 오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호황이 오더라도 모든 피부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는 불황기는 경기호전을 기다리는 시기가 아니라, 불황기가 준비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해야 한다. 호황이 오면 다른 피부과에도 똑 같이 좋아질 뿐아니라 경쟁력있는 병원은 호황의 혜택을 받지만, 그렇지 않는 병원은 경기호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미 의료계에서도 “동반성장”의 구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높고, 경영의 다양한 수단을 개발한 병원 중심으로 환자점유율이 편중되고 있다. 그래서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운에 자신의 병원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불황기에 해야 할 일과 호황기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한다. 호황기에는 경영시스템에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이익은 많이 나지만, 경영의 체질은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문제가 되는 종업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도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에 묻혀 넘어가고, 고객의 이런 저런 불만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마치 손님이 많이 기다리는 식당의 종업원들이 불친절한 것과 같은 이치다. 호황기에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실행을 하고자 하여도, 경영이 잘되는 상황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다 잘되는데 왜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려하나”하는 마음이 경영자 자신도 들고, 종업원들 사이에서도 팽배되어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 불황이 된다. 불황에서는 어떤 투자를 하기도 어렵고, 잘 되지도 않는 판에 경영시스템을 개선하는 시도를 하려해도 힘나지 않는다. 이익도 나지 않는 사업부를 대상으로 성과를 측정하면 뭐하겠는가 하는 식의 사고다.

하지만 좋은 병원이란 일시적으로 높은 이익을 내는 병원이 아니라, 탁월한 진료와 서비스에 기초하여 지속적으로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병원이다. 즉,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탄탄한 병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치는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에 더욱 적절하다.

불황기에는 환자가 적기 때문에 특정 질환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흡한 종업원에 대한 교육도 할 수 있고, 불가판정이 난 경우에는 다른 직업을 권유해볼 수도 있다.

또 그동안 환자를 본다고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어왔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있다. 환자정보, 진료정보, 경영정보를 비롯하여 각종 서류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이를 정보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된 의료기관을 비롯한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종업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외부에 교육을 보내어야 한다.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지금까지 해온 경영성과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좋은 병원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를 정리한 후, 과제별로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다.

별다른 노력없이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듯이, 별다른 노력없이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없다. 페이닥터보다 개원의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이유는 투자에 대한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과 함께 경영에 대한 노력을 한다는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경영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개원의가 해야 할 부가적인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이다. 경영이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가 없어 보일 뿐이지만, 경영을 알게 되면 경영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기도 쉽지 않음을 알게될 것이다.

학교 다닐 때 한 과목을 못해서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로를 정해도 나중에는 결국 그 분야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므로 경영이 어렵게 느껴지고 재미없어 보일수록, 경영과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경영과 친해질 수 있는 시기는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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