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부부 금실만큼이나 찰떡 양한방협진

안창욱
발행날짜: 2012-02-17 06:47:00
  • 포항 경희요양병원, 지역특성 맞게 저비용 성심진료로 안착

포항에서 가장 큰 죽도시장에서 3분 거리에 있는 경희요양병원. 이 병원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송도 해수욕장과 울창한 솔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희요양병원에 들어서면 깔끔하다는 것과 노인 환자들의 표정이 참 밝다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된다.

경희요양병원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양한방 협진.

안우섭(65) 이사장은 동국대병원 병원장을 역임한 외과 전문의다. 안 이사장의 부인인 이순자(59) 원장은 경희한의대를 나온 한의사.

의사, 한의사 부부의 금실을 보여주듯 경희요양병원은 양한방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다. 이 병원은 의사 5명 외에 한의사가 3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의료기관들이 한의사 1~2명을 채용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른 양한방 협진 의료기관과 진료형태도 다르다. 경희요양병원은 매주 금요일이면 의사, 한의사들이 모두 회진에 참여해 2~6층 전체 입원환자들을 꼼꼼히 살핀다.

안우섭(사진 맨 오른쪽) 이사장은 의료진들과 회진을 돌 때 환자들과 구호를 함께 외친다
안 이사장은 의료진들과 함께 회진을 돌면서 환자들과 특별한 교감을 갖는다.

그는 병실에 들어서면 "오늘도 즐겁게" "오늘도 사이좋게" "오늘도 행복하게" "나는 날마다 좋아집니다"를 선창한다.

그러면 환자들도 안 이사장의 선창을 큰 소리로 따라 한다.

안 이사장은 "몇 일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할머니들이 왜 이거 안하냐고 할 정도"라면서 "이렇게 하면 환자들 기가 살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진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환자 케이스 별 컨퍼런스를 연다. 매주 수요일은 전체 의료진들이 ‘티 타임’을 갖는다.

물론 의사들이 240여명에 달하는 입원환자들의 주치의를 맡고, 한의사들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형태로 협진을 하고 있다.

"경희요양병원은 의사-한의사 반감 없다

의사와 한의사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주치의는 한의사에게 진료 의뢰할 때 "000 선생님. 환자 통증이 있으니 아프지 않게 잘 치료해 주세요" 라는 식으로 적는다.

그러면 000 한의사도 "네, 참고해서 잘 치료하겠습니다"라고 화답한다.

안효욱 행정국장은 "이사장이 의사지만 한의사들을 많이 배려해주고 챙긴다"면서 "그러니 의사와 한의사간 반감이 있을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한의사인 이순자 원장은 "우리 부부가 의사, 한의사이다 보니 형식적으로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다른 병원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의사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면서 공을 의사들에게 돌렸다.

경희요양병원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여러 직종들이 스스로 업무의 200%를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희요양병원에서는 의사, 한의사만 병동 라운딩을 하는 게 아니다.

간호과장과 수간호사들은 수시로 병동별로 라운딩을 돈 후 담당 주치의에게 보고하고, 행정부서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한다.

상담실장 역시 매일 오전 전체 병실을 돌면서 환자들의 불만과 불편 사항을 체크해 나간다.

안효욱 행정국장은 각 행정부 부서장들과 함께 일주일에 세차례 병동을 라운딩을 하면서 시설을 점검한다고 한다.

안효욱 행정국장은 "의료진들은 치료 목적으로 회진하지만 행정직은 환자들과 인간관계를 긴밀히 하고,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자주 라운딩을 한다"면서 "그러다보면 의사들에게 하지 못하는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행정직의 이런 꾸준한 노력이 결국 환자 진료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희요양병원에서 '대충 문화'는 찾아볼 수 없다.

안 이사장은 최근 채용 공고를 보고 찾아온 의사를 면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면접을 보러 온 의사는 처음에는 근무하겠다고 했다가 안 이사장이 우연히 펴 놓은 당직일지를 보더니 못하겠다고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우리 요양병원 의사들은 전체 회진 외에도 하루에 두번 이상 병동을 돌고, 당직을 설 때도 한번 이상 꼼꼼히 병동을 살피고 일지에 기록한다"면서 "그러니 대충할 생각을 먹었다면 버틸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경희요양병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사회에 맞는 진료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희요양병원은 2007년 12월 개원하면서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고 치료사도 제법 많이 뽑았다고 한다. 재활치료 장비도 대거 구비했다.

요양병원답게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간호조무사보다 간호사를 더 많이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니 다른 요양병원에 비해 환자 부담금이 높아졌고, 지역 사회에서 너무 비싸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진료서비스 정착

여기에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사직 하면 후임자를 구할 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희요양병원은 개원후 1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 경희요양병원은 지역 특성에 맞는 진료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경희요양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강화했다.

이 원장은 "사실 뜸은 시간이 많이 투입되고, 진료비를 청구하더라도 몇백원 더 나오는 수준 밖에 안되지만 환자들은 비용 부담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밝혔다.

다른 요양병원들과 달리 재활치료 비중도 높지 않다. 경희요양병원은 물리치료사 3명, 작업치료사 1명이 고작이다. 재활치료를 특화한 요양병원과 비교하면 1/10도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재활 전문의가 없으면 진료비 청구액이 거의 미미하다"면서 "하지만 환자들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진료에 최선을 다하자 지금은 입원 대기환자도 제법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 원장은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제대로 치료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니까 병원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히기 시작했다"면서 "정말 자랑할 수 있는 건 올곧게 했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요양병원 개설하기가 너무 쉬운 게 문제"
안우섭(오른쪽) 이사장과 이순자 원장
이순자 원장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으로 낮은 문턱을 꼽았다.

이 원장은 "정말 제대로 준비한 사람들이 요양병원을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소자본으로 하는 것은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요양병원 개설하기가 너무 쉽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물리치료사, 병리사를 채용하지 않아도 개설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으니까 누구나 달려든다"면서 "그러니 저가경쟁이 판을 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원장은 "제대로 준비한 의사들이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문을 확 열어놓고 누구나 하게 하면 곤란하다. 복지부는 그렇게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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