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그립다

양기화
발행날짜: 2009-03-09 06:43:08
  • 양기화(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 땅에서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 등 선거의 4대 원칙에 따라 공정한 게임이 진행된 것이 과연 언제부터 인가 싶다.

2007년 대선을 통하여 보수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새정권 1년의 추억은 무기력한 정부와 정권을 부정하려는 움직임과의 충돌로 점철된 사건의 연속이었다고 정리될 것 같다. 1997년 대선을 통하여 진보성향의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집권세력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과연 진보세세력은 국민들의 여망에 제대로 부응했는가?” 하는 물음에 “그러지 못했다.”는 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2007년 대선에서 실패한 것을 보면 그렇다. 게다가 민의를 얻은 새로운 집권세력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청사진을 펼쳐 보일 시간을 주었어야 함에도 미쳐 진용을 갖추기도 전에 정권퇴진운동을 추진한 것을 보면 진보세력이 대선패배를 실감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고, 과연 그들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민주당의 앨 고어와 맞붙었던 2004년 미국대통령선거를 되돌아 보자.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결정적 키가 되었던 플로리다주 경선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부시의 손을 들어준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에 앨 고어가 승복함으로서 더 많은 미국민의 지지를 얻었던 앨 고어가 아니라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다. 조지 부시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앨 고어 지지자들이 국정 수행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제36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필자의 위치를 고려하여 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제35대 회장 선거 때 평소 존경하는 후보를 모시고 최일선에서 선거를 치루었던 기억이 새롭다. 선거 결과는 원하던 바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선거과정은 기억에 남는다. 제34대 회장이 회무집행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인하여 임기를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보궐선거였기 때문에 모든 여건이 미흡하였지만, 후보나 참모들 모두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회원들이 원하는 바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 달성 가능한 공약을 만들고 회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 선거의 특징은 직역과 지역에서 개최하는 공개토론회를 통하여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과 대한의사협회의 플라자를 통하여 일반회원들이 후보와 캠프의 능력을 검증하는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후보와 캠프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었는가는 굳이 따져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2007년 선거는 그랬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2009년 제36대 회장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번에도 5명의 후보가 등록하여 회원들의 뜻을 얻고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의료계는 다양한 직역과 직군으로 구성되어 있는, 어찌 보면 이질적 집단이다. 따라서 다양한 공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괄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몇 개의 캐치프레이즈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있을 뿐 아니라 공약조차도 만들지 않은 후보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보궐선거의 원인이 되었던 특정사건의 내막이 불거져 나오고,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는 비방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회원들의 혀를 차게 만들고 있다. 플라자에서 정책질문은 찾아보기 힘들고, 어쩌다 올라오는 질문에 답을 올리는 후보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후보들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글들만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교묘하게 상대후보를 흠집내고 서로 싸우도록 유도하는 의도가 담긴 교활한 의도를 숨긴 것으로 보이는 글들도 있어 축제로 승화되어야 할 선거가 추악하게 변질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2001년 제31대 회장선거부터 도입된 의료계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이제는 퇴행하는가 걱정된다. 2007년에 치열했지만 순수했던 제35대 회장선거 과정이 그립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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