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필수의료 살리기 논의 배제에 불만 표출
"의학적 진단 기반 넘어 빅데이터 생성 주체…기피과되면 안돼"
"4차 산업 혁명, 나아가 미래 의료의 핵심이 바로 진단검사의학인데 필수의료 논의에 완전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필수의료입니까?"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 방안에 진단검사의학이 배제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 의학에서 임상적 의사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다 빅데이터의 생성 주체가 바로 진단검사의학인데도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엄태현 정책이사(인제의대)는 5일 한국로슈진단이 마련한 '진단검사가 제시하는 미래 의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엄태현 이사는 "현대 의학에 있어 의학적 결정에 진단검상의학이 미치는 영향은 70%에 달한다"며 "전 세계 진료지침에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의료 행위로 '검사'를 명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의료법에도 종합병원 기준에 진단검사의학과를 필수적으로 두게 되어 있고 이 과목들을 '필수진료과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필수의료 논의에 진단검사의학과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진단검사의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병원급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진료비 중 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응급의학과는 24.3%, 내과는 19.2%, 피부과는 17.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도 산부인과는 22%, 비뇨의학과는 20.4%, 내과는 17.8%를 차지했다.
엄태현 이사는 "결국 산부인과 전문의나 소아과 전문의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진단검사의학과 없이는 진료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재 전국적으로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정원이 40명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진단검사의학과가 비인기과를 넘어 기피과가 된다면 의료기관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단검사의학회는 미래 의학에 있어서도 진단검사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학 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가 진단검사의학과라는 설명이다.
진단검사의학회 윤여민 학술이사(건국의대)는 "개별 환자 임상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와 질환 예측 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빅데이터"라며 "이러한 빅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곳이 바로 진단검사의학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면 커피머신이 아니라 원두 자체가 중요하다"며 "이 쓸만한 원두를 만드는 것이 바로 진단검사의학과인데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국민 건강과 미래 의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진단검사의학의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질 좋은 리얼월드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여민 학술이사는 "미국과 핀란드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예산을 쏟아부으며 진단검사의학의 표준화와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유럽, 일본과 비교해서도 우수한 전문 인력이 있는 만큼 이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진단검사의학회 전사일 이사장(울산의대)도 "선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 예후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진단검사의학이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맞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