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폐지, 환자진료권 담보 못한다

박형철
발행날짜: 2006-11-08 09:45:04
  • 대한병원협회 박형철 공인노무사

지난 2002년 K대학병원과 K의료원은 일년 365일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장기간동안 극심한 노사분규에 시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서 입원중인 환자는 물론 응급실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신음과 비난의 목소리는 각종 원색적인 비난구호와 노동가 속에 고스란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해당 병원은 얼마지 않아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진료기능은 되찾을 수 있었지만 장기간의 쟁의행위는 결국 노사간에 씻을 수 없는 깊은 감정의 골을 심어주고, 많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병원사업이 잠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업종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비단 2002년 일부 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특정 산별노동조합은 거의 매년 임금 및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쟁의행위를 일삼고 있다. 물론 헌법 제33조가 인정하고 있는 노동3권중 하나인 단체행동권을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사갈등의 해결수단인 쟁의행위권을 십분 존중한다 하더라도 특정 일방의 권리행사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수인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치는 사례는 방지되어야 하며, 또한 조속히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수단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더우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같은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에는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2006년 9월 11일 노사정대표자들의 합의에 기초하여 복수노조를 3년간 유예키로 하는 대신 필수공익사업의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키로 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입법안을 발표했다.

직권중재제도는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입법일로부터 꾸준하게 그 위법성 시비에 휘말려야 했으며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따라 위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노동계의 볼맨소리가 결국 관계법 개정이란 수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병원사업의 노사분규에 있어서 사용자는 그동안 직권중재제도에 의지하여 성실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직권중재제도는 사용자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행해지는 노사분규로부터 온전히 진료권을 보호받아야 할 환자를 위한 제도임을 노사는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며, 동 제도의 폐지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금번 입법예고안은 또한 직권중재제도 폐지와 더불어 쟁의행위 기간중 대체근로의 허용과 필수업무유지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업무의 전문성으로 인해 쟁의행위 기간중 대체근로가 결코 용이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대체근로의 허용과 필수업무유지제도만으로 환자들의 진료권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지극히 우려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향후 기존의 직권중재제도의 대안으로 제시된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운영에 있어 노사관계의 모든 이해당사자는 자신들만의 주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병원내 집단간 이익분쟁으로 인해 상대적 사회적 약자인 환자들의 생명이 볼모로 잡히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노사정은 공인으로서의 명확한 인식과 합의하에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나가줄 것을 기대해 본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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