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차기 의협 회장

양염승
발행날짜: 2006-01-17 08:34:41
  • 양염승(부천시의사회 회장)

차기 의협 회장에 대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제법 한창이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월 26일 선거일 공고를 시작으로, 2월 13일~3월 16일 까지의 선거운동을 거쳐 3월 18일 새로운 회장이 탄생할 것이다.

진즉부터 내노라하는 기라성같은 후보들의 면면이 간단(間斷)없이 소개되어 왔고, 선거일정까지 확정되었으니 이제는 내 마음 속의 차기 의협 회장에 대해 토설(吐說)해도 책(責) 잡히지는 않을 듯 싶다.

우리나라의 어느 시인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希望)이다’ 라고 노래하였고, 중국의 노신(魯迅)은 ‘희망이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라고 얘기하였다. 대사(大事)를 도모함에 있어 사람이 중요하고, 또한 사람들의 합심협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선 차기 회장은 자칭(自稱) 투사형(鬪士型)이거나 운동권 출신(이 글에서는 '의협 회장이 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서 운동해 온 사람'을 말한다)이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자(實用主義者)였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실행할 생각도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파업을 불사하고 투쟁하겠다고 해 놓고서는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한 전철(前轍)을 여러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회장직만을 염두에 두고 그간의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 자가발전하며 자가당착에 빠진 예도 더러 보아왔기 때문이다.

당사자 못지않게 함께 어울리는 동료들과 참모들의 면면도 눈여겨 살펴 보겠다. ‘노는 물’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회장이 되면 유유상종(類類相從)하며 선거 참모들이 의협 집행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여 요지부동, 호가호위 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방만한 회무운영을 지양(止揚)하고, 예산 낭비 없는 건실한 재정관리자이기를 기대한다.

밤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뚝심좋고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인 회장이면 좋겠다. 무릇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황우석 같은 사기꾼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황우석 같이 언론계에 친화력을 갖고, 정관계와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에 우호세력을 구축하는 마당발 이기를 바란다.

독불장군보다는 조정과 타협에 능한 인사, 그러면서도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회장을 기대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나는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내 주위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회장, 그들을(의사이든 혹은 의사가 아니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정, 감독할 수 있는 회장을 바란다. 그들에는 의협 직원을 포함한다.

회원들은 이제는 권위의식에 물든 '영감'같은 회장보다는 회원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친구'같은 지도자를 원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 중에서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이는 누구일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 마음 속의 차기 회장’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결국 희망은 우리들 자신이 아니었던가.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