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 내원도 차일피일...병키우는 환자들

발행날짜: 2020-03-28 05:45:59
  • 의료진들 조기치료 가능한 환자가 중증서 진단 우려
    기관지염에서 패혈증으로·맹장염에서 복막염으로 번져

#1. 80대 여성환자가 폐부종 상태로 응급실로 실려왔다. 평소 기저질환으로 심부전을 앓고 있던 환자로 코로나19에 병원 내원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폐부종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은 것이다.

#2. 복통을 호소하는 40대 남성환자. 알고보니 이미 맹장이 터진 상태로 복막염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복통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을 찾는게 꺼려져 버티다 병을 키웠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경증환자가 병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내원을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7일 병원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내원환자 수가 크게 감소한 상황. 감기 등 가벼운 질환자의 내원이 감소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치료가 시급한 환자가 중환자가 되는게 아닌지 우려가 높다.

실제로 수도권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벼운 호흡기질환 상태에서 적절하게 치료를 했으면 괜찮았을 환자가 집에서 버티다가 패혈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의사 입장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까운 의원을 내원했거나 응급실로 왔을텐데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병을 키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권 권역응급센터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응급환자 이송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며 "이송되는 환자 상당수가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들이 상태가 안좋아져서 내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대표적인 중증질환인 암 환자도 병원 내원을 꺼리기는 마찬가지.

소위 빅5병원인 S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코로나 초기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줄었다"며 "항암치료 이후에 정기검진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군이 상당한데 안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암 환자 특성상 지방에서 찾아온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최근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까지 맞물리면서 KTX를 타고 수도권 대형병원을 이용했던 환자들이 급감한 것으로 봤다.

같은 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건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벌써부터 코로나 사태 이후 악화된 환자들이 밀려올 생각을 하니 불안하다"고 전했다.

그는 검진 초기에 간단한 수술로 끝낼 수 있는 환자가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후에 암이 진행된 상태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재 통계적 데이터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응급환자 전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응급환자 전원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 양혁준 센터장(가천의대 길병원)은 "응급실 내원환자는 40%, 119구급자를 통한 이송은 20%정도 감소했다"며 "특히 야간에 열나는 소아환자의 내원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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