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건강진단으로 전문의 인건비 급상승…의료계 "검진업체가 부추겼다"
|초점|특수건강진단 탓에 호황 맞은 직업환경의학과
#1. 수도권 A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김 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전임교원 신분을 얻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해왔지만,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데다 최근 중소병원과 건강검진업체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이직을 권유해왔다.
#2. 서울의 한 건강검진업체에 근무 중인 이 모씨는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다. 일반 건강검진에 더해 특수건강진단을 위해 출장까지 다니고 있다.
한 때 전공의 지원에서 기피과로 분류됐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선 병원들과 건강검진 업체들이 산업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특수 건강진단 시장에 나서면서부터다.
당장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수 건강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부터 채용해야 하므로 연봉을 높여서라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임금이 더 높은 곳을 찾아서 이동하면서 해당 의료기관들은 그들을 붙잡기 위해 혹은 다른 병원의 의료진을 영입하기 위해 높은 몸값을 치러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을 진행하는 수도권 종합병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그야말로 귀한 몸"이라며 "몸값을 비교한다면 상위권이다. 수도권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려면 소위 그로스(GROSS)로 하면 2억원, 네트(NET)로 하면 1억 5000만원 수준은 보장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급증한 특수건강진단 의료기관, 몸값 상승은 당연"
산업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건강진단제도는 고용노동부 지정 특수 건강진단기관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시행할 수 있으며, 2018년 3월 현재 전국에 234개소가 지정돼 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는 유해인자로 지정된 178개의 인자를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유기화합물, 금속류, 산 및 알칼리류, 가스성 물질류 등 매우 다양한데, 이들은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라면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 상 이 같은 특수건강진단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산업보건활동이 주목적인 만큼 당연한 규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업체들까지 특수건강진단에 뛰어들면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특수건강진단기관은 2014년 165개소였지만 2018년 3월 현재 234개소로 1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특수건강진단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며 "최근 중소병원과 건강검진업체들이 특수건강진단을 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초빙에 힘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장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라 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치솟는 몸값, 건강검진업체들이 부추겼다"
의료계는 이러한 몸값 상승 현상에 대해 건강검진업체들이 부추긴 것이라고 평가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직업환경의학과가 호황이기는 한데, 이러한 호황이 얼마나 갈 지는 학회 등 내부적으로 이견이 많은 상황"이라며 "포화상태라고들 하는데 이러한 몸값 상승은 사실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건강검진업체들이 일반검진에 더해 특수건강진단 시장에까지 나서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가정의학과 전문의면 될 것을 특수건강진단까지 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몸값을 높게 부르면서 왜곡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지방 중소병원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초빙을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까지 제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장은 "지방 중소병원은 특수건강진단 의사를 초빙하기 더 힘들다"며 "이 때문에 특수건강진단 인원 수가 늘어날 경우 추가 인센티브까지 제시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장 왜곡이 더 심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한정시킨 특수건강진단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학회들이 진행하는 인정의 제도 형태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직업환경의학회에서는 이러한 의견이 건강검진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이미 야간 특수건강진단의 경우 지방의 전문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준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건강검진업체 중심으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아닌 연수교육 및 인정의제를 도입해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건강검진업체들이 의료 인력의 몸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하나의 경영전략"이라며 "최근 몸값 폭등 현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전문의가 꾸준하게 매년 30명 이상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 수도권 A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김 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전임교원 신분을 얻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해왔지만,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데다 최근 중소병원과 건강검진업체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이직을 권유해왔다.
#2. 서울의 한 건강검진업체에 근무 중인 이 모씨는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다. 일반 건강검진에 더해 특수건강진단을 위해 출장까지 다니고 있다.
한 때 전공의 지원에서 기피과로 분류됐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선 병원들과 건강검진 업체들이 산업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특수 건강진단 시장에 나서면서부터다.
당장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수 건강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부터 채용해야 하므로 연봉을 높여서라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임금이 더 높은 곳을 찾아서 이동하면서 해당 의료기관들은 그들을 붙잡기 위해 혹은 다른 병원의 의료진을 영입하기 위해 높은 몸값을 치러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을 진행하는 수도권 종합병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그야말로 귀한 몸"이라며 "몸값을 비교한다면 상위권이다. 수도권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려면 소위 그로스(GROSS)로 하면 2억원, 네트(NET)로 하면 1억 5000만원 수준은 보장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급증한 특수건강진단 의료기관, 몸값 상승은 당연"
산업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건강진단제도는 고용노동부 지정 특수 건강진단기관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시행할 수 있으며, 2018년 3월 현재 전국에 234개소가 지정돼 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는 유해인자로 지정된 178개의 인자를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유기화합물, 금속류, 산 및 알칼리류, 가스성 물질류 등 매우 다양한데, 이들은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라면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 상 이 같은 특수건강진단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산업보건활동이 주목적인 만큼 당연한 규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업체들까지 특수건강진단에 뛰어들면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특수건강진단기관은 2014년 165개소였지만 2018년 3월 현재 234개소로 1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특수건강진단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며 "최근 중소병원과 건강검진업체들이 특수건강진단을 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초빙에 힘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장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라 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치솟는 몸값, 건강검진업체들이 부추겼다"
의료계는 이러한 몸값 상승 현상에 대해 건강검진업체들이 부추긴 것이라고 평가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직업환경의학과가 호황이기는 한데, 이러한 호황이 얼마나 갈 지는 학회 등 내부적으로 이견이 많은 상황"이라며 "포화상태라고들 하는데 이러한 몸값 상승은 사실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건강검진업체들이 일반검진에 더해 특수건강진단 시장에까지 나서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가정의학과 전문의면 될 것을 특수건강진단까지 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몸값을 높게 부르면서 왜곡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지방 중소병원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초빙을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까지 제안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장은 "지방 중소병원은 특수건강진단 의사를 초빙하기 더 힘들다"며 "이 때문에 특수건강진단 인원 수가 늘어날 경우 추가 인센티브까지 제시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장 왜곡이 더 심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한정시킨 특수건강진단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학회들이 진행하는 인정의 제도 형태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직업환경의학회에서는 이러한 의견이 건강검진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이미 야간 특수건강진단의 경우 지방의 전문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준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건강검진업체 중심으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만이 아닌 연수교육 및 인정의제를 도입해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건강검진업체들이 의료 인력의 몸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하나의 경영전략"이라며 "최근 몸값 폭등 현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전문의가 꾸준하게 매년 30명 이상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