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 열 올리는 정치권…"7400억 원 미지급"
부작용 우려하는 의료계…"이미 민간에서 간소화 추세"
정치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보험금이 미지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계는 민간 전송업체를 통해 해결하면 될 사안으로 별도의 법안 제정은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건강보험공단 통계와 보험사 실손보험 청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5700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지급된 보험금은 36조83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급 가능액과 실제 지급액 사이에 7400억 원의 차액이 생겼는데 이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전산화되지 않아 생긴 불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보험금 액수가 크지 않은 경우 아예 청구조차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제정을 위한 포석이다.
의료계는 이는 소액 청구 자동화로 해결하면 되는 사안으로 민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민간 전송업체를 통해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환자의 인적 사항 및 금액이 넘어간다. 이후 보험사는 청구액이 소액인 경우 이를 지급하고 액수가 커지면 의료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충분히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도 커지고 있는데 최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청구 업무 대행 서비스를 출시하는 스타트업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 역시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계약자의 제출 자료나 증빙서류를 간소화하고 있다.
민간에서 이미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는 추세인데 별도의 법안까지 제정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대응TF 보험업계가 손해를 감수하고 관련 법안 제정이 찬성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으로 청구가 간소화된다면 지급되는 보험금이 늘어날 것인데 보험업계가 이에 찬성하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구 간소화 시 보험사는 환자의 의료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이를 통해 가입자를 가려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민간의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세금으로 기업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행위인데다가, 정부가 비급여 의료정보까지 관리하게 돼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 중엔 국민이 숨기고 싶어 하는 질환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짚었다.
이와 관련 의협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대응TF 이정근 위원장은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찬성하는 것은 불순한 목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정부의 민간업무 대행 및 의료정보 장악과 보험업계의 의료정보 수집으로 인한 부작용을 생각하면 의협은 관련 법안에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